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하늘]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성향이 달라지면서 1인당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기준, 보통 만 불($)이 넘으면 커피가, 2만 불이 넘으면 와인의 소비가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되면 소득 증가와 맞물려 ‘웰빙(Well-Being)’의 수요가 커진다. 그땐 차와 물의 소비가 증가한다고 한다. 2만 불에서 3만 불로 달려가는 지금, 웰빙의 강한 바람에 모두가 내 식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웰빙’에서 ‘웰다이(Well-Die)’로 넘어가는 추세에, 그저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에서, 즐기면서 건강도 지키는 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의 키워드다.

지금껏 먹는 것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나왔지만, 마시는 건 디톡스니 주스니 특별한 기능성 음료에 관해 소개된 게 전부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매일 마셔야 하는 물의 선택이 가장 바꾸기 쉬운 습관이란 인식이 최근 너도나도 동의하면서부터 프리미엄 워터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주변을 보면 탄산수니 알칼리수니 수소수니 이야기하면서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런 프리미엄 워터에 대해 늘어나는 궁금증만큼 TV나 잡지에선 워터소믈리에 혹은 물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프리미엄 워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물의 스마트한 소비에 관해서 주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프리미엄 워터. 왼쪽부터 와이웨라(Waiwera, 뉴질랜드), 보스(Voss, 노르웨이), 안데스 마운틴 워터(Andes Mountain Water, 칠레), 아쿠아파나(Acqua Panna, 이탈리아), 샤테르돈(Chateldon, 프랑스), 페리에 라이트 스파클링(Perrier Light Sparkling, 프랑스),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on, 이탈리아), 에비앙(Evian, 프랑스), 아이스 스완(Ice Swan, 칠레), 네이키드(Nakd, 뉴질랜드), 루리시아 볼레(Lurisia Bolle, 이탈리아)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하지만 많은 책이나 매체에선 프리미엄 워터에 대하여 많은 언급을 해왔지만, 어떤 책이나 매체에서도 프리미엄 워터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내놓은 적이 없다. 과연 프리미엄 워터는 무엇일까? 내가 마시는 이 물은 프리미엄일까? 비싸면 프리미엄 워터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비싸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건강을 위한 생수가 프리미엄 워터일까? 그렇다면 미네랄이 얼마나 들어있어야 좋은 물일까? 미네랄 함량이 적으면 프리미엄 워터가 아닌가? 등의 의문이 든다.

프리미엄에 관해 가장 근접한 키워드는 사실상 가격이다. 사치품으로 존속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소득 대비 과도한 지출이다.

▲ 16년 8월, 시즌별 행사이긴 하지만 에비앙(1+1행사 1,600원)이 삼다수(1병에 850원)보다 100원 싸다.(두 병 기준)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사실 많은 사람이 프리미엄 워터라고 생각하는 수입 생수의 가격을 보면 ‘에비앙(Evian, 프랑스)’ 500mL가 소매점(S 백화점 1,180원, S 편의점 1,600원) 기준 1,200원 ~ 1,800원, 인터넷에서 24 개입 박스로 사서 할인을 받을 땐 700원대(L 음료 회사 24병 기준 19,000원)까지 떨어진다. 국내 생수 중에선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제주 삼다수’의 경우 소매점 기준 450원~ 850원(S 백화점 500원, M 편의점 850원)으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 액은 천 원 이하다. 주로 가정에서 소비하는 2L나 1.5L를 한번 살펴보자. ‘에비앙’ 1.5L의 경우 S 백화점에서 1병에 2,400원 하는데, 인터넷에서 구매하게 되면 12병 박스 기준, 가격이 1병에 1,500원 이하로 내려가고, ‘삼다수’의 경우 2L 기준 1,000원 이하로 떨어진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원이 넘고, 동네 커피점의 아메리카노가 2,000원대 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기준 프리미엄 워터를 매일 소비해도 사치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네랄 함량에 대해서 알아볼까? 캐나다 빙하수 ‘캐나다 아이스(S 백화점 500mL 2,000원)’의 경우 칼슘 9.5mg/L, 마그네슘 1.8mg/L의 함량을 갖고 있고, 하이트 진로의 ‘석수(500mL 800원 이하)’는 칼슘이 20.1mg/L, 마그네슘 2.7mg/L를 갖고 있다. 뉴질랜드의 ‘와이웨라 스틸(S 백화점 400mL 3,000원)’은 칼슘 12mg/L, 마그네슘 2.4mg/L를 갖고 있으니, 확실한 건 가격과 프리미엄은 미네랄 함량과 비례하지 않는다.

워터바(Water Bar)에 근무할 당시 하루는, 한 고객이 방문했다. 그분께선 본인의 체질, 취향 등을 말씀하시면서 어울리는 물을 추천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2~3가지 물들을 추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객은 골똘히 고민하시더니, 결국엔 내가 추천했던 후보 밖에 제주 삼다수를 선택하셨다. 이 물은 자신이 오랫동안 최고의 물이라고 믿고 선택해오셨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추천했던 물들이 삼다수보다 나아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분에겐 한 병에 만 원하는 생수도 최고의 물이 아니다. 절대적인 건 없다. 누구에겐 국내 생수도 최고의 가치를 발휘하고, 누구에겐 비싼 해외 생수도 식수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마다 다른 것이다.

영어사전에서 ‘Premium’의 뜻은 ‘More Valuable than Usual’이라고 한다. 물에 적용해본다면 프리미엄 워터는 ‘평소에 먹는 물보다 가치가 있는 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여기서 가치는 미네랄 함량이 될 수도, 아름다운 디자인이 될 수도, 깨끗한 수원지가 될 수도 있다. 물의 선택 기준에 대해서 수분 공급, 갈증 해소, 식수로써의 역할 이상의 어떤 가치를 갖고 있다면 프리미엄 워터가 될 수 있다. 나를 알고, 물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스마트한 초이스를 하는 당신! 이미 프리미엄 워터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닐까?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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