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얼굴이자, 와인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와인 라벨(레이블)'.

전통적인 라벨에는 와인의 품종과 빈티지, 생산지역과 와이너리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디자인을 통해 와인메이커의 메시지, 역사, 스토리를 담기도 하며, 최근에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이미지로 느낌만 전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하다.

와인의 향과 맛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라벨의 의미나 메시지를 알고 와인을 즐기면 좀 더 색다르게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연말의 테이블에 의미있는, 재밌는 디자인이 담긴 와인과 함께 즐겨 보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클래식함부터 펑키함까지 다양하게 디자인 된 와인 라벨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1. 그레이프 그라인더 피노타쥐 2014 / 그레이프 그라인더 슈냉블랑 2014
권장소비자가격 각 27,000원

▲ 그레이프 그라인더 피노타쥐 2014(좌) / 그레이프 그라인더 슈냉블랑 2014(우) <사진=레뱅드매일>

남아공의 웨스턴케이프 지역 와인으로 피노타쥐 품종으로 만들어진 레드와인과 슈냉블랑 품종으로 생산된 화이트와인이다. 품종마다 특별하게 나타나는 아로마를 이미지화 한 것이 라벨의 특징으로, 피노타쥐 레드와인에는 코와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모카 커피의 이미지를, 슈냉블랑 화이트와인에는 복숭아의 이미지를 라벨에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와인의 아로마의 맛을 상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2. 보데가스 까레 핀카 반깔레스 2017 
권장소비자가격 40,000원

▲ 보데가스 까레 핀카 반깔레스 2017 <사진=레뱅드매일>

최근 12월 출시된 와인으로 예술 작품으로 라벨 디자인을 구성했다. '까레'는 얼굴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인물 추상화 아티스트인 '엔리께 또리호스(Enrique Torrijos)'의 작품을 와인 라벨 디자인에 콜라보 하였다. 비건 와인인 보데가스 까레 핀카 반깔레스는 80년 이상의 올드바인에서 재배한 가르나차 품종으로 생산된 레드 와인으로 2021 제임스서클링 89점 등 뛰어난 수상내역을 가지고 있는 가성비 비건 와인이다.
 

3. 골프와인 챔피온 / 롱디스턴스 / 니어핀
권장소비자가격 각 79,000원 / 39,000원 / 39,000원

▲ 골프와인 3종, 좌측부터 챔피온, 롱디스턴스, 니어핀 <사진=올빈와인>

골프라는 스포츠는 와인과 연관이 있는 종목이다. '골프를 치는 이유가 와인이다' 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골프와인으로 기획된 와인 3종은 퍼터, 우드(드라이버), 아이언의 이미지를 라벨에 담아 각각 챔피온, 롱디스턴스, 니어핀 이라는 컨셉을 표현하고 있다. 챔피온은 이태리 아부르쪼 지역의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레드 와인으로 좋은 밸런스를 갖고 있으며, 롱디스턴스는 스페인 가르나차 틴토레라 품종으로 만들어진 파워풀한 레드 와인, 니어핀은 포르투갈 베이라다 지역에서 생산된 화이트 블렌딩 와인으로 섬세한 향과 맛이 특징이다. 

4. 돈나푸가타 안씰리아 2020 /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쏘 2017
권장소비자가격 각 43,000원 / 85,000원

▲ 돈나푸가타 안씰리아 2020(좌),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쏘 2017 <사진=나라셀라>

이태리 시칠리아 최고의 와이너리로 평가받는 돈나푸가타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에 대한 후원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와인의 라벨 디자인에도 신경 쓴 것이 눈에 띈다. 라벨에 와인의 특징을 이미지화 하였는데, 신선함과 상쾌함을 담은 안씰리아 라벨 속의 여성은 한 때 시칠리아에 존재했었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잊혀진 엘리미언즈(Elymians)를 상징하며, 이는 문명의 신비로움과 사라진 문명의 덧없음을 표현 한 것이다. 술 불카노 로쏘의 임팩트 있는 이미지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산 중 하나인 에트나 화산의 에너지를 컬러풀한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형상화 하여 라벨에 담아내 와인의 다채로운 맛을 표현하고 있다. 
 

5. 인쉽스클로딩 2018
권장소비자가격 75,000원

▲ 인쉽스클로딩 2018 <사진=SPC타이거인터내셔날>

늑대의 얼굴을 한 양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이 전면 라벨에 프린팅되어 있다. 메종 누아 와이너리는 이전부터 펑키하고 힙한 레이블 디자인으로 유니크하고 독특한 가라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의 이름인 인쉽스클로딩(In Sheep's Clothing)을 굳이 번역하자면 '양의 털 속'인데, 유명한 이솝 우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표현했다. 라벨의 모습으로 상상해 보면 와인은 부드럽게 다가오지만 입에서 매우 강렬할 것만 같다. 실제 이 와인은 미디움 풀바디의 와인으로 과실의 품성함이 담겨있으며 스모키함도 선사하며, 묵직함과 복합미로 클래식한 카베르네소비뇽의 특징을 보여준다.
 

6.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7
권장소비자가격 71,000원

▲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7 <사진=나라셀라>

이태리 토스카나 지역의 산지오베제 80%, 메를로&카버네소비뇽 20%로 블렌딩 된 이 와인은 이태리 첫 번째 끼안티 DOCG이자 이태리 왕실 지정 공식 와이너리의 와인이다. 리제르바 두칼레는 수 많은 이태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생산자들이 벤치마킹 했을 정로 품질이 뛰어나다. 라벨 디자인은 화려함 보다 과거의 시간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클래식함으로 와인의 역사와 그들만의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7. 라로쉬 샤블리 생마르땡 2019
권장소비자가격 83,000원

▲ 라로쉬 샤블리 생마르땡 2019(좌), 보틀 칠링 전/후 비교사진(우) <사진=레뱅드매일>

이 와인의 특징은 보틀의 색이 변화하는 것이다. 생 마르땡 성인을 기리는 그림이 각인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칠링이 되면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각인 색이 바뀌어 특별함을 전하는 한정판 보틀이다. 부르고뉴 샤르도네 와인으로 프랑스 수호성인 생 마르땡(Saint Martin)의 스토리를 와인에 담은 라로쉬의 시그니처 와인으로, 산뜻한 미네랄 향과 풍부한 과일의 맛이 일품이다.
 

8. 크리스토
권장소비자가격 80,000원

▲ 크리스토 <사진=보틀샤크>

마리에따 셀라의 창립자인 크리스 빌브로(Chris Bilbro)는 빈야드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를 이용해 소시지나 햄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와인과 함께 제공했는데 크리스토와 페어링 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아 라벨에 돼지코를 그려 넣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러한 라벨에 담긴 이야기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게 될 때, 크리스토와 꼭 함께 먹어보고 싶게 만든다. 향긋한 블랙베리의 과일향, 스파이시한 허브향, 묵직한 바디감은 맛있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요리와 함께 마셔보고 싶게 한다.
 

9. 피스트풀 오브 러브 2020
권장소비자가격 96,000 원

▲ 피스트풀 오브 러브 2020 <사진=SPC타이거인터내셔날>

양조장의 틀을 깨며 북유럽 도심속 최초의 와이너리로 이름을 알린 '와인 메카닉'은 그들의 와인 라벨에서도 그 자유로움을 담고 있다. 독일 팔츠 지역의 스페트부르군더로 생산된 피스트풀 오브 러브 와인, 직역하면 '사랑의 주먹' 이라는 뜻인데 그 의미 그대로를 라벨에 표현했다. 포도를 한 손으로 으깨고 있는 이미지 외에 아무 텍스트가 없는 디자인이지만, 라벨을 통해 이 와인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와인의 아로마와 맛을 상상하게 한다. 라벨의 이미지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로즈힙, 아카시아, 신선한 레드 과실 풍미와 신선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10. 더 시즌 와인즈 바이 세리 팍 시즌 1, 3종
권장소비자가격 80,000원 ~ 120,000원

역사적인 스포츠 선수의 인생을 담아 라벨에 표현한 와인이 있다. '더 시즌 와인즈 바이 세리 팍(The Season Wines by Seri Pak)' 시즌 1은 3개의 에피소드('리세스(Recess)', '리플렉트(Reflect)', '리메이크(Remake))로 구성되어 골프 선수로서 인생의 1막을 지나온 박세리 감독이 사업가, 방송인, 멘토로서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벨에는 박세리 감독의 어린 시절 추억을 형상화한 필름 스트립으로 제작되었으며, 친구들과 자주 들리던 대전 오일장과 개울가, 골프 연습장 등의 사진이 녹아 있으며 동시에 각 와인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11. 퀴베 콕시넬&파피용 2016
권장소비자가격 120,000원

▲ 퀴베 콕시넬&파피용 2016 <사진=크란츠코퍼레이션>
이 샴페인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CHAMPAGNE L&S CHEURLIN은 5헥타르 유기농 인증 등 3개의 관련 유기농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이 샴페인은 자연과 함께 생산되어 '낮 12시 초록 나무 숲 사이에서 한 줄기 노란 빛깔의 햇살과도 같다'라고 표현되는데, 와인 보틀과 라벨의 귀엽고 붉은 색의 벌레를 통해 이러한 특징을 담고있다. 빛나는 컬러감, 복숭아와 살구, 카모마일의 달콤하고 시원하지만 신선하고 크리미한 기포감이 와인의 특징이다. 

1​2. 스윗베리와인 2018
권장소비자가격 140,000 원

▲ 스윗베리와인 2018 <사진=SPC타이거인터내셔날>

미국 내추럴 와인의 셀럽 '라스자라스'의 와인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어 출시되는 와인 마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와인 라벨 디자인도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여 힙함을 담고 있다. 스윗베리와인의 라벨에도 단순 와인 정보를 담기보다 와인의 특징인 블랙베리와 크랜베리, 무화과, 허브의 향과 집중도 있는 과실의 아로마를 느낌있는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13. 파 니엔테 샤도네이 2019
권장소비자가격 205,000원

▲ 파 니엔테 샤도네이 2019 <사진=나라셀라>

화려하고 웅장한 라벨 이미지에는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파 니엔테 와이너리'가 멋지게 그려져 있다. 1885년 골드러시 불음 타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존 벤슨이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1979년 이전 명성을 되찾으며 나파밸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족적인 와이너리로 발돋움했다. 라벨의 이미지에는 금빛 테와 포도나무 잎으로 장식된 와이너리가 그간의 역사와 지금의 명성을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으로 담아 표현해내고 있다. 와인의 스타일 또한 라벨과 같이 클래식함과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인이다.

이처럼 라벨을 통해 와인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흥미롭다. 와인도 그림이나 음악, 문학처럼 아는만큼 즐길 수 있다. 라벨의 디자인에 담긴 메시지와 의미를 알고 와인을 즐기는 것은 와인을 2배로 즐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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