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안다는 사람이면 AOC/AOP에 대해서는 대략 그 뜻을 알고는 있지만, 그 정확한 뜻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 이 제도를 우리의 KS나 Q마크 정도로 생각하고 AOC 와인을 무조건 가장 상위 등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품질의 등급이라기보다는 농산물의 원산지를 올바르게 표시하는 제도로 봐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프랑스 와인은 AOC 와인이 대부분이라서 AOC 와인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잘 모르고 “AOC급 위에 그랑 크뤼가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그랑 크뤼’ 개념은 지역별로 다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랑 크뤼 클라세 1855’는 1855년에 지롱드 지방의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외국인들에게 알기 쉽게 분류한 것인데, 당시 가격 위주로 정리하다 보니까 ‘오브리옹’ 하나만 빼고 메도크 지역의 샤토가 다 차지하게 되니까 1950년대에 그라브와 생테밀리옹 지역은 따로 등급체계를 만들게 된다. 부르고뉴는 AOC제도를 시행할 때 아예 원산지명칭에 ‘그랑 크뤼’를 표시하게 했으니까 보르도와 개념이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다른 지방에서도 뒤늦게 괜찮은 와인에 ‘그랑 크뤼’를 붙이고 있으니까 “그랑 크뤼도 그랑 크뤼 나름이다.”라고 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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