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이슈가 있다. 바로 건강과 다이어트이다. 국내에 웰빙 열풍이 분 지 어언 10년이 넘었는데, 웰빙이란 주제는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이미 굉장히 많은 콘텐츠가 나왔고, 많은 전문가가 TV에서 나만의 건강법, 다이어트 비법을 전수한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웰빙 전문가가 됐다.

특히 내가 일하던 강남지역은 국내에서도 부(富)와 미(美가) 집중되어 있던 지역이라,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디한 건강이슈에 대해서 자주 접하게 된다. 당시엔 디톡스가 유행했었는데, ‘할리우드 스타 누가 마셨더라’, ‘연예인 누가 어떤 화보 찍기 전에 마셨더라’ 에 따라 그 다음날 품절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우리 앞 건강주스 매장에선 3일 치 디톡스 주스가 20만 원이 넘었는데도, 품귀현상이었으니 얼마나 핫 했는지 알 수 있다.

하루는 한 고객이 허겁지겁 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찾았다. 나는 천천히 고객이 찾는 물의 스타일에 대해서 귀를 기울였다.

“저기요, 칼로리 제일 낮은 물로 주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칼로리란 단어는 내가 매장에서 평소에 고객에게 물에 관해서 설명할 때 자주 쓰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칼로리는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에너지로 전환되는 데, 물은 물이다. 미량의 미네랄(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영양소와 심지어 비타민도 들어있지 않다.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다이어트라는 이슈에 몸이 배어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0kcal, 물. 좌측부터 동원 미네마인 스파클링, 풀무원 스파클링아일랜드, 이마트 피코크 탄산수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나는 고객이 당황하지 않게 물 중에서 두세 개를 꺼낸 뒤 말씀드렸다. “고객님, A 물이랑요, B 물이랑요, 여기 있는 물은 0칼로리입니다.”

물은 다 0kcal지만 다이어트에 더 신경 쓰시는 분인 것 같아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물 몇 개를 소개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가끔 제품에 0kcal를 대놓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엔 제로 워터(Zero Water)나 워터 라이트(Water Light; 라이트 워터는 탄산함량의 표기로 사용되긴 한다)가 나올지 모르겠다.

여러분! 물의 열량은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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