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 개최

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2022 Vintage)

2025-11-19     김욱성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이 주최하고 홉스코치(구 소팩사 코리아)가 주관한 ‘202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와인 수입사와 유통사, 판매사, 소믈리에, 와인 매체 관계자 등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최고의 작황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르도 그랑크뤼 2022 빈티지의 와인을 시음하면서 샤토에서 온 대표자나 와인메이커, 또는 판매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 행사의 주최자는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으로 1973년에 설립되어 올해 52주년을 맞게 되었고, 우리나라가 이 행사를 유치한 것은 지난 2004년으로 올해 22번째를 맞게 되었다. 이번 Asia Tour 행사는 도쿄(17일) 다음으로 서울(19일)에서 진행되었고, 대만(20일)과 홍콩(21일)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보르도를 대표하는 AOC인 생떼스테프(2), 뽀이약(9), 생쥘리앙(10), 리스트락(2), 물리스(2), 마고(11), 오메독(6), 그라브(2)와 페삭 레오냥(5) 뿐만 아니라 우안의 쌩테밀리옹 그랑크뤼(11)와 뽀므롤(6), 그리고 소테른(2)에서 총 68개의 Chateau가 참여했으며 주로 2022 빈티지 와인들을 선보였다.

보르도 2022 빈티지 리포트

와인 역사에 기록될 만한 놀라운 해였던 2022년 보르도 빈티지는 한마디로 ‘기후의 역설이 빚어낸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덥고 건조한 해 중 하나였던 2022년은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었고, 6월, 7월, 8월에 걸쳐 여러 차례의 극심한 폭염이 찾아왔고,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흔히 폭염 빈티지로 불리는 2003년과 비교되지만, 2003년은 8월에 갑작스러운 살인적 더위가 닥쳐 포도가 '화상'을 입었다면, 2022년은 봄부터 더위가 지속되어 포도나무가 스스로 생존 본능을 발휘해 잎을 닫고 성장을 조절하며 환경에 적응했던 해였고, 6월에 내린 적절한 양의 비는 포도나무가 여름의 가뭄을 버티게 해준 생명수였다. 매우 이른 시기에 수확이 이루어졌으며, 포도알은 수분 부족으로 매우 작고 농축되었으나, 껍질은 두껍고 건강 상태는 완벽했다.

와인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은 2022년 빈티지를 두고 '충격적일 정도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이 가장 놀라워한 점은 '산도'였다. 이렇게 더운 해에는 와인이 잼처럼 끈적하고 산도가 낮아지기 쉬운데, 2022년 빈티지는 놀랍게도 생동감 넘치는 산도와 에너지를 유지했다.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이를 두고 "마법과 같은 균형"이라 평했다. 많은 평론가가 2022년을 전설적인 1947년, 1961년 빈티지의 재림, 혹은 2009년의 풍만함과 2010년의 구조감을 동시에 갖춘 '완전체 빈티지'로 평가했다.

샤토 지스쿠르,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라랑드 등 수많은 와인이 배럴 테이스팅 단계에서부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는데, 2022년 레드 와인은 파워와 우아함이라는 상반된 두 가치를 동시에 잡았다. 작은 포도알 덕분에 껍질 대 과육의 비율이 높아 색이 잉크처럼 진하고 풍미가 폭발적으로 농축되었다. 타닌의 양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많지만, 포도가 완벽하게 익었기 때문에 타닌이 거칠지 않고 비단처럼 부드럽고 매끄럽다는 평이다. 블랙베리, 카시스 같은 검은 과일의 풍미가 지배적이며, 제비꽃 향기와 흑연, 미네랄 뉘앙스가 선명하다.

알코올 도수는 14~15%로 꽤 높은 편이지만, 짙은 과일 풍미와 의외의 신선한 산도가 알코올을 완벽하게 감싸주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메독(좌안)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생테밀리옹/포므롤(우안)의 메를로 모두 최상의 결과를 보였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더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에 생산자들의 기량 차이가 드러난 해였다. 산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샤토가 8월 초중순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에 수확을 감행했는데, 이 타이밍을 맞춘 생산자들은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산미(Zesty)보다는, 입안을 꽉 채우는 유질감과 둥근 볼륨감이 특징으로, 레몬이나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보다는 잘 익은 복숭아, 살구,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의 뉘앙스와 흰 꽃 향기가 풍성한 편이다. 소비뇽 블랑의 상큼함보다는 세미용의 중후함이 빛을 발한 해로, 장기 숙성이 가능한 Gastronomic한 화이트 와인이 탄생했다.

결론적으로, 2022년 보르도 빈티지는 기후 위기 속에서도 포도나무의 생명력과 인간의 노력이 만나 탄생시킨 '21세기의 기념비적인 빈티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