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피플] ‘한국 와인에 뫼르소를 입히다’ 화성 오노피아 최해욱 연구소장

국내 최초 와인양조기술자가 만든 한국 와인
승인2018.08.24 15:28:24
▲ 와인 연구소 오노피아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서울에서 멀지 않은 화성에 와이너리겸 와인 연구소가 생겼다. 바로 2017년에 문을 연 ‘오노피아(Oenopia)’다. 오노피아는 불어로 ‘와인양조기술자’를 뜻하는 오놀로그(Oenologue)에 유토피아를 합친 말인데, 이름만 봐도 와인 양조 기술에 방점을 찍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노피아. 이 이름에는 프랑스에서 양조학을 전수받은 최해욱 연구소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툴로즈(Toulouse) 3대학교에서 와인 양조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영동대학교 교수를 거쳐 와인연구소 및 와이너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포도 농사를 짓다가 와이너리를 열게 된 국내 와이너리들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는 오노피아를 방문하여 최해욱 연구소장과 이현준 연구원을 만났다.

Q. 오놀로그는 국내에서 생소한 개념입니다. 오놀로그란 무엇인가요?

오놀로그란 '와인 양조 기술자'이자 프랑스 법에 근거한 전문면허입니다. 우리나라의 식품기술사와 동급이지요. 오놀로그가 되기 위한 와인양조학 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면 프랑스에서 인정하는 이,공계 학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고, 졸업을 위해서는 2년간 120학점을 취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2번의 와이너리 인턴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때 와이너리에서 적격성을 평가받게 됩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해야 석사 학위와 면허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입학하면 첫 학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보통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에서 8시까지 수업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인들도 따라가기 힘들어합니다. 현재까지 한국인 오놀로그는 6명이 있으며, 제가 영동대학교에서 가르치던 제자 중 한명이 툴루즈 대학에서 이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Q. 오놀로그가 설립한 국내 와이너리로는 오노피아가 처음입니다. 어떤 계기로 오노피아를 열게 되셨나요?

오노피아는 와인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최종 품질을 분석하는 와인 연구소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이기도 하지만, 연구하는 일이 본질이니 연구소에 가깝습니다.

▲ 오노피아는 자체 시설을 갖추고 와인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소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15년 전 프랑스에 갈 때만 해도 와인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비뇽에 있는 관공서의 구내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부주방장까지 맡게 되었고, 음료 분야까지 담당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와인을 다루다보니 와인 전문가인 오놀로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프랑스 농림부가 발급하는 와인 양조기술자 면허 ‘오놀로그’를 취득했습니다. 제가 속한 오놀로그 협회의 정회원으로는 세계적 와인 메이커 미셸 롤랑, 에밀 페노 박사 등이 있는데, 한국인으로는 제가 세 번째 오놀로그입니다. 이후 전공을 살려 론의 고급 와인 산지인 샤토뇌프 뒤 파프의 샤토 라 네르트(Chateau la nerthe) 와이너리에서 1년간 근무하며 양조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여러 와이너리들을 둘러보니, 양조학 기술을 사용하면 상당수 와인의 품질이 개선될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양조 전문기술의 중요성을 알렸는데, 아무래도 생산자분들을 설득하려면 제가 알고 있는 기술을 적용해서 만든 와인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와인의 성분 및 품질분석이 제가 한국 와인업계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연구소만 운영하려 했지만, 이런 이유로 오노피아를 열어 와이너리와 와인 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Q. 오노피아의 정체성은 연구소였군요! 그렇다면 연구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나요?

우선은 의뢰받은 와인의 성분을 분석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와인의 산도나 향기 성분, 점도, 알코올 도수 등을 연구실에서 측정합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효모의 사용이나 발효, 오크통 숙성, 정제 등의 양조 방법을 컨설팅합니다. 해외의 유명 와인 산지에는 국가 차원에서 사용하는 향기 분석 체계가 있습니다. 와인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면 향 성분을 알아낼 수 있는데, 현재 오노피아에서도 이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와인 성분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 폴리페놀 성분을 측정하는 HPLC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이밖에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3년 연속 지원을 받아 국산 포도를 이용한 방향식초를 개발하거나, 국산청포도를 이용한 프리미엄 와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 사업체로부터 복숭아, 블루베리 등 여러 과일의 성분 분석을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건강한 과일을 재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양조 과정이나 위생 관리가 최종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겠네요. 그런데 요즘에는 와인을 만들 때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이 대세 아닌가요?

요즘은 테루아의 특성을 살리고 인위적인 힘을 최대한 줄여 와인을 만드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와인들의 품질과 맛이 보장되는 이유는 가문 대대로, 또는 그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요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추럴 와인이 무심하게 자연에서 난 포도 그대로, 늘 그자리에 있던 효모로 만들어지는 듯 하지만 해외 생산자들은 어떻게 해야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와인의 품질을 지켜낼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포도만 손으로 일일이 골라낸다던가 스테인리스 통, 이동식 펌프 등의 기구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처럼 작은 부분까지 신경씀으로써 와인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죠. 따라서 배경 지식과 경험이 있는 채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일과 없는 채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일은 다릅니다. 아직 와인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분석에 따른 양조 기술을 체계화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Q. 결국 최소한의 개입을 하더라도 와이너리에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오노피아의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 좌측부터 오놀로그 블랑 2017, 오놀로그 로제 2017, 오놀로그 루즈 2017<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현재 오노피아는 오놀로그 루즈(Oenologue Rouge), 오놀로그 로제(Rose), 오놀로그 블랑(Blanc) 3가지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이트, 로제 와인에는 16도에서 18도 사이의 저온발효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우수한 효모를 사용하여 아로마 성분을 극대화했습니다. 또 화이트 와인에는 국내 최초로 뫼르소와 몽라셰 등 부르고뉴 고급 와인에 사용하는 리숙성 공정을 도입했습니다. 리숙성을 통해 유기물의 함량이 높아지며 와인에 풍만감을 더한 것이죠. 프로방스 크뤼 클라세 오크숙성을 거친 로제 와인은 캠벨 와인 최초로 비날리 인터내셔널(Vinalies International, 프랑스 오놀로그 협회가 주관하는 와인 출품회)에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 오놀로그 와인들은 프랑스 리무쟁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레드 와인은 저온 침용을 통해 폴리페놀 성분과 향을 극대화하여 만들었습니다. 또 프랑스 리무쟁산 오크통을 수입해 과실향과 참나무 향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레드 와인도 비날리에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이 세가지 와인 모두 8월 31일부터 9월 2일 사이에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오놀로그 와인을 맛보시면 좋겠네요.  

▲ 오노피아 최해욱 연구소장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아직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많지만, 일단 냉철한 분석에 따라 와인을 생산하는 분위기가 자리잡는다면 한국 와인의 품질은 상향 평준화될 것이다. 다행히 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오노피아를 포함한 여러 와이너리가 선진화된 기술과 지식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활용하여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와이너리를 물려받은 2,3세대 생산자들은 해외에서 직접 교육을 받고 올 정도로 배움의 욕구가 크다. 이런 점에서 오노피아 와인연구소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 국내 와이너리와 연구소가 한국 와인의 앞날을 밝히길 기대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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