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여름은 ‘슈퍼 엘니뇨’ 현상이 예고되면서 이상고온으로 인한 역대급 폭염이 전망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왕성했던 식욕도 뚝 떨어지는데, 이런 때일수록 시원한 먹거리가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손 씨는 얼마 전 더워진 날씨에 직장 동료들과 가볍게 냉면 한 그릇을 먹으러 갔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냉면이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점심’이 아니게 된 것이다. 

냉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네에 흔히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바구니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도 만원 안팎으로 나오던 금액이 이제는 같은 양을 사도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 이렇듯, 여름철 대표 먹거리인 냉면과 아이스크림의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아, 더는 가볍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격이 올랐을까?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서울의 10개 지역 대표 냉면(일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7%,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무려 2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스크림 역시 주요 3사(롯데웰푸드,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모두 지난해 대비 일반 소매점 기준 100~200원씩으로, 약 20~30%씩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 냉면 가격 (자료=한국물가정보)
업체별 냉면 가격 (자료=한국물가정보)

한국물가정보에서는 가격 상승의 원인을 알아보고자 냉면과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주재료의 최근 5년간의 가격 변화를 분석한 결과, 냉면은 평균 50.5%, 아이스크림은 35.2%의 상승률을 보일 만큼 주재료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냉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먼저 면의 주재료인 메밀 가격의 가파른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산 메밀의 경우 1kg 10,000원으로 5년 전 가격인 6,500원 대비 53.8% 증가했다. 국산 메밀 가격이 비싸서, 대체재로 사용되는 수입산 메밀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입산 메밀 가격은 1㎏ 당 4,383원으로 5년 전 가격(2,840원) 대비 54.3% 오른 가격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 외 식재료 역시 그 해의 기후 변화 등에 따라 해마다 가격 변화가 있으나, 2018년과 비교하면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비 상승으로 인한 재배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모두 올랐다.

냉면 재료 가격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냉면 재료 가격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의 원인 역시 비슷하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직접적인 식재료뿐만 아니라 인건비, 가공비, 물류비 등이 모두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빙과류 제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유와 설탕 가격이 계속 상승세다. 이 두 품목은 비단 빙과류뿐 아니라 제과나 제빵 등 다양한 식품에 영향을 미쳐 최근에 ‘슈가플레이션’이나 ‘밀크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설탕은 2018년 대비 21.5% 올랐고, 우유는 14.7% 올랐는데, 우유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사료 가격이 오르는 등 원유 가격이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을 보면 향후에도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탕 역시 국제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가운데, 올여름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내년까지 주요 원당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 가능성이 대두되며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하반기에 또다시 인상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

아이스크림 재료 가격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아이스크림 재료 가격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한편, 지금처럼 고물가 시대에는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반값 가격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많아지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 냉면 역시 갈수록 ‘집냉족’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가오는 7월에는 복날이 기다리고 있어 여름철 대표 보양 음식인 삼계탕을 HMR로 집에서 즐기는 가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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