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한 카베르네" 메를로 품종 품평회, 북마케도니아 그랑골드 메달 독주

2025-11-19     백난영
21회 에모지오니 달 몬도 국제 와인 품평회 행사장 모습. 품평회가 열렸던 오버메디아 본사는 주 고객층이 기업체임을 상징하는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지난 10월 18일 막을 내린 ‘에모지오니 달 몬도 메를로 에 카베르네 인시에메 Emozioni Dal Mondo Merlot e Cabernet Insieme’ 국제 와인품평회는 이름을 직역하면 ‘메를로와 카베르네 와인이 주는 감동의 세계’다. 통상적으로 유치 도시나 국가명 혹은 주최 기관명을 내세워 직관적으로 품평회 목적을 인지시키려는 네이밍 방식과는 차별된다.

이름을 제안한 세르조 칸토니 Sergio Cantoni 품평회 총괄책임자는 이름 지을 당시(2003년) 두 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메를로와 카베르네는 품종명에서도 짐작되듯 앞의 두 품종만이 경합을 벌이는 대회라는 유일성을 나타내려 했다. 에모지노니 달 몬도(감동의 세계)는 와인이 기술적으로나 관능적으로 결점이 없어야 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순간의 감동, 즉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정서적 측면도 중시했다. 요즘은 와인이 특별하게 좋으면 ‘감동적이야’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던지지만 20년 전 와인 품평회 명칭에 감동이란 단어를 넣기로 한 의도는 독창적이었다.

국제와인기구가 승인한 세계 유일한 카베르네, 메를로 품종 품평회

제21회 에모지오니 달 몬도가 10월 16부터 18일까지 오버메디아 에이전시 OverMedia Agency본부에서 개최됐다. 본부가 소재한 곳은 우르냐노 Urgnano.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방 (Provincia di Bergamo)남부 15km에 자리 잡은 소도시다. 오버메디아는 기업체의 홍보, 브랜드 마케팅, 이벤트 기획 전문업체다. 품평회의 꽃인 와인 테이스팅은 이벤트 공간에서 진행됐는데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는 오버메디아 주 고객층이 기업체임을 상징하고 있다. 외관을 녹색으로 칠한 컨테이너들이 사무실을 대신하고 천장은 환기 배기장치를 그대로 드러나게 해 공장 분위기를 살렸다.

2025년 각종 수상 결과와 기록들

심사원단은 30여 개국 출신의 76명의 와인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26개 국가에서 출품한 243개의 와인이 열띤 경연을 펼쳤다. 본 품평회의 모든 심사기준과 절차는 국제와인기구 (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la Vigne et du Vin)가 정한 품평회 규칙을 따른다. 출품된 와인의 30퍼센트 우승 원칙에 따라 73종의 와인이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해도 메달권의 커트라인이 높아져 89점 이상을 받은 와인이 메달을 휩쓸었다. 따라서 실버 메달 자격이 되더라도 사실상 메달권에서 제외됐다.

최고 영예인 그랑골드 메달을 북마케도니아가 휩쓸어 심사원과 주최 측에 놀라움을 안겼다. 1위는 94점을 얻은 Chateau Kamnik 와이너리의 Cuvèè De Prestige Oak Aged 2022 와인, 2위는 93점을 얻은 Lazar 와이너리의 Alšar Grand Reserve VKP 2016 와인에 돌아갔다. 그랑골드 우상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Lazar 와이너리는 Trezor Grand Reserv 2022 (92점), Chateau Kamnik 와이너리는 Merlot Single Vinyard Reserva 2022(90점)로 각각 골드 메달을 추가해 나란히 2관 왕에 올랐다.

국가 별 골드 메달 순위를 보면 1등은 29개를 거머쥔 이탈리아가 차지했고 이어 세르비아가 7개 메달로 2위에, 북마케도니아가 6개의 메달로 3위에 올랐다. 메달집계 보기 https://www.emozionidalmondo.it/en/winners

이번 대회는 북마케도니아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세르비아, 체코,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국가들이 상위를 휩쓸면서 품평회의 품질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주최자답게 와인출품수로 선두를 차지해 이탈리아 생산자들의 본 품평회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표명했다. 토착품종 박물관이란 별명을 얻은 이탈리아에서 국제품종의 존재감은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품종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북중부와 북동부 지역 생산자들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국제품종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도 전통 강 주(州)가 골드 메달권에 이름을 다 수 올렸는데 롬바르디아(12개), 베네토(8개),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3개), 트렌티노(3개)와 중부의 토스카나(3개)를 둘 수 있다. 와인명칭 별로 매긴 순위는 롬바르디아주 - IGT 베르가마스코( IGT Bergamasca. 4개), 발칼레피오 로쏘 DOC (Valcalepio Rosso DOC. 3개), 베네토주 - 콜리 에우가네이 DOC (Colli Euganei DOC. 4개),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주 - 프리울리 콜리 오리엔탈리 DOC (Friuli Colli Orientali DOC. 3개)로 집계됐다.

그 외에도 두 개 이상의 메달을 거머 줘 메달 왕이란 타이틀을 얻은 우승자도 다 수 나왔다. 체코의 Baloun 와이너리가 Grand Cuvèe Baloun 2018(92점)를 비롯해 3개를 수상했고, 루마니아의 SC Nalba S.R.L Crama Hamangia가 Ataman Cabernet Sauvignon Demisec 2024 (91점) 외 두 개의 골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프레스 프라이즈(Premio Stampa) 부분은 26종의 와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심사원에 위촉된 와인 저널리스트들이 수여하는 특별상이다. 비경쟁 부문으로 저널리스트들의 점수만 따로 모아 국가별로 최고의 점수를 얻은 와인을 선별한다. 본 상의 수상자는 대부분 30퍼센트 메달권에 포함되지만 일부는 실버 메달 수상자 중에서도 선발된다.

롬바르디아주 주요 시설 견학

에모지오니 달몬도는 롬바르디아주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창구 역할을 한다. 품평회 기간 동안 심사원들이 고장의 명소나 명산지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는 밀라노 외곽 세스토 산조반니 시에 자리 잡은 이탈리아 최대의 유리병 제조 업체인 베트로 발사모 Vetro Balsamo S.p.A 와 베르가모 대리석 공예의 맥을 이어가는 마르미 란제니 Marmi Langeni를 견학했다.

베트로 발사모는 고객 맞춤 유리병 제조에 특화된 회사다. 연중 가동되는 18만 ㎡ (약 5만 4천4백 평) 규모의 공장에서 매일 50만 개의 유리병을 생산한다. 투명, 유색의 와인, 맥주, 오일 병이 주품목이며 맞춤형 특수 병 제작 라인도 구축했다. 생산시설이 밀라노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세스토 산 조반니에 소재한 관계로 1990년부터 대기오염과 탄소배출 감소등 지속가능한 생산을 구축해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다.

유리 원료의 90%는 폐유리를 재활용하며 핵심기술인 용광로의 고온을 유지하는데 산소 연료 Oxy Fuel를 사용하고 있다. 유리를 녹이려면 용광로 내부 온도가 1500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산소를 이용해 연료를 태우면 탄소 배출량이 대폭 줄어들고 연료 소비가 크게 절감된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공기를 사용했는데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까지 덥혀야 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상승하고 거기다 질소와 산소가 고온에서 반응하면 질소 산화물을 발생시켜 심각한 대기 오염을 유발했다.

또한 용광로를 덥힐 때 대기로 배출되는 열을 낭비하지 않는다. 폐열을 포집하여 열에너지로 전환한 다음 밀라노와 세스토 산조반니 지역 20만 가구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토스카나주가 카라라 백색 대리석으로 유명하다면 베르가모는 ‘아라베스카토 오로비코 Arabescato Orobico’ 대리석이 있다. 베르가모 지역 배후에 우뚝 서있는 북동 알프스 산에서 나는 천연 대리석을 말한다. 이탈리아 곳곳에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성당이나 궁전 내부는 어김없이 아라베스카토 오로비코 대리석으로 장식돼있다. 무늬 하나하나가 층을 이룬 모양이 마치 아라베스크 예술의 기하학적 문양과 흡사해 이탈리아어로 아라베스카토라 부르게 됐다. 가지각색의 파도가 굽이치는 모양이 꿈틀거리는 바다를 연상시킨다. 대리석의 주된 색상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회색인 경우 ‘마르모 그리조 오로비코’ 보르도색은 ‘마르모 로쏘 오로비코’라 한다.

란제니 가족은 대리석 공예품 분야에서 88년간 한우물을 판 대리석 명가다. 처음에는 가족묘지, 가구 제작, 건물 장식에 집중하다가 2세대 자녀가 합류하면서 설계, 디자인 솔루션 분야까지 확장했다. 란제니의 기업모토가 ‘주거를 위한 돌 Pietro Da Vivere’로 미(美), 기능, 편리함, 고품질의 이상을 돌 소재를 통해 실현하는 데 있다. 가족의 다년간 축적된 노련한 기술은 호텔 인테리어, 욕실, 주방기기, 풀장, 건물외장, 계단에서 발휘되고 있다. 취급하는 대리석은 아라베스카토 오로비코, 카라라 대리석을 포함해 전 세계 유명 대리석 산지에서 채취한 50여 종에 달한다.

마르미 란제니 대리석 창고 내부. 전세계 유명 대리석 산지에서 수입한 50여 종의 대리석을 보관하고 있다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위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 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 First 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