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직장에서 커피 한 잔을 엎지르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예를 들자면 커피가 서류 혹은 키보드에 쏟아진다거나, 의자에서 여름 내내 버려진 스타벅스 커피 냄새가 난다거나 같은 상황들이 있는데, 유럽 항공우주 방위사업체 에어버스(Airbus)의 조종사들 역시 이러한 짜증 나는 순간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한다.

월드오브에비에이션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이전 A350 항공기 구조가 조종사들이 커피잔을 넘어뜨리기 쉬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전체 제어판을 재설계했다고 한다.

지난 8개월 동안 두 대의 A350-900 항공기는 엔진 시동 스위치와 일부 전자 항공기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 제어판에 흘려진 음료 때문에 엔진 정지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된 이유는 조종석에 있는 컵홀더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조종사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제어판을 ‘커피 테이블’ 역할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유럽연합항공안전국은 센터 콘솔의 모든 액체를 금지했고, 에어버스는 조종사 구역을 액체 없는 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비행 매뉴얼을 업데이트했다. 한 항공 웹사이트는 “유럽의 훌륭한 항공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미국 규격의 커피가 아닌 프랑스 규격의 커피 컵홀더를 만들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에어버스는 컵홀더를 더 크게 만드는 대신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액체 유출에 내성이 있는 제어판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이러한 커피 사고의 위험은 해외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2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한국으로 가던 델타항공 여객기가 엔진 고장으로 인해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공항에 비상 착륙했는데, 당시 엔진고장 15분 전 조종사가 조종석 중앙 ECAM에 음료를 쏟았고, 고장 이후 엔진 재점화를 시도했지만 엔진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1월 9일, 인천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 A350은 엔진 이상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회항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조종사가 커피를 흘린 지 1시간 만에 엔진 고장을 일으켜 발생한 사고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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