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성 오늘와인 한잔]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BDM 블루 라벨 2019

Fattoria dei Barbi Brunello di Montalcino Blue Label 2019

2025-11-25     김욱성 칼럼니스트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는 '바르비의 농장'이라는 뜻이다. '바르비'는 이 지역의 고대 지명에서 유래되었고, 이 사유지는 약 670년간 콜롬비니 가문이 소유해왔다.

데이 바르비가 국내에서 크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3년전 와인 스팩테이터가 선정한 2022년 세계 100대 와인 중 2위를 차지했던 와인이 바르비가 만든 BDM 레드 라벨 2016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블루 라벨은 뛰어난 가성비로 접근성이 좋은 장점을 보인다.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는 1352년부터 시에나의 귀족이었던 콜롬비니 가문이 이끌어 온 와이너리로, 단순한 양조장을 넘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해 온 산증인이다. 1790년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해왔고, 1892년에 브루넬로 와인을 출시한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는 BDM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비온디 산티가 브루넬로 와인을 '창조'했다면, 바르비는 그것을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데이 바르비는 1930년대에 최초로 브루넬로를 미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1960년대에는 이탈리아 최초로 '우편 주문 판매' 방식을 도입해 와인 유통의 혁신을 가져왔다. 현재 와이너리를 이끄는 스테파노 치넬리 콜롬비니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몬탈치노의 전통을 수호하면서도 언제나 마케팅과 기술적 측면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바르비의 가장 큰 업적은 '브루넬로의 대중화'와 '단일 포도밭 개념의 도입'이다. 그들은 1980년대에 '비냐 델 피오레(Vigna del Fiore)'를 통해 몬탈치노 최초의 싱글 빈야드 브루넬로를 선보이며 떼루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몬탈치노 요새에 에노테카를 설립하여 관광객들이 브루넬로를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몬탈치노 지역은 토스카나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건조한 지역으로, 높은 고도 덕분에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포도가 천천히 익으며 복합미와 훌륭한 산도를 유지할 수 있다. 와이너리는 몬탈치노 마을의 남동쪽 경사면에 위치한다. 총 306헥타르의 광활한 영지 중 약 66헥타르가 포도밭으로 조성되어 있다. 포도밭은 해발 300m에서 450m 사이에 위치하며, 남동향을 바라보고 있어 하루 종일 풍부한 일조량을 받는다.

이곳의 토양은 몬탈치노 최고의 떼루아를 대변한다. 주로 잘 부서지는 이회토인 갈레스트로와 석회암인 알베레제가 섞여 있어 배수가 탁월하다. 여기에 점토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어, 와인에 강건한 구조감과 우아한 향, 그리고 장기 숙성력을 동시에 부여한다. 바르비의 포도밭은 몬탈치노 내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클래식한 품질의 산지오베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의 철학은 '전통의 존중'이다. 그들은 현대적인 기술을 거부하지 않지만, 브루넬로 본연의 맛을 해치는 과도한 기교는 지양한다. 포도재배는 헥타르당 5,000그루 정도의 밀식 재배를 통해 포도나무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한다.

양조 과정에서는 수확된 포도를 저온 침용하여 색과 아로마를 최대한 추출한다. 발효 후 숙성 과정이 바르비 스타일의 핵심인데, 그들은 작은 프랑스산 바리크 보다는 전통적인 중대형 슬라보니안 오크 통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와인에 과도한 바닐라 향이나 오크 뉘앙스를 입히지 않고, 산지오베제 특유의 붉은 과실 향과 떼루아의 특성을 순수하게 보존하면서 천천히 산화 숙성시키기 위함이다.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블루 라벨'은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의 상징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클래식 브루넬로다. 특히 2019빈은 몬탈치노 지역에서 2016빈과 함께 가장 뛰어난 빈티지 중 하나로, 완벽한 기후 조건 덕분에 힘과 우아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블루 라벨 2019빈은 그 특성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블루라벨 2019빈은 깊고 빛나는 루비 레드 색상을 보이고 잔을 기울이면 가장자리에서 석류석 빛이 살짝 감돌며 숙성의 시작을 알린다. 후각적으로는 전형적이고 클래식한 산지오베제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데, 잘 익은 야생 체리와 붉은 자두의 과실 향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어서 말린 장미 꽃잎, 으깬 허브, 그리고 바르비 특유의 발사믹 뉘앙스와 가죽, 그리고 약간의 향신료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2019 빈티지의 특성상 과실의 신선함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입안에서는 풀 바디에 가까운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결코 무겁거나 둔탁하지 않다. 산지오베제의 핵심인 '산도'가 뼈대를 단단하게 잡아주어 와인에 생기를 불어넣고, 타닌은 풍부하지만 잘 익어 모난 곳 없이 둥글고 촘촘하다. 짭조름한 미네랄과 감칠맛이 입안을 맴돌며, 과실의 단맛과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지금 마셔도 충분히 즐겁지만, 앞으로 10년에서 20년은 거뜬히 숙성될 잠재력을 지닌 위대한 와인이다. 스테이크나 티본 같은 육류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