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범 소믈리에

2017년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한 제16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최고의 소믈리에가 된 김진범 소믈리에를 만났다. 현재 그는 한식 레스토랑 '다담'에서 근무 중이며 오는 9월 오픈 예정인 '모수'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무더위가 푹푹 찌는 8월 초 성수동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Q. 우승 축하드립니다. 우승하시고 약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어떠신가요?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나진 않았는데 벌써 너무 과거의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져요. 물론 축하도 많이 받고 감사합니다. 이제 완전히 다시 본 생활과 업무로 돌아와서 충실히 일하고 있습니다.  

Q.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은 아니시죠? 대회에 출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번 소펙사 대회는 세 번째 출전이구요. 첫 번째 대회 이후 작년에 두 번째, 올해가 세 번째 출전이었어요. 저는 여러 대회에 많이 출전하는 편이에요. 대회를 출전함으로써 얻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대회라는 목표를 두고 공부를 하게 되면 훨씬 집중력도 많이 생겨요. 준비하면서 업장에서는 많이 하지 못했던 서비스나 이론적인 부분을 대회를 통해서 많이 배우는 편이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대회에서 운이 좋게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그때 이후로 무대에 대한 공포증이 많이 사라졌고, 여러 가지 대회도 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첫번째 대회 출전과 비교해 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개인적으로는 대회에 대한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공부만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기게 되더라고요. 우승 또는 입상, 아니면 결선 진출이라는 여러 가지 목표가 생겼어요.

대회의 경우 시험문제 출제 경향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출전하고 4년 정도 흘렀는데, 그때와 지금이랑은 많이 바꼈구요. 시험 문제 자체가 조금 더 심도 있어지고,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것 같아요. 와인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주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스피릿이 준결승 때 나왔고, 결선에서도 칵테일이 나왔습니다.

점점 소믈리에가 와인만 다루는 게 아닌 다양한 음료, 주류를 다 총괄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 요즘 추세인 것 같습니다. 

Q. 예선부터 결선까지 4개월 정도 걸렸어요, 준비하는 데 힘들진 않았나요?

아무래도 준비를 하다 보면 잠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업장 스케줄 소화하면서 제 개인적인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항상 대회를 출전하면서도 매번 느낍니다. '아, 내가 왜 이걸 다시 시작했지?' 그러면서도 얻는 게 굉장히 많아서 저도 모르게 대회를 신청하고 있더라고요. 

Q. 대회에서 특히 집중했던 포인트가 있었나요?

제가 약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잘 못해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 준비할 때에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중점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지원을 해줘 광범위하게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중점적으로 집중했던 게 있다면 블라인드 테이스팅 연습이었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결선 종목이 있나요?

두 번째 레드와인 서비스가 조금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레이블을 보여주고서 고객님이 그 레이블을 확인하고자 흔들었을 때 침전물이 섞이는 상황을 가정한 것 같더라고요.

▲ 김진범 소믈리에가 지난 제16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에서 레드와인을 아소 오프너를 사용해 오픈하고 있다. <사진=소펙사 코리아>

그거랑 아소(ah-so)라는 기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사실 생소했었죠. 국내 대회에서 '아소를 쓰시오'라고 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대회 중 혼자만 아는 실수가 있었나요?

다행히 이번에는 큰 실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첫 대회 나갔을 때는 1차 관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서 코로 와인을 마셨었어요. (웃음) 근데 올해는 기억에 남는 실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Q. 대회 준비를 도와주신 분이 계신가요?

항상 이런 자리가 있으면 저는 유영진 지배인님을 많이 말씀을 드려요. 제가 서비스업, 소믈리에라는 길을 이끌어 주신 분이기도 하고, 소믈리에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저한테 롤모델이시기도 합니다.

또 이번에 안중민 소믈리에가 자기 일처럼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었거든요. 그래서 그 두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결선에 올라갔던 SPC 한희수 소믈리에와 준비를 같이 했습니다. 준결선 때부터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나 서비스 연습도 같이했습니다.

Q. 소믈리에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원래 기계공학과 출신이에요. 그래서 저는 자동차 엔지니어 말고는 다른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군대에서 후임과 같이 초소근무를 나갔는데 그 친구 꿈이 바리스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리스타가 와인 하는 거니?'라고 물어봤어요. 그때 와인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었거든요.

그 후임이 와인에 대한 직업인 소믈리에에 대해 얘기를 해줬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들으니 술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매력들을 많이 느꼈어요. 술을 좋아하기도 했고, 바로 매력에 빠져 그다음 날 책을 주문했죠.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에 저는 서비스업이 제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뷔페 알바가 전부였긴 했지만, 막상 서비스업을 해보니 재미있는 것 같아요. 기계공학과를 했었어도 잘했을 거라는 믿음은 있는데, 이렇게 재밌진 않았을 것 같아요. 소믈리에가 훨씬 더 재밌는 것 같아요. 

Q. 본인의 일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매번 손님들이 오셔서 '정말 맛있게 와인 먹었어요', '음식이랑 너무 매칭이 좋았어요' 라던가, '추천해주신 와인 다음에 또 사 먹으려고요, 이거 어디서 살 수 있어요?' 뭐 이런 말씀해주실 때마다, 그때가 제일 기쁜 것 같아요. 딱 한 가지의 큰 에피소드는 많지는 않은데, 그런 하나하나들이 이 업을 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있나요?

지금 딱 기억에 남는 것은 샤또 하야스(Chateau Rayas Chateauneuf du Pape)라는 와인이 기억에 남아요. 샤또네프 뒤 파프라는 프랑스 론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인데요. 그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그 감흥은 아직도 그 맛이 생각날 정도로 너무 맛있게 마셨던 와인이에요. 

그르냐슈 품종 100%로 만드는 샤또네프 뒤 파프 와인인데, 제가 갖고 있는 편견을 완전히 깬 와인이었어요. 샤또네프 뒤 파프는 굉장히 강하고 알콜도 세고, 탄닌이 강하고, 그르나슈 품종이 좀 더 재미(Jammy)한 그런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저는 피노누아를 마신 것처럼 너무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와인이어서 제 편견을 완전 깨고, 그르나슈를 다시 볼 정도로 맛있게 마신 와인이었습니다. 

Q. 소믈리에로서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우선은 당장 9월 초에 '모수'라는 레스토랑이 오픈을 하는데 합류합니다. '모수'는 안성재 셰프의 아시아 퀴진 컨셉 레스토랑이에요. 다담에서 와인 페어링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고 재밌게 와인 페어링을 해보려고요. 우선 '모수'의 성공적인 도약에 전념을 할 생각이에요. 그 레스토랑이 잘 되어야지, 저도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12월에 있을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욕심이지만 한 번 열심히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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