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반장 마을 입구에 있는 정문 2016년 모습(사진 좌측) 과 새로 건축한 2017년 정문 모습(사진 우측)

2010년부터 매년 노반장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마을이 현대적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2017년 2월에 방문하였을 때 노반장 마을은 현대 문명의 이기로 더 많은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서있는 맹해 진승호 차장과 계약한 노반장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담은 대형 광고판도 바뀌었고, 마을 정문의 건축물의 모양도 전통적이지만 건축에 사용된 자재는 어디에서나 흔히 구할 수 있는 현대적인 것이었다.

▲ 2013년, 노반장 마을입구에 있는 진승호차장에서 계약한 농부얼굴 모습을 담은 광고판 (사진 좌측) 과 2017년 광고판 모습 (사진 우측)

차산 마을 중 유일하게 있는 중국 ‘운남은행’은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마을 중간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은 마을 회관으로 바뀌면서 식당, 편의점, 주민들의 공동체 시설로 바뀌었고, 집집마다 현대식 건축과 시설로 오지마을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10년 전의 노반장 마을은 차산 중에 가장 가난하고 문명의 혜택이 없었던 오지 마을이었으나 2008년부터 맹해에 위치한 중국 10대 차장 중 하나인 진승호 차장이 노반장의 보이차산을 계약하고 상품화하면서 보이차 시장에 두각을 나타냈다.

▲ 맹해 진승호 차장 모습과 진승호 차장에서 생산하는 노반장 보이차

노반장 보이차를 설명하기 전에 신 육대차산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중국 청나라시대에 황제로부터 각광을 받는 구 육대차산은 청나라 말기 의방지역에 기노족의 침입으로 일어난 화재, 그리고 전염병 말라리아의 창궐로 보이차를 만들 수가 없자 보이차의 중심지역이 흔들리면서 맹해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였다.

사실 청나라시대에는 황실에서 의방, 이무지역의 보이차를 공차로 지정하면서 맹해 지역의 보이차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였다. 그 이유는 맹해 지역은 금단의 땅으로 해마다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11년 청나라가 망하고 이무지역에서 말라리아를 피해서 맹해 지역으로 이주해온 농민들은 이무지역의 보이차 노하우를 맹해지역에서 선보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하나, 둘, 셋 보이차 차창이 생기게 되었고, 드디어 1937년에는 20여개의 차창이 문을 열었고, 이무지역과 비교할 정도로 빠른 성장하였고, 품질도 인정받게 되었다.

1938년에 운남성 정부가 남나산에 시험차창을 세웠고, 바로 그 다음 해에 중앙정부에서 불해차창(佛海茶廠)을 건립하였으며, 또한 국민당 정부가 중국다업공사를 운남성경제위원회와 합작으로 설립하면서 이무지역의 전성기는 점차 사라지고 맹해 지역이 새로운 보이차 산지로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1911년 청나라는 망하고 1912년 쑨원에 위해 공화국이 1920년에 장개석에 의해 거의 통일을 이루었으나 제1차,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1949년에 공산당 모택동이 집권하면서 청나라의 문화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보이차 생산지도 자연스럽게 이무지역에서 맹해 지역으로 옮기면서 포랑산 지역의 차산이 빛을 보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국경지대에 있는 미얀마로 가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인도나 티베트로 갈수 있는 새로운 도로를 맹해 중심으로 개발하였다. 그리고 신 육대차산은 청나라시절 공차가 아닌 관계로 포랑산의 산림과 고차수의 차산이 잘 보존되었고, 구 육대차산보다 생산량도 많아 다양한 개성의 보이차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 노반장 차산과 마을, 고건충사장 모습

맹해 지역의 대표적인 차산은 포랑산으로 운남성 서쌍판납주 맹해현(勐海縣)에 위치하고 있으며, 맹해 시내로부터 80km지만 최근 포장도로를 만들고 있지만 비포장도로도 아직도 많아 자동차로 2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서남쪽은 미얀마와 접해 있으며, 보이차가 생산되는 면적은 1,016km2에 달한다.

포랑산은 차나무를 최초로 재배한 포랑족 복인(濮人)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현재 소수민족 1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포랑 차산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교목형 고차수 산지인 반장(班章), 노반장(老班章), 신반장(新班章), 노만아(老曼峨) 마을이 있으며, 열대우림 기후로 무덥고, 원시삼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포랑산 차산에서 가면 다양하고 개성 있고 특별한 보이차를 만날 수가 있다.

포랑산 지역의 차나무는 모두 교목형 대엽종에 속하며, 차 맛이 쓰고 떫은맛이 매우 강하며 진한 향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또한 회감이 빠르고 생진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중국에서는 이렇게 강한 차의 기운을‘패기(覇氣)가 있는 차’라고 부른다. 포랑산 보이차의 품질은 매우 우수하고 찻잎이 견실하며, 독특한 꽃 향이 있으며, 마시고 난 뒤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이 특징이다. 포랑산향에 있는 대부분의 마을에는 교목형 고차수가 자라고 있으며, 고차수 분포가 매우 넓고 포랑산이라는 이름의 교목형 고차수가 많이 집중된 마을은 반장촌위원회가 관할하는 노반장, 신반장, 노만아 3개의 마을로 3개 마을의 교목형 고차수 찻잎 생산량은 전체 포랑산향 고차수의 90%이상을 차지한다.

이중에서 노반장 보이차는 보이차의 최상급 품질로 인정받고 있으며, 보이차 애호가이면 꼭 소장하고 싶은 보이차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노반장은 포랑산향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 맹해에서 차동차를 타고 타락(打洛) 방향의 도로로 10km 정도 가면 산 입구에 들어선 후부터는 20km는 자갈로 깔은 포장도로의 산길을 따라 덜컥 덜컥거리는 4륜 자동차에 익숙해질 때가 되면 황토색의 비포장도가 나타나면서 오지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7-8km를 산속 깊숙이 들어가면 노반장 마을 입구에 도착하는데 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몇 년 전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갔는데 지금의 도로사정은 매우 양호한편이다.

▲ 노반장 마을 전경과 마을 주민들 모습, 노반장 마을은 소수민족 합니족(哈尼族)이 살고 있는 촌락으로 114가구에 460여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씨족 공동체 마을이다.

노반장 마을은 소수민족 합니족(哈尼族)이 살고 있는 촌락으로 114가구에 460여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씨족 공동체 마을이다.

노반장 마을은 10년전 만 해도 교통이 불편하고 보이차가 알려지지 않아 맹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촌락이었고, 노만아 차산이 더욱 유명하였다. 노반장 차산은 보이차 생산에 최적의 자연 생태적 떼루아를 갖고 있으며, 수령 300년 이상 된 고차수가 잘 보존 되어 명품 보이차 생산지역으로 잠재성을 갖고 있었다. 2005년부터 진승호 차장에서는 새로운 보이차 생산을 위해 여러 차산을 물색하였으나 노반장의 차산을 찾게 되었고, 2008년부터 노반장 마을주민과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보이차 생산은 물론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노반장 차산에서 찻잎을 채집하여 만든 보이차가 애호가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 노반장 차왕수 1호, 노반장은 해발은 1,700m이고, 차산의 열대우림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차나무는 모두 표준 대엽종으로 나무가 굵고 크며 찻잎이 다른 차산과 구별되고 있다.

노반장은 해발은 1,700m이고, 차산의 열대우림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차나무는 모두 표준 대엽종으로 나무가 굵고 크며 찻잎이 다른 차산과 구별되고 있다. 즉, 야생 생태환경은 노반장보이차의 품질을 좋게 하고, 타 차산의 보이차와 비교도 안 되는 차기(茶氣)를 갖고 있으며, 강한 산야 기운을 느끼게 하면서 노반장 보이차가‘보이차 중의 차왕’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노반장보이차는 봄(春), 여름(夏), 가을(秋) 차의 외형이 모두 같다. 만약 여름차(夏茶)를 건조시킬 때 날씨가 좋지 않아 잘 건조되지 않았다면 외형과 우린 잎의 색이 균일하지 않고 일부는 약간 갈색으로 변한다. 노반장보이차의 향기, 단맛, 회감은 봄차(春茶)가 여름차(夏茶)나 가을차(秋茶)보다 좋고, 쓰고 떫은맛은 여름차(夏茶)나 가을차(秋茶)가 봄차보다 약하다. 그러므로 노반장 보이차는 여름차(夏茶)와 가을차(秋茶)가 봄차(春茶)보다는 부드럽고 쓴맛이 적어 마시기 좋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소장용이 아니고 마시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여름차(夏茶)를 선호한다.

노반장 보이차 제조방법 중 살청(殺靑)하는 방법은 조상 대대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을 사용하여 타 차산의 보이차보다 오래 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차를 마시고 난후에 회감을 빠르게 나타나게 한다.

노반장 보이차의 원료는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보이차 시장에는 노반장 보이차라고 적힌 보이차들이 매우 많다. 순료 100%의 노반장 보이차들은 주로 애호가들이 소장하므로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진짜 노반장이라는 보이차도 100% 순료로 만든 보이차가 아닐 수가 있으므로 의심해봐야 한다.

보이차 시장에서 팔리는 가짜 노반장보이차를 구별하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를 유의 깊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첫째, 노만아와 신반장 보이차를 병배 하여 만든 보이차는 노반장 보이차의 맛과 비슷하다. 노반장 차산과 이웃한 노만아 보이차와 신반장 보이차는 외형과 구강촉감이 노반장 보이차와 매우 비슷하여 전문가나 현지인들이 아니면 외형과 향기, 단맛, 회감에서 구별이 쉽지 않다. 노반장과 노만아, 신반장의 주요한 품질의 차이는 쓰고 떫은맛의 지속도와 회감에 있다. 즉, 보이차의 쓰고 떫은맛은 노만아가 제일 길고, 그 다음이 신반장이며, 노반장 보이차는 가장 먼저 없어지면서 단맛의 회감이 빠르다.

둘째, 경홍시의 맹송 고차(苦茶: 쓴차)를 기본으로 하고 다른 지역의 보이차를 병배 하여 만들고 있다. 맹송의 차산은 같은 포랑산에 있으면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차는 노만아, 맹송의 2개 차산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다.

즉, 가짜 노반장 보이차가 만들어진 배경은 노반장 보이차를 마셔보지 못하고 이론적으로 쓴맛에 대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쓴맛 후에 빠른 단맛의 회감이 노반장의 보이차라고 인식하면서 가능해졌다. 이런 보이차들은 비교적 쉽게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외형을 보면 노반장 보이차처럼 찻잎이 크고 튼실하지 않으며 더구나 노반장 보이차처럼 새순이 크고 솜털이 많지 않다. 두 지역의 보이차를 마셔보면 쓰고 떫은맛에서 더욱 분명한 차이가 나는데, 단맛이 없으면서 쓰고 떫은맛은 더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가짜 노반장 보이차의 향기는 꽃 향이 적고 강하지 않으며, 순료 노반장 보이차에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지고 회감도 일반적이다. 우린 찻잎의 색은 균일하지 않고 잎이 크고 튼실하지도 않다.

셋째, 찻잎이 굵고 튼실하며 쓴맛이 강한 대지차로 만든 노반장 보이차이다. 이런 보이차는 노반장 보이차와는 외형과 구강 촉감이 분명하게 달라서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쓴맛 후에 단맛의 회감이 매우 부족한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보이차 시장에는 노반장 숙차도 나와 있는데 이런 보이차를 보면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그저‘허허 세상에 !’하고 웃고 지나치면 된다. 만약에‘정말로 노반장 보이차를 발효시킨 숙차이지요?’라는 질문이라도 한다면 보이차에 대해 너무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당해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넷째, 노반장 보이차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해마다 보이차 생잎 가격이 산지별로 나오는데 2017년 노반장의 봄차(春茶) 고수차 생잎 1kg 원가는 중국현지에서 중국화페 7,000위안으로 칠자병차를 만들 때 2.5kg이 필요하므로 총 17,500위안이 되며, 17,500위안을 7로 나누면 한편 당 2,500위안이 된다. 그리고 쇄청모차를 긴압하고 포장하는 비용과 인건비등이 추가됨으로 비용이 또 올라간다.

여기에 생산자인 보이차장의 이윤, 마케팅비용, 유통경비등을 추가하여야 하고, 국내 시장에서 유통될 경우를 보면  해당 수입사의 비용과 소비자까지의 유통단계에 따른 경비등을 포함하면 노반장 보이차 진품의 소비자 가격은 상당히 높게 책정될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시중에 노반장 보이차가 싸게 유통되는 것이 있다면 순료 100%가 아닌 병배된 노반장 보이차이거나 소수차 혹은 대지차를 병배한 노반장 보이차이다.

▲ 노반장 32호 고건충 사장과 노반장 32호 보이차, 노반장 보이차 중에 ‘노반장 32호’보이차는 현지 마을의 동네의사로 있는 고건충씨가 자신의 집 호수를 브랜드로 내걸고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에서도 매우 정직하다.

최근에 노반장 보이차는 진승호 차장의 제품은 믿을 수가 있지만 브랜드의 가치로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단점이고, 노반장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는 가격이 진승호 차장보다 약간 저렴하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노반장 보이차 중에 ‘노반장 32호’보이차는 현지 마을의 동네의사로 있는 고건충씨가 자신의 집 호수를 브랜드로 내걸고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에서도 매우 정직하다.

노반장보이차를 시음해보면 쇄청 모차를 사용하여 외형은 검고 밝으며, 잎이 단단하게 말려있고 새순이 굵고 솜털이 많다. 산야기운은 매우 강하며, 야생꽃 향, 과일 향이 일품이며, 향기는 산야기운의 향이 뚜렷하고 순수하며, 난꽃향과 화밀향(花蜜香)에서 나는 비슷한 향이 나타나고, 잔향이 강하고 오래지속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맛은 쓰고 떫은맛이 강하고 쓴맛이 빨리 단맛으로 변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며, 떫은맛이 없어지면서 침이 자연스럽게 고인다. 후운은 회감이 뚜렷하고 오래 지속되며 매끄러우며, 찻물색은 금황색으로 맑고 밝은색이 돋보이고, 우린 잎은 황록색으로 균일하고 윤기가 난다.
 

▲ 고 재 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호텔리조트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사)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사)한국관광호텔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컨벤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1997년 국내 최초로 와인 소믈리에교육을 도입하였고 와인을 학문으로 승화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불모지였던 워터 소믈리에, 티소믈리에 교육을 개설하고 학문적 영역으로 개척한 학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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