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훈의 와인 스토리텔링] 와인 속에 진실이 있다 'IN VINO VERITAS'

승인2019.10.11 14:25:41
▲ Un Repas de Noces à Yport, Albert Fourié <사진=Grégory Lejeune>

Can wine be art ?

"나는 그 포도들이 자라던 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생각하는 게 좋아요. 

태양은 어떻게 빛났는지, 비는 왔었는지, 그리고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했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아요.

오래된 포도주라면 그중 지금은 죽고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 생각하죠. 난 포도주가 계속 진화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오늘 포도주를 한 병 딴다면 그 포도주는 다른 날 딴 것과는 다른 맛이 날 거예요.

포도주는 사실상 살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복잡성을 획득해요. 그러니까, 정점에 이를 때까지는요 당신의 1961년산 슈발 블랑(Cheval Blanc) 처럼.”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의 가장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와인이 우리의 삶에 줄 수 있는 의미와 관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와인이 인류에게 존재한 기록인 7000년전 부터 이 시간까지 와인은 우리에게 신에게 가까이 가는 매개체로, 혹은 수많은 문화와 철학적 연관성을 가지고 인류와 함께해 왔습니다.

와인 문화는 유목 생활을 했던 우리의 조상들의 삶을 정착하게 했으며, 문명의 시대로 이끌어 주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포도 열매가 으깨어지고 나면 죽음을 맞이하지만, 발효 과정의 요묘함으로 그것을 부활하게 하였습디다.

그 과정은 고대인들에게 경외심을 가지게 했으며, 상징과 은유로서 기독교와 유태교 예식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플라톤이 뤼시스(Lysis)에서 언급한, '와인으로 얻어지는 그 무엇 때문에 가치 있는 것과, 와인 자체의 목적때문에 가치 있는 것' 사이의 질문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유효하고 저에게도 커다란 화두였습니다.

▲ Amphora, 와인의 보관과 운송도구 <사진=Wikimedia Commons>

그리이스인들에게 삶의 목적은 행복(eudaimonia)이 였으며, 행복은 즐거운 그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리이스 윤리학에서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자신과 친구들의 행복이 다르지 않다는 이타적인 개념의 행복관을 가지고 있는것이 였습니다.

그들의 주제는 쾌락이였으며, 와인에서의 단맛(hĕdys)의 의미는 즐거웠던 어떤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였습니다. 참고로 그리이스인들은 보관상의 이유로 당도가 있는 와인을 선호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한 그리이스인들은 와인의 민주화와 평등을 제일 먼저 실현했습니다.

그리이스 3대 비극 시인의 하나인 에우리 피데스(Euripides)는 디오니소스는 `포도의 선물인 와인을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와인의 평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심포지움, 안젤름 포이에르바흐 <사진=Wikimedia Commons>

좌담회의 뜻으로 통용되는 심포지움(sympodium)은 함께 마신다는 의미인 그리스어 'symposion'에서 유래했습니다.

함께 마시는 그것은 당연히 와인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 와인, 성적 유희, 철학적 담론이 같이한 심포지움은 소크라테스와 추종자들의 화려한 디너파티였습니다.

▲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에두아르 마네 <사진=Wikimedia Commons>

플라톤이 언급한 와인 자체의 목적과 사회적 음료로서의 와인의 효능과 의미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적 음료로서의 와인에 대해서는 수많은 저자들의 휼륭한 저서들로 우리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의 관심은 '와인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부분입니다. 음악은 청각으로, 미술작품은 시각으로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던집니다.

미각과 후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와인이 과연 예술의 영역인가 하는 문제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와인을 마시는 행위가 미학적인 경험이 될수있는가 하는 문제는 객관적인 관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각과 청각이라는 감각에 비해, 미각과 후각은 주관적인 개념이 우세하며, 실용적이고 하위적인 개념으로 구분되어 왔습니다.

맛에 대한 생리적인 감각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음악에서의 멜로디, 미술에서의 선이나 색감에 대한 반응도 상대적이고 개인의 선호가 개입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 와인과 미학 <사진=Pexels>

철학자 헤럴드 헤스본(Harald Osborne)은 "미각 또는 후각의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과 높은 예술감상에서의 '인식적 즐거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구별이 때로는 그릇된 이분법적 철학"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와인이 가지고 있는 미에 대한 인식과 다른 예술작품들의 유사성을 찾아간다면 미학적 대상으로서의 와인이 가능할 것 입니다.

포도를 감동적인 와인으로 만드는 작업과, 팔레트에서 만들어진 위대한 미술 작품의 그것의 차이는 없을 것 입니다.

와인에 있어서 미학적인 경험은 소나타나 교향곡을 감상할 때의 그것과 유사한 부분이 발견됩니다.

현악 4중주를 연주하거나 감상할 때, 악보에 대한 단순적 특성이 아니라 그 작품에 대한 상상적 경험이 개입하게 되죠.

와인을 음미할때, 맛을 느끼는 순서나 우리가 섭취한 것들의 미학적인 특성은 우리의 생리학적 반응과 규정에 따르게 됩니다.

와인에 대한 반응은 입에 가져오자 마자 질서정연한 시퀸스에 의해 그 과정이 진행됩니다.

루아르(Loire) 지방의 어떤 뮈스카데(Muscadet)는
1악장은 가볍고 상큼한 맛,
2악장은 미네랄의 특성들이,
3악장은 꽃향기가,
4악장은 복합적이고 여운이 남는 해산물, 조개향을 남깁니다.

이 와인이 잘 선택된 음식과 만났을때 느끼는 미학적 경험은 목적 없는 즐거움이 아닌 미각의 대상과의 구체적인 쾌락일 것 입니다.

Can wine be art ?

▲ 헤라르트 테르 보르흐의 그림 속 와인을 마시는 여인 <사진=Wikimedia Commons>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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