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흙바람 풀풀 날릴때가 있지요.
이런 날은 막걸리입니다.

뜨뜻한 방구석에 낑겨앉아 막걸리에 배추전을 먹을일 입니다.
인사동 구석집으로 애인 불러내어 속닥한 낮술한잔도 그윽하겠습니다.
쭈욱 들이키고 여인 한번, 창밖에 빗줄기 한번 쳐다보면 참 흐믓하겠습니다.
일찍 어둑해진 창밖 바라보며 촛불이라도 밝힐 일 입니다.

남도 어디매쯤 훌쩍 떠나 낮선 여인과 다방에서 쌍화차 한잔 나누면 참 행복해질 것 입니다.

막걸리 한사발에 꽁꽁 매어놓았던 속내를 풀어제키고 듣는 질편한 육자배기도 어우릴것 입니다.

좋아하는 해창막걸리나,
걸쭉한 금정산성 막걸리,
아버지께서 즐기시던 대강막걸리 한사발이면 흙먼지 폴폴나리는 영혼에 단비가 내릴듯 합니다.

서양 막걸리 Sturm이 떠 오릅니다.
빈필의 신년 음악회 없이 새해는 시작되지 않고, 슈투룸없이 빈의 가을은 시작을 못합니다.

슈투름은 새로 수확한 포도를 짜서 만든 주스에 이스트를 넣어 발효한 것입니다.
당연히 포도주스와 같은 맛이 있으면서도 알콜이 포함되어 있지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몇 잔을 계속 마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알딸딸해 지는 음료입니다. 알콜 함량은 보통 맥주와 비슷한 4%, 슈투름이라는 말은 폭풍이라는 뜻입니다.

질풍노도의 시대,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이라는 용어에서 볼수 있는 그 슈투름이죠.
색깔이 흐리기 때문에 폭풍과 같다는 별명을 붙였지요.

원래 독일에서 시작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로 전파된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슈투름을 페더봐이써(Federweisser)라고 부릅니다. 페더(Feder)는 깃털을 말하며 봐이쓰(weiss)는 하얗다는 뜻인데, 음료수의 위에 떠 있는 거품이 후- 불면 날아갈듯 가볍고 또한 하얗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붙여졌습니다.

오스트리아 Wachau지방의 와인 등급에도 Stein-feder 라는 등급이 있지요.
슈투름(페더봐이써)은 보통 4%이지만 독일사람들은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10%로 도수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10%정도로 알콜도수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수확한 포도를 눌러짜서 만든주스를 머스트(Must)라고 부릅니다. 슈투름은 무스트의 단계에서 누룩(이스트)을 넣어 발효시킨 것입니다. 포도주스에 이스트를 넣으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포도에 들어 있는 과당(fructose)이 알콜과 이산화탄소(glycolysis)로 분해되기 때문이죠.

알콜 농도가 4%가 되었을 때 병입해서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슈투름 또는 페더봐이써입니다.

슈투름을 오래 두면 당분이 계속 알콜 성분으로 분해되어 결국 알콜 농도가 10%까지 이르게 됩니다. 포도의 탄산화 때문에 슈투름은 포도로 만든 탄산수를 마시는 것처럼 싸하고 시큼떨털 합니다.
영락없는 막거리입니다.

탄산화가 진행될수록 색깔이 짙어 지게 되는데, 간혹 호박(앰버)색을 띠기도 하고 엷은 갈색을 띠기도 합니다. 슈트룸(페더봐이써)을 댓병에 담아 파는데, 한 병에 3유로 정도입니다.

적포도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에는 페더봐이써라고 하지 않고 페더로터(Federroter) 또는 로터 자우저(Roter Sauser) 또는 로터 라우셔(Roter Rauscher)라고 부르죠.

슈투름은 발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마시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사 놓으면 하루 이틀 안에 마셔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은 반드시 세워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스가 새어나가게 할수 있으며 거품이 흘러 나오는 것을 방지할수 있지요.

전통적인 음식궁합은 츠비벨쿠헨(Zwiebelkuchen) 인데, 오니언(양파)을 쪄서 주재료로 삼아 만든 파이입니다. 누룩으로 발효한 밀가루 반죽에 베이컨, 크림, 캐러웨이(Caraway)라는 향신료의 씨 등을 넣어 만듭니다.

알사스 지방에서는 플람쿠헨(Flammkuchen)이라는 비슷한 음식이 있고, 스위스의 바젤에서는 키쉬(quiche)라는 음식이 독일의 츠비벨쿠헨과 비슷합니다.

슈투름에는 비타민 B가 흡뿍 들어 있어서 건강에도 좋습니다.
영혼에 흙바람 풀풀 날리는 날은 막걸리입니다.
이리저리 서성거릴 일 입니다.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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