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사진=수오서재>

대기업 사원에서 요리사로, 글 쓰는 셰프에서 칼럼니스트로, 정동현이 써내려간 한 그릇에 담긴 사람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당구장집 아들로 자라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유통회사에 입사한 후 서른을 앞둔 어느 날 별안간 사표를 던지고 영국 요리학교로 맨몸으로 떠났고, 뒤늦은 요리 열정을 불사르며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 일하던 꿈같은 시간을 통과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만두었던 회사에 재입사했다. 그 후 더 이상 직업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 저자는 때로는 군침 돌게 때로는 사무치게 만드는 맛깔나는 음식 칼럼을 쓰며 여전히 음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만들기 위해 견디고 버텨야 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돈가스에서 학창시절 친구를, 첫 데이트를 했던 연인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이제야 이해하는 아버지의 못다 한 속내를 떠올린다.

학교 기숙사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파하는 스무 살의 저자에게 방을 함께 쓰던 형이 사다 준 비닐봉지에 담긴 죽 한 그릇에 담긴 위로, 꿈도 허락하지 않는 밤을 통과하던 이름 없는 아시아 노동자를 아들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엄마의 부침개 한 장과 같은 음식 이야기다. 

살기 위해,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지만, 그 속에는 그곳의 공기, 내음, 분위기, 사람들까지 수많은 순간과 장면이 담겨 있다. 같은 음식을 두고 저마다 다른 추억을 지닌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왜 우리가 인스턴트 라면 하나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지 작은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책을 덮고 나면 허기진 배를 채울 음식보다 시절을 함께 지나온 그리운 누군가가 떠오르고, 많은 것이 그리워질 것이다.

저자 정동현 작가는 "책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맛이 있고 없다는 비평이 아니다. 그보다 음식에 담긴 추억과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만들기 위해 견디고 버텨야 했던 시간을 쓰고 싶었다"고 출판 소감을 전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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