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그리고 달콤한 반전 '아이스와인' <사진=Pexels>

서리와 눈 쌓인
소나무의 가지를 응시하려면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향나무와
멀리 일월의 햇빛 속에 반짝이는
거친 가문비나무를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워야 한다

바람 소리와
몇 안 남은 나뭇잎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그 소리는 대지의 소리
같은 헐벗은 장소에서 부는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눈 속에서 귀 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무(無)가 된 자는
그곳에 있지 않은 무와
그곳에 있는 무를 본다

- 월러스 스티븐스 <눈사람>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가슴에 구멍 하나 쯤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좋아집니다. 자신을 넘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구겨진 사람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조차 합니다. 고통의 연대가 주는 든든함 입니다.

고통과 통증이 달콤한 반전으로 나타나는 와인, 온몸을 겨울에 온전히 내 맡기고서야 태어나는 와인이 있습니다.

스스로 눈사람이 되어, 대지에서 부는 바람, 아침의 찬 서리, 얼어붙은 단단한 겨울의 대지 위에 버티고 서서, 달콤한 과즙을 안으로 삼키고서야 탄생하는 와인이 있습니다.

겨울의 영혼 같은 와인입니다.

바로 아이스와인입니다. 독일어로는 'Eiswein'이라고 하지요. 보통 미국 여행을 갔다가 면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나다산 아이스와인을 만나곤 합니다.

▲ 레이크뷰 아이스와인 <사진=Lakeview Wine Co.>

비달이라는 품종으로 주로 나이에가라 폭포 부근에서 생산이 됩니다.

위에 그림처럼 눈이 오고 추워져도 포도밭에 달려있는 포도가 있습니다. 보통 유럽에서는 9월부터 10월경에는 포도를 수확합니다. '빈티지(Vintage)'라는 말은 바로 이때 수확 한해를 뜻하지요. 그런데, 포도를 다 따지 않고 남겨둡니다.

▲ 아이스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사진=Pixabay>

포도송이를 수확하지 않고 놔두면 포도알맹이가 품고 있는 수분은 점점 증발하고 남아있는 포도즙은 농축되어 점점 달아집니다. 마치 건포도처럼요. 

유럽에서는, 주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포도의 성숙도나 당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있습니다.

▲ 독일 & 오스트리아의 포도의 성숙도나 당도에 따른 등급 <사진=@eyabrudyi>

그림을 보면 역삼각형으로 되어있는데 꼭지점으로 갈수 당도가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수확 당시의 당도) 보통 당도단위를 Brix(독일어로 Oesle)라고 표기하는데 보통 당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사용합니다.

발효는 포도즙에 들어 있는 당분이 효모의 작용으로 알코올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완전히 발효가 진행되면 당분이 알코올 전환되었기 때문에 당도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를 드라이(Dry)하다고 표현합니다. 완성된 와인의 알콜도수는 대개 9%에서 15% 정도 입니다. 100g의 포도당이 발효되면 에틸알코올이 51.3g, 탄산가스가 48.7g 정도가 나오게 됩니다.

포도의 당도는 'Brix'라는 단위를 사용하며 포도즙에 함유된 당분 농도에 0.55를 곱하는 숫자가 대략 예상할수있는 와인의 알콜도수입니다. 포도즙의 당도가 26Brix 면 약 12% 정도의 와인이 됩니다.

더 정확하게는 '(당도 x 0.465)/0.8=알코올도수'입니다. 위에 측정기에 나와 있는 당도가 37.4 Brix지요? 위에 계산대로 하면 약 13.9128% 의 알코올도수가 나옵니다.

▲ 아이스와인의 수확시기 <사진=RichardBH>

아이스와인의 수확시기는 보통 이맘때쯤 입니다. 저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다가 불려 나간 기억이 있습니다. 포도알맹이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특유의 농축된 향이 만들어지는데 대괸령 용대리에서 황태 만드는 것을 상상하시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수확할 때의 기온은 영하 6도에서 7도 사이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더 낮으면 포도 알맹이가 부서지고, 포도즙을 추출하기가 힘들겠지요?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으면 포도를 수확하면서 압착기에 옮기는 동안 얼음이 같이 녹으면서 좋은 포도즙을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그 뒤, 빨리 압착기에 옮겨서 포도즙을 추출하고, 발효를 진행하면, 아이스와인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기지 않나요?

당도가 높기 때문에 발효 후에 알코올도수도 꽤 높아야 하는데 우리가 만나는 아이스와인의 알코올도수는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이유는 발효가 진행되다가 효모박테리아가 더 활동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 아이스와인과 블루치즈

세계적인 와인 산지는 프랑스 쏘떼른, 독일, 오스트리아, 헝거리 토카이를 꼽습니다. 서비스온도는 보통 화이트 와인보다 좀 더 차갑게 하는 것이 좋으며, 식사 후에 디저트와인으로 마시는데 블루치즈와 같이해도 좋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차가운 아이스와인 한잔으로 지친 영혼에 겨울의 영혼을 선물해 보시면 어떨까요?

▲ 헨리 오브 팰햄, 리슬링 아이스와인 <사진=Henry of Pelham>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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