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최학의 '중국백주기행' <사진=새로운사람들>

국력이나 국가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인구, 영토, 경제력, 군사력 등을 기준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중국의 경우 백주를 빼놓는다면 탁상공론이 되고 말 것이다. 하남의 명주 ‘송하량액’에는 5천 년 중국 역사상의 한 성대한 만남으로 일컬어지는 노자와 공자의 해후가 녹아 있으며, 사천 명주 ‘오량액’과 ‘노주노교’에는 이백과 두보의 환희와 비애가 서려 있고, 안휘성의 소문난 술 ‘고정공주’에는 조조의 꿈이 전한다.

백주의 백과사전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의 인문학을 맛볼 수 있는 ‘중국백주기행’은 족보가 있는 155종의 백주를 지역별로 지도를 그려가며 소개하는 것은 물론, 57편에 이르는 고금의 시(詩)를 인용하여 중국 인문학의 뿌리를 훑어낸다.

저자 최학은 “백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사는 인문학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싸게 백주를 맛볼 수 있을까, 가짜와 진짜를 어떻게 구분할까, 중국 여행 갔을 때 길거리에서 맛본 술은 족보가 있는 백주일까 하는 정도이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최고급 백주에 대한 궁금증이나 욕심과 함께 도전 의지가 생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백주기행’은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위해 필수인 상담(商談)에 유용한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최학은 “중국식 상담에서는 대부분 백주가 나오는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데, 초대받은 술자리에 앉는 순간 테이블에 놓인 백주에 덥석 손이 가며 감탄사를 내지르고, 술의 내력에 대해 아는 척하면 십중팔구 협상은 성공이다. 중국 술자리는 손님이 술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 백주를 알면 교양 있는 진짜 손님으로 대접받고 일까지 성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자 최학은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폐광’이 당선되며 문단에 등단하였다. 또한, 2004년 교환교수로 중국 남경에 체재하면서부터 백주의 문화사적 의미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후 여러 차례 백주의 생산 현지를 탐방 취재하였다. 현재는 작품 집필과 함께 중국 남경효장대학 명예교수, 한중백주문화교류협회장으로서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위해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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