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사용하는 양은 상상 이상이다. 그리고 와인 제조 후에는 방대한 양의 ‘포도 찌꺼기’가 남게 된다. 이는 와인 업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로 최근에는 포도 찌꺼기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01. 와인 포도 찌꺼기로 만든 술 '피케트(Piquette)'

▲ 피케트 <사진=Wild Arc Farm>

최근 저도수(Low ABV) 주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와인 포도 찌꺼기로 만든 술인 ‘피케트(Piquette)’ 역시 떠오르고 있다. 피케트는 포도를 압착하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물에 담가 침출시킨 뒤, 설탕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약 5~9% 정도의 ABV를 함유한 저도수 술이다.

음식전문매체 본아페티는 피케트(Piquette)는 일명 ‘와인계의 화이트클로(White Claw)’라고 설명했는데, 화이트클로는 탄산수에 알코올을 첨가한 주류 ‘하드셀처(Hard Seltzer)’ 제품으로 유명하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저도수 주류로 최근 미국에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소비자들에게 피케트는 와인과 같이 품종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숙취의 위험이 적다는 것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과 같은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감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와인메이커들에게도 와인과 더불어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02. 포도 찌꺼기로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신발과 옷

▲ W3RD와인팩 운동화 <사진=Mercer Amsterdam>

작년 7월, 지난 7월, 네덜란드 신발 제조사 머서 암스테르담(Mercer Amsterdam)가 포도 찌꺼기를 활용한 대체 가죽으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했다.

W3RD와인팩(W3RD Wine Pack)이라고 불리는 이 운동화는 비건(Vegan) 가죽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비제아(Vegea)와 협력해 만들어졌다. 비제아는 올해 초 패션 브랜드 H&M과 협력해 포도 찌꺼기로 만든 가죽으로 친환경 의류와 핸드백 제품군을 선보인 바 있다.

▲ 포도찌꺼기를 활용한 소재로 만든 옷 <사진=VEGEA & H&M>

또한, 스위스 다국적 의류업체 H&M이 와인 생산에 사용하고 남은 포도찌꺼기(Pomace)로 만든 가죽 대체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의류 제품들을 출시했다.

역시 비제아(Vegea)’가 만든 소재를 활용했으며, 가죽과 비슷한 질감이 특징으로, H&M이 지난 2017년 발견한 포도찌꺼기로 만든 식물성 가죽대체재다. 의류는 물론 핸드백과 신발에도 사용할 수 있다.

03. 와인 제조 폐기물, ‘레이싱카 연료’로 재탄생… “FIA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에 도입 예정”

▲ 르망 24시 경기 <사진=Wikimedia>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와인 생산 후 남은 폐기물이 모터스포츠용 연료로 업사이클되어 내년 프랑스 ‘르망 24시(24 hours of Le Mans)’ 레이스를 통해 팀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와인전문매체 디캔터지에 따르면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사는 프랑스 와인 제조 후 남은 잔여물을 활용해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만들어 다음 시즌 ‘FIA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FIA World Endurance Championship)’에서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터스포츠의 관리기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은 포뮬러1을 포함하여 보다 지속가능한 경주용 연료와 동력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왔다. 토탈에너지스 사는 “이번 연료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최소 65%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료 자체는 와인의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포도 찌꺼기와 같은 와인 제조에서 남은 재료를 에탄올로 만든 부산물인 ETBE(Ethyl Tertio Butyl Ether)와 여러 성능 첨가물과 혼합되어 만들어졌다.

FIA의 회장 장 토드(Jean Todt)는 “내구 레이스는 본래 우수한 연구 개발 플랫폼 역할을 해왔으며, FIA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이 100% 지속가능한 연료로 전환되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이다”라고 전했다.

04. 포도 부산물을 활용한 '스킨케어 화장품'

▲ 와인 제조 후 남은 포도 부산물을 활용한 '펠레그림스' <사진=Pelegrims>

영국의 새로운 스킨케어 브랜드인 펠레그림스(Pelegrims)는 항산화제가 풍부한 기초화장품 라인을 만들기 위해 켄트주 와인 산지에서 얻은 ‘포도 부산물’을 활용했다.

2020 빈티지 포도를 사용한 이 제품들은 지역 와인 제조 후 남은 포도씨, 포도껍질, 포도줄기를 활용하여 항산화 특성이 높은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된 추출물을 사용했다.

펠레그림스의 Jerome Moisan은 주류전문매체 더드링크비즈니스를 통해 “프랑스 사람들은 풍부한 식단을 먹음에도 심혈관 질환으로 덜 고통 받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로, 많은 사람들은 그 해답이 포도에 함유된 유용한 항산화 분자인 폴리페놀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하며 “프랑스인들은 와인 섭취를 통해 이러한 건강상 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하며, 부분적으로 포도와 숙성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의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스킨케어 제품에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용법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펠레그림스는 잉글리시 피노 누아 포도 추출물을 사용한 페이셜 오일과 페이셜 밤 그리고 핸드 클렌저를 출시했으며,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포도 부산물은 켄트 지역의 브랜드 연구소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웨스트웰 와인즈(Westwell Wines)의 빈야드에서 공급된다.

Moisan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Alex Verier는 “지속가능성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사용하고 강력한 포도 추출물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 브랜드와 미래 연구의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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