[김준철의 와인이야기] 국산 화이트와인의 대표, ‘청수(淸水, Cheongsoo)’

2025-11-17     김준철
청수포도 (사진=농촌진흥청)

국산 와인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품종의 선택에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용 유럽종 포도가 다습하고 겨울이 추운 기후에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내한성이 강한 미국종인 식용 포도를 와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품종인 캠벨은 사람들이 마시자마자 어렸을 때 집에서 담근 ‘포도주 맛’이라고 바로 무시하고 만다. 일본에서 개발한 ‘MBA(속칭 머루 포도)’로 만든 와인 역시 캠벨보다는 덜 하지만, 캠벨과 유사한 특유의 향이 살아있다. 이에 ‘(개량)머루’라는 것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지역에 따라 그 향미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머루(Wild grape라고 표기) 와인이 나오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개량)머루의 유전적 조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화이트와인은 최근에 ‘청수(淸水)’라는 품종으로 와인 마니아들이 인정할만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이 품종은 원예연구소에서 1965년 ‘세이벨(Seibel) 9110’에 ‘힘로드 시들레스(Himrod Seedless)’를 교배하여 획득한 계통 중에 선발된 것으로 1985년 '청수무핵'이라 명명한 품종이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지역적응 시험 후 1993년 최종 선발하면서 씨의 흔적이 약간 남아있어 '청수'라고 재 명명되었다(농식품백과사전)

‘세이벨(Seibel) 9110’은 프랑스의 알베르 세이벨(Albert Seibel)이 유럽종 포도와 미국종 포도를 교잡하여 만든 품종으로 병해 저항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포도는 일명 ‘베르델렛(Verdelet)’이라고도 하며, 주로 뉴욕 주의 핑거 레이크 지역, 온타리오의 나이아가라 반도 및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오카나간 밸리에서 재배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1970년대부터 화이트와인용으로 많이 재배되었던 품종이다. 조생종으로 산도가 강하고 낙과가 심한 것이 흠이었는데, 이를 개량한 ‘청수’가 국산 화이트와인의 대표 주자가 된 것이다. 힘로드(Himrod)는 1952년 뉴욕 주에서 개발한 식용 포도 품종으로 씨가 없고(seedless), 당도가 높으며 숙기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생산성이 매우 높고 안정적인 품종으로 평가된 것이다.

‘청수’는 농촌진흥청에서 2018년에 발간한 ‘포도–농업기술길잡이 12’에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이 붙어있다. “숙기는 9월 상순(이하 수원지역 기준)이며 과방중은 350g, 과립중은 3.4g 정도이다. 당도는 17.5Bx 정도이고 산도가 0.7% 정도로 비교적 높으나 식미는 매우 우수하다. 과피는 녹황색이고 과피와 과육의 분리가 잘되어 생식용으로 좋다. 또한 최근 이 품종의 가공적성을 검토한 결과 양조 품질이 좋아 백포도주용으로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꽃떨이 현상이 적어 결실이 잘되지만 수세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착과가 잘되지 않는다. 성숙기에 과정부 열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한성이 강하지 않아 중부 이북 지역에서는 겨울철 매몰 월동이 안전하다. 청포도는 매우 신 포도라는 인식 때문에 이 품종의 상품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적숙기에 수확하여 출하토록 하여야 한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