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한 제16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준선 소믈리에를 만났다. 현재 그는 삼청동에 위치한 두가헌 레스토랑에서 근무 중이다.
 

▲ 최준선 소믈리에 <사진=소펙사 코리아>

Q. 지금 느끼는 준우승 소감은 어떠한가요?

축하도 많이 받고, 솔직히 대회가 끝나고 한 1주일 정도 감격에 살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저도 현실로 돌아와 밀린 업장일을 열심히 돌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앞으로 더 나은 소믈리에가 될 수 있는 마치 좋은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Q. 이번이 첫 참가이신가요. 몇 번 도전하셨었나요? 

이번이 저에겐 두 번째 도전입니다. 작년에 1차 필기를 통과하고 본선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탈락했습니다. 대회 정보가 없다 보니까 혼자 준비했었는데, 출제 유형이나 서비스에 대한 부분이 많이 미비하더라고요. 탈락하고 작년 결선 참관을 한 후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러한 시간이 이번 대회에 좋은 성적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작년과 다르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집중한 부분이 따로 있나요?

작년 본선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출제 유형이 미비해 서비스 파트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저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좋아 소믈리에를 시작했는데, 대회에선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했던 편이고요.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 고객분들에게 조금 더 설명을 해드리기도 하고, 와인추천을 좀 더 해보면서 소믈리에로써의 서비스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부터 세계 수준에 맞춰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하여 꼬냑(Cognac), 아르마냑(Armagnac), 럼(Rhum) 등의 스피릿과 클래식 칵테일에 집중하면서 음식매칭과 치즈 테이스팅 또한 연습하였습니다.

Q. 결선까지 4개월간의 긴 일정으로 진행되었고 대회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했습니까?

대회가 끝나고 한 챕터 한 챕터 복기를 하며 생각했을 때 이전 대회보다 소믈리에 개개인의 디테일한 선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에서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인에 대해 자연스러운 설명을 곁들이며 서비스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와인의 상태에 맞는 기물을 선택하여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섬세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당황하게 했던 것은 모히또 칵테일 제조였습니다. 다른 부분은 예상 범위 내에서 살짝 시간이 모자랐다거나 더 나은 서비스 방법이 떠올라 상대적으로 금방 생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애플 브랜디를 활용한 모히또 칵테일 제조 부분은 장 파스칼 포베르 씨의 시연을 본 후에나 제대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2017 소펙사 주관 한국 소믈리에 대회 본선에서의 최준선 소믈리에 <사진=최준선 소믈리에>

Q. 대회를 준비하는 소믈리에에게 해줄 수 있는 본인의 팁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대회를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소믈리에분들과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각자 근무하시는 레스토랑이나 와인바마다 컨셉이나 특성이 확연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서비스 방식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른 부분의 서비스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유동적인 서비스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회를 같이 준비하는 입장에서 서로 라이벌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교류를 하는 것이 대회를 준비하며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Q. 와인을 업(業)으로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본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소믈리에 과정을 듣던 시절, 프랑스 전 지역의 여러 와이너리를 방문하게 되었고 문득 포도의 재배와 양조를 배워 와인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졸업 후에 양조 책임자 과정을 등록하였고 우연히 집 근처의 와이너리에서 인턴십 자리를 구해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저를 좋게 봐주신 주인아저씨의 호의로 기간 후에도 강의가 없거나 일찍 끝나는 날이면 포도밭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꽤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은 고되고 손은 농사꾼의 손으로 변해갔지만 다양한 토양에 뿌리 내린 포도나무의 생육을 지켜보고 그들의 과실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와인이라는 프랑스를 지탱하는 하나의 큰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나가고 있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뭉클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소믈리에로 활동하면서 작게는 프랑스 와인부터 크게는 전 세계의 와인과 음료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진=소펙사 코리아>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섬세하면서 사용된 포도품종과 그 테루아의 색을 잘 표현하는 와인을 좋아합니다. 한 지역의 양조자가 오랜 기간 동안 포도밭을 경작하고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토양과 품종, 그리고 기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 안에 그들의 철학을 보태어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와인을 좋아합니다.

Q. 소믈리에를 하면서 감사 드리는 분들이 계시나요?

가장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은 프랑스에서 저를 가르쳐 주신 Georges Pertuiset 교수님이세요. Georges Pertuiset 선생님이라고 아마 한국분들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분이 저의 소믈리에 인생에 180도 터닝포인트를 찍어주신 분입니다.

또 같이 공부하면서 도와준 홍선기 소믈리에님, 정미현 소믈리에님, 양윤주 소믈리에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은데요. 이렇게 세 분께서 이번 대회 결승 준비까지 업장까지 빌려주시면서 도와주셨어요. 홍선기 소믈리에님은 같이 프랑스에서 공부를 할 때부터 제 불어가 어떤지를, 또 정미현 소믈리에님은 워낙 대회 출전 경험이 많아서 대회의 다양한 출제 유형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리고, 저도 받은 만큼 후배 소믈리에들한테 되게 많이 베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요?

소믈리에로 활동하면서 작게는 프랑스 와인부터 크게는 전 세계의 와인과 음료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의 식음료 문화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현지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와인이라는 음료가 복잡하고 어려운 고급문화가 아닌 즐기고 나누기 위한 좋은 촉매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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