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서 추석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지난해보다 26,500원(9.7%) 오른 301,000원, 대형마트는 24,600원(6.4%) 오른 408,420원인 것으로 조사돼 물가 고공 행진이 한층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22년 추석차례상 전통시장 / 대형마트 물가 비교 <사진=한국물가정보>

특히 재작년 상차림 비용이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대 25% 가까이 올랐고, 지난해도 재작년보다 소폭 상승해 여전히 높은 물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10% 가까이 상승한 상차림 비용은 이제 완연한 ‘고물가 시대’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작년 대비 가격이 내린 쌀과 견과류의 밤이 아니었다면, 전체 비용은 10% 정도가 아닌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을 것이다. 이 몇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중 압도적인 상승 곡선을 보인 품목은 채소류다. 특히 채소류 중 애호박의 경우 지난해 가격보다 무려 3배가량 올랐으며, 다른 채소류도 길었던 장마와 폭염, 그리고 최근 기록적 폭우 등 기상 악재 등의 영향으로 작년 대비 평균 5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그 외에도 유가, 국제 곡물, 팜유 등과 같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 역시 차례상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선임연구원은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아직 햇상품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이라 변수가 많지만, 현재 육류를 제외한 채소, 과일 등 대부분의 제수용품들이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품질은 낮지만, 가격은 높게 형성되어 있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최대한 추석에 가까운 날에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과 할인쿠폰 투입을 역대 최대 규모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에 따르면, 비축 물량 방출과 긴급 수입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20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수준인 23만 톤가량 공급할 계획이며,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65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귀성 및 귀경길 교통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2020년 추석부터 중단했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물가정보에서 발표한 주요 품목별 시황 및 가격은 아래와 같다.

▲ 2022년 추석 차례상 물가정보 <사진=한국물가정보>

과일류‧견과류: 예년보다 보름가량 이른 추석으로 과일류는 아직 햇사과(홍로)와 햇배(신고)가 본격적인 출하 전이라 변수가 존재하지만, 길었던 장마 기간에 내린 비로 과실이 갈라지게 되는 '열과 현상'과 고온이 지속돼 햇볕에 '데임 피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도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낮아지는 등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공급량이 줄며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없어 폭발적인 가격 상승은 없었다. 추석맞이 햇상품이 출하되는 초기에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지만, 햇과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견과류 중 밤은 태풍 피해 없이 생육환경이 양호해 생산량이 증가하며 작년 대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

나물류‧채소류: 나물류와 채소류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나물류는 이례적인 가격 상승을 보였다. 역대급 폭염 피해로 가격이 오른 시금치를 비롯해 고사리와 도라지는 기상악화로 인한 생육 부진으로 산지 생산량이 줄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입량과 작업량까지 감소해 공급량이 줄며 가격이 올랐는데, 올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채소류는 긴 장마 이후 폭염과 국지성 호우로 오름세를 보이던 중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가격이 급격히 치솟았다. 흐린 날씨에 햇볕이 일정치 않은데, 폭우 이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폭염이 반복되는 등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우천 후 찾아온 폭염에 잎사귀와 뿌리가 녹고 썩는 등 생육이 부진하고, 하우스 재배는 기상악화로 햇볕은 일정치 않은데 지난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마저 생겨 작황이 좋지 않다.

육란류: 코로나19 이후 계속해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육류는 높은 수요 속에서 올해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룟값이 올라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생산비용이 높아지며 해외 소고기 생산량이 감소하였고, 일부 국가에서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는 등의 여러 요인이 겹쳐 국내 육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달걀 역시 큰 가격 변화는 없으나,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폐사로 금란(金卵) 파동을 일으킨 이후 계속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물‧과자류‧주류‧기타: 햅쌀과 쌀이 주재료인 떡 가격이 내렸다. 쌀은 지난해 벼농사가 풍년을 맞아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88만 톤이 생산되어 약 37만 톤가량 과잉 공급이 되었다. 재고는 쌓여있는데,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소비량이 현저히 줄은 상황에서, 추수를 앞두고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공급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밀과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소면과 밀가루, 그리고 기름을 재료로 많이 쓰는 약과와 산자 가격이 올랐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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