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믈리에협회 12대 회장 '권홍식 대표'

지난 1월 16일에 진행된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선거에서 광주 와인숍 '와인파트너'를 운영하고 있는 ‘권홍식 대표’가 12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인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그는 현재까지도 “와인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와인숍 운영, 와인 교육 그리고 대회 심사위원까지 다방면에서 열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는 그의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최근 한국소믈리에협회 12대 회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믈리에타임즈의 축하를 받으니, 회장 선출이 현실로 와닿는 느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소믈리에협회가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기쁨보다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협회의 회원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대한민국 와인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입니다.

Q2. 와인 업계에서 활동하신 지 20년을 훌쩍 넘기셨는데요, 처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야말로 우연이었습니다. 군 제대 후 미국 유학 중에 처음 와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국 후 미국에서 접했던 좋은 기억과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와인 동호회를 찾았던 것이 지금까지 와인업계에서 종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깊고 넓은 와인의 세계를 알아가면서, 무궁무진한 와인의 늪에 빠져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3. 현재 광주에서 '와인파트너'라는 와인숍을 운영하시고 계십니다. 어떻게 처음 와인숍을 오픈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와인숍의 와인 리스트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와인숍은 최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선친께서 조그마한 호텔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가업을 이어가면서 와인을 보다 심도 있게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싸이월드 '와인과 사람' 다음카페 '와인리더 소믈리에'의 광주 소모임을 만들고 광주에서 가장 활발한 와인 모임을 이끌어 왔습니다. 취급했던 와인들이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용 와인들이었고, 와인의 대중화 바람과 함께 보다 다양한 와인을 취급해 보고 싶어서 와인숍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와인 리스트는 여러 루트를 통해 검토해서 완성하고 있습니다. 수입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와인이 식품이기에 계절적으로, 또 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보다 면밀히 시음해서 와인을 발주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급적 맛을 보고 추천할 수 있는 와인들을 리스트업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시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와인도 물론이지만, 애호가들이 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와인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귀한 술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로의 개념 전환”

Q4. 아시다시피 2000년대 이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국내 와인 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왔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과거와 현재 국내 와인 문화의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귀한 술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료로의 개념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와인에 대한 정보 역시 그렇습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셀 수 없이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모든 개인이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와인 정보가 특정인의 전유물에서 모든 이의 것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와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런 사회 환경은 높게만 느껴지던 와인의 세계를 둘러싼 벽을 허무는 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와인이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술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음료이며, 만남과 대화를 즐겁게 만드는 매개체라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Q5. 최근 강의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와인의 대중화'가 빨라졌다고 강조하셨는데요, 대표님은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를 체감하시고 계시나요? 또한, 현재 국내 와인 시장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 혹은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와인을 전혀 마실 것 같지 않았던 지인들도 요즘 와인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 이후 와인의 대중화가 급속히 빨라진 듯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술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에 와인을 즐기는 수요가 늘었다고 봅니다.

아울러 수입하는 산업적인 면에서도 대중들을 위한 와인을 보다 많이 개발하면서 와인 가격의 거품도 많이 빠졌습니다. 특정 샴페인의 경우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요, 과거 10년 정도 걸려야 할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지난 2년 동안 바뀐 것처럼 느껴집니다.

와인의 즐거움은 다양성입니다. 최근 특정 유투버의 추천 와인들이 무척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해 가는 술이기에 어린 와인뿐 아니라 숙성되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들 역시 시중에 많이 소개될 수 있으면 합니다.

Q6. 초보자분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 또한 해오셨는데, 와인 입문자들이 와인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와인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시음온도라 생각합니다. 적절한 온도에 즐기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이에 어울리는 적합한 와인 잔이 준비된다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성립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식과의 매칭이 물론 중요하지만, 조화를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즐거운 자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나는 와인에 대한 정보를 미리 검색해 보고, 그 정보 속의 맛과 내가 느끼는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와인을 알아가는 큰 즐거움이라 생각됩니다.

와인을 시음하면서 맛을 느껴가다 보면, 내 입맛이 섬세해지고 바뀌어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때론 잊어버렸던 아니 잊고 살아왔던 그 맛을 느끼며, 지인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즐거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 "와인뿐 아니라 역사, 문화에 대한 기본 상식을 늘려가면서 와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키워가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7. 베테랑 소믈리에이자, 교수, 자격시험 평가 위원 그리고 현재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계신데요, 오랜 시간 동안 와인 전문가의 꿈을 키워나가는 많은 젊은 청년들을 봐오셨을 것 같아요. 같은 길을 걸어간 인생의 선배로서, 그분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요즘은 와인을 배우고자 하는 후배들도 무척 많이 늘고 있습니다. 저희가 와인을 배울 때 보다 훨씬 좋은 여건들이 있고 해외의 유수 기관에서 배워온 후배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와인은 숙성하면서 더 맛있어지는 것처럼 와인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와인을 알아가는 건 노력만큼이나 숙성의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느꼈던 그 와인의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느낌으로 올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와인을 설명하고 추천함에 있어 나와 다른 의견을 보다 경청하고 그것 역시 느껴보려 하면 와인의 또 다른 면을 이해할 수 있어요. 와인뿐 아니라 역사, 문화에 대한 기본 상식을 늘려가면서 와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키워가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8. 수십 년간 와인 업계에서 종사해오신 대표님의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선 한국소믈리에 협회의 산적한 일들을 잘 풀어가는 것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선후배의 소통의 장으로써 협회가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와인 시장이 커 가는 것만큼 코키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와인을 가지고 레스토랑을 찾는 분이 많아지는데, 발전적인 관점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소믈리에협회와 다른 단체와의 MOU를 통해 외식산업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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