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대리의 한식탐험] 조선 3대 명주, 감홍로

승인2017.05.31 01:36:50

우리나라에는 서울 3대 족발, 대한민국 3대 빵집 등의 맛집 리스트들이 참 많다.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 천왕 같은 맛집 프로그램들이 매주 맛집 리스트를 쏟아내면서 최근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먹고 마시는 재미로 사는 솜대리는 요새 뭔가 먹고 싶다 하면 이런 리스트부터 찾아본다.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이런 리스트가 있다. 최남선의 조선 3대 명주이다. 1946년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서 꼽은 것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감홍로다. 별주부전에서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꼬실 때,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몽룡과 헤어지며 내놓은 술도 이 술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마셔보겠다고 벼르고 있던 이 술을 명인과 함께 만나보았다. 기대를 안 하려해도 안 할 수 없었다.

▲ 명인의 감홍로. 병의 모양이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제품이다.

이번 체험은 이기숙 감홍로 명인이 진행했다. 체험은 감홍로 강의, 음식과의 페어링, 감홍로 칵테일 순으로 구성되었다. 감홍로는 조와 쌀을 밀 누룩으로 발효한 것을 2번 증류를 해 맑은 소주를 얻고, 이에 8가지 약재를 담가 우려낸 후 숙성 시킨 술이다. (8가지 약재 중 하나인 방풍이 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이제는 방풍을 제외한 7가지로 술을 빚는다.) 감홍로의 이름은 달고(감) 붉은(홍) 증류주(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맛은 용안육이라는 말린 열대과일에서 주로 난다. 요즘에도 동남아 여행을 가야 접할 수 있는 과일인데, 과거부터 장을 보호하는 약재로서 수입해왔다고 한다. 별도의 인공적인 감미료는 들어가지 않았다. 단맛이 난다고는 해도 솜대리처럼 단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는 정도이다. 붉은색은 지초라는 약재에서 나는 색이다. 지초를 많이 넣으면 시간이 지나며 맛을 변하게 해서 명인은 조금만 넣고 있다. 그래서 명인의 감홍로 색깔은 보리차보다 약간 더 붉은 빛이다. 감홍로는 증류주로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른다. 증류주는 주로 북쪽 지방에서 많이 소비되어왔고, 감홍로도 평양 기생들과 평양 감사들의 술로 유명했다. 명인도 평안도에서 대대로 살아온 집안 출신으로, 마찬가지로 우리술 명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술 빚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 명인의 감홍로에 들어가는 7가지 약재 - 용안육, 계피, 진피, 생강, 정향, 감초, 지초

예전부터 마셔보고 싶었지만, 막상 설명을 듣고 보니 입맛에 잘 맞을지 의문이 들었다. 알코올이 40도에 한약재를 잔뜩 넣은 술이라니. 하지만 한 입 마신 순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끝이 가벼워 알코올 도수에 비해 부담이 덜했고, 약재도 의외로 향긋한 향신료처럼 술의 풍미를 더해줬다. 예전에 스웨덴 친구가 스웨덴의 유명한 술로 허브를 넣은 보드카를 추천해줬던 것이 떠올랐다. 약초나 허브의 향과 독한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절대 조합일지도 모르겠다.

시음을 하고 있으니 음식도 함께 들라며 권해왔다. 체험장에는 편육, 각종 전, 디저트 등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명인이 감홍로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직접 준비해왔다고 한다. 감홍로는 깔끔한 맛 덕분에 편육, 전 같은 기름진 음식과도 잘 맞았고, 은은한 단맛 덕에 의외로 케익, 슈크림 같은 디저트와도 잘 어울렸다. 바로 이어 칵테일 전문가 분들이 감홍로 칵테일 강의를 진행했는데, 단 감홍로와 디저트를 같이 먹은 것처럼 감홍로에 유사한 맛을 더한 조합들이 소개되었다. 과실향이 있는 다른 주류와 섞어 감홍로의 용안육에서 오는 과실향을 끌어냈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어 단맛을 배가 시켰다. 외국 음식의 유입으로 우리 음식의 비중이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홍로와 디저트의 조합 및 감홍로 칵테일처럼 외국 음식을 곁들이거나 외국의 조리 및 주조법 등을 활용해 우리 식품의 새로운 발전을 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 감홍로에 어울리는 음식들로 구성된 상차림

다양한 음식과 칵테일이 주어지는 와중에도 솜대리는 감홍로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솜대리도 정작 마셔 보기 전에는 주저했을 만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선뜻 도전하기 힘들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주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고 그 중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특히 매출이 많지 않다. 알코올 40도의 감홍로 한가지만 만들고 있는 명인은 최근까지 만해도 빚을 내가며 술을 빚었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증류주를 만들고 있는 몇몇 전통주 업체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다양화 하여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하지만 명인은 감홍로를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보다는 감홍로를 더 감홍로 답게 만들면서 소비자들이 감홍로를 다시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어려운 길이다. 그래도 이런 명인의 뚝심과 열정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조선 3대 명주를 만날 수 있는 것일 터이다.

※ 체험은 농림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진행되었다. 매주 식품명인 혹은 그 전수자를 초청해 2시간 가량 전통식품에 대한 소개 및 간단한 체험을 제공한다. 토요일 프로그램도 자주 있어, 솜대리 같은 직장인이 전통식품을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프로그램 확인 및 예약은 해당 블로그에서 가능하다.

[솜대리는?] 먹기위해 사는 30대 직장인이다틈만 나면 먹고 요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음식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가장 좋아하는 한식그 중에서도 전통식품에 대해 체험하고 공부해볼 예정이다이 칼럼은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전통식품에 대한 일반인 저자의 탐험기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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