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와인에 대한 한글 번역 ‘표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필자가 와인서처(https://www.wine-searcher.com/)나 비비노(https://www.vivino.com)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외국어'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상황인데, 외국어 그것도 영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이태리어, 독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와인 초보자들이 ‘와인은 어렵다' 라고 하는 이야기 하는 부분에는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 뿐만 아니라 와인 라벨을 ‘읽을 수 조차 없다'라는 것이 큰 진입 장벽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 유튜브 와인 채널, Just Drink에서 와인 라벨 쉽게 읽는 법을 설명하는 에피소드. 레뱅드매일의 ‘날리(Gnarly)’ 와인 관련된 에피소드를 NG 부분에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님은 와인 라벨 그냥 읽으면 되고 라벨 좀 틀리면 어떠냐 라고 이야기하셨고, 저 역시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와인 업계에 있는 분들은 일반 와인 소비자들이 잘 읽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마련해주는 일은 꾸준히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와인 관련 한글 번역의 표준화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한글 번역의 표준화 필요성과 업계의 노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와인 관련 정보는 ‘정확한’ 한글로 표현할 것

와인을 잘 알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영어 정확하게는 라틴 계열 문자의 읽는 방법, 일명 ‘발음기호 읽는 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 발음기호 관련해서 영어와 이태리어 그리고 스페인어는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 읽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나머지 프랑스어를 비롯 독일어와 그 외의 언어들은 읽을 때 상당한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와인 명이나 와인 산지에 대해서 한국어로 정확하게 이렇게 읽는다 라고 하는 부분을 정하고 이를 알려줘야 혼동의 여지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글이라는 친숙한 언어로 표현이 되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대중을 와인의 세계로 끌어 들일 수 있겠죠.

가장 쉬운 예로, 우리가 흔히 먹는 ‘짜장면'이라고 하는 음식은 ‘짜장면'이 맞나 ‘자장면’이 맞는지 이슈가 있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둘 다 맞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래는 ‘자장면’이 맞지만, 관용적으로 ‘짜장면'이 많이 사용되면서 ‘둘 다 맞다' 라고 결론을 내게 된 것이죠.

와인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다음과 같은 것들이죠.

- Cabernet Sauvignon : 까(카)베르네 소(쇼)비뇽
- Chardonnay: 샤르도네 vs. 샤도네이
- Chateau: 샤또/샤토

위의 내용은 한글이 상대적으로 너무 우수한 나머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발음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특히, 외국어 표기인지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고,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응?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것이 어떤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그림은 와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21닷컴’의 예입니다.

Wine21.com에서 ‘소비뇽’으로 검색하면 4,763건인 반면, ‘쇼비뇽’으로 검색하면 528건으로 나옵니다. 쇼비뇽 이라고 검색을 하면 4천 건 이상의 와인 데이터를 볼 수 없는 것이죠.

Wine21.com에서 ‘카베르네'로 검색하면 4,138건인 반면, ‘까베르네'으로 검색하면 ‘1,371’건이 나옵니다. ‘ㅋ'이냐 ‘ㄲ'이냐의 차이로 3천건 가까이 검색에서 제외됩니다.

앞선 내용에서 보는 것처럼 ‘카베르네’와 ‘까베르네’ 등과 같은 단어를 혼용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그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해서 혼동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대로 결과가 안 나오니 ‘아 없는 와인인가?’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집니다. 비단 와인21닷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곳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런 현상은 와인 관련 한글 표기가 표준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와인21닷컴의 경우는 현재 저장되어 있는 용어를 ‘표준 용어’로 통일해서 와인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용자들은 ‘보다 더 멋대로' 와인 관련 데이터를 검색한다는 것입니다. 영어로 된 올바른 단어를 입력하기 보다는 사용자 본인들이 인지하고 있는 단어로 그냥 검색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가 어떤 한글 단어로 와인을 찾고자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시스템을 개발하는 부분에서는 이러한 단어를 모두 사전(Dictionary)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사용자가 입력하는 단어에 맞춰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 영어 : Cabernet Sauvignon
- 한글 표준어 : 카베르네 소비뇽
- 사용자 입력 한글 :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쇼비뇽,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쇼비뇽
*까쇼, 카버네, 카버넷, CS, C/S 등 약어와 붙여쓰기 포함

영어 Cabernet Sauvignon과 이에 준하는 한글 표준 단어인 ‘카베르네 소비뇽' 단어. 1:1로 매칭되어 있어야 ‘대표성'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력 한글' 부분을 별도 형태로 매칭함으로써 이 중 사용자가 어떠한 단어로 입력해도 내부에서 ‘한글 표준어' 형태로 변경해서 검색해 그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즉, 사용자가 ‘사용자 입력 한글'에 있는 어떠한 단어를 입력해도 표준 단어로 변환해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검색엔진에서 유의어 사전이라고 함)을 개발하고 이를 관리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합니다. 이런 의미로 ‘표준’은 굉장히 중요하며, 이러한 표준 위에 시스템이 제대로 개발될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업계 표준으로 공유되거나 활용될 수 있습니다.

▲ 구글에서 퍼지검색 활용 예제

구글 검색엔진의 경우 사용자가 잘못된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창 바로 아래에 ‘이것을 찾으셨나요?’ 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카버넷'으로 검색하면 2,770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고, 구글에서 제시한 ‘카버네'로 검색하면 약 3만 개 이상의 검색 결과가 표시됩니다. 우측에는 표준 단어인 ‘카베르네 소비뇽' 단어가 ‘지시그래프(Knowlege Graph)’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표시합니다.

또한, 이러한 표준안이 제정되고 널리 공표함으로써 와인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표준을 준수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이를 최대한 인지하고 사용함으로써 잘못 사용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새롭게 만드는 서비스에서 이러한 표준의 부재, 이로 인한 관련 사전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여하튼 이러한 ‘유의어' 처리 부분 이외에도 ‘카베르네 쇼비뇽 vs. 까쇼'나 ‘샤르도네 vs. 샤도'와 같은 단축어 (혹은 약어) 등과 같은 경우와, ‘화이트 vs. 블랑 vs. 비앙코'와 같은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 Synonyms)’ 처리 등과 같은 부분이 와인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들로 모두 잘 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 일본에서의 포도 품종 표기 표준화

일본어의 경우, Cabernet Sauvignon을 カベルネ・ソーヴィニョン으로 1:1 매칭. 일본은 이런 ‘표준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여서 업무 효율화와 불필요한 낭비를 방지하고자 합니다.

2010년 이후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와인명 관련 표준

그렇다면 혹시 이러한 ‘사전(Dictionary)’ 은 미리 만들어진 것은 없을까? 라고 생각하고 찾아 봤더니 국립국어원에서 2010년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리고 이탈리아어 와인 명 약 4,600여개에 대한 상표명 한글 표기를 확정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https://www.korean.go.kr/front/etcData/etcDataView.do?mn_id=208&etc_seq=143)

▲ 국립국어원 질의화면
▲ 국립국어원 표준 와인명

2010년 포도주(와인)에 대한 상표명 표기 및 2010년 당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약 4,600여개의 와인 종류를 한글 표기 내용입니다. 그 숫자도 적고, 단어 단위가 아닌 점 그리고 업계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와도 차이가 있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존재합니다.

이때 자료 이후로 업데이트 된 부분이 있는지 국립국어원에 다시 문의를 했지만 2010년에 만들어진 이후에 어떠한 표준 작업도 진행이 된 바 없다고 하는군요. 즉, 와인 업계에서 한글로의 표준화 작업은 2010년 이후로 진행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 국립국어원 2010년 이후 업데이트 내용

필자가 국립국어원에 와인명 관련 표준 내용을 질의한 모습인데, 2010년 이후로 업데이트 된 부분이 없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 데이터가 만들어질 때 시점이 2010년도로 그 당시에 약 4,600 개 정도였다면, 2019년 현재 와인21닷컴 기준으로 약 2만종, 기타 다른 부분까지 합치면 3만 개 정도가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와인 업계가 국립국어원과 함께 한글 와인명에 대한 표준 ‘개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와인명 역시 단어 단위가 아닌 와인 상품 단위이기 때문에 그 활용도 역시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과 함께 한번 더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인 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 선행

‘표준’은 IT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와인 분야에서도 중요합니다. 와인 업계에서 ‘AOP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규정이 왜 중요한지는 와인 업계에 계신 분이라면 잘 아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와인 업계에 계신 많은 원로분들이 이러한 표준화 작업을 하는데 앞장 서 주셔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님을 비롯해서 국제소믈리에협회 고재윤 회장님 등의 각종 협회와 단체,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님 그리고 소믈리에타임즈의 최염규 대표님, 그리고 WineOK.com의 유경종 대표님 등의 각종 온라인 미디어 업체, 그리고 와인리뷰 최훈 원장님이 활동하시는 오프라인 미디어 업체 등 이 와인 업계에는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와인 관련 각종 표준화 작업을 해주십사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업계의 원로분들이 큰 틀을 잡아주시고, 각 협회/단체의 실무자들이 워킹그룹 (Working group) 형태로 운영되는 형태로 진행하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 와인업계 공조가 절실
▲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와 한국와인생산협회 협약식

와인 업계 전문가들의 협력 관계 형성이 와인 업계 표준화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은 저와 같은 IT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시스템 형태로 개발하고 공개해서 일반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 관련 정보를 찾을 때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대한민국 와인 관련 시장이 좀 더 활성화하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치며,

‘표준'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며, 느리며 그리고 돈이 되는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그 ‘정통성’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반드시 그 표준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일이며, 이를 통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그 시장의 질서와 함께 혼동을 예방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느리고 답답하고 구속하는 형태가 되더라도 어딘가에 표준은 존재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용어의 한글 번역 표준화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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