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위스키 (사진=Aimee Custis Photography)
아이리시위스키 (사진=Aimee Custis Photography)

아이리시위스키는 아일랜드 섬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를 말한다. 위스키(Whiskey/Whisky)라는 단어는 '생명의 물'을 뜻하는 아일랜드어 'Uisce beatha'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리시위스키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증류주였다. 아이리시위스키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스카치위스키는 소규모인 데다 스코틀랜드 밖에서는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 수요는 스코틀랜드의 5배였고, 스코틀랜드 업자들조차 아이리시위스키에 대해 존경을 표시할 정도였다. 이러던 아이리시위스키가 쇠퇴한 이유는 아일랜드의 독립 전쟁과 그 후 이어진 내전, 영국과 무역전쟁, 미국의 금주법(1920-1933)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연속식 증류장치를 외면하여 블렌디드 위스키의 도입과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부응하지 못한 원인이 가장 컸다.

1832년 ‘이니어스 코피(Aeneas Coffey)’가 연속식 증류장치인 ‘코피 스틸(Coffey still)’을 개발하여 특허를 냈다. 그는 아일랜드의 소비세 감찰관으로 밀주를 단속하고, 주세법을 개선하는 등 아이리시위스키 산업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개발한 코피 스틸은 고농도 알코올 생산, 연료 절감, 시간 절약 등 효율성이 좋았지만, 향미와 관련 있는 휘발성 성분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 단점이었다. 특히, 더블린의 대형 업체들은 기존 단식증류기에서 나온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코피 스틸에서 나오는 아무런 향미가 없는 제품을 과연 위스키라고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아일랜드에서 반대에 직면한 코피는 그 발명품을 들고 영국으로 건너가 스카치위스키 업자들에게 선보였다. 이들은 이 증류기를 받아들이고 전통적인 단식증류기로 만든 증류주와 섞어서 저렴한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하였다. 이 블렌디드 위스키는 단식증류로 만든 위스키에 비해 강도는 떨어졌지만, 부드러운 맛으로 아이리시위스키 시장을 잠식하면서 영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다. 이때부터 아이리시위스키와 스카치위스키의 시장은 역전이 일어난다.

19세기 후반부터 아이리시위스키는 장기적인 침체기에 들어, 1890년대에 28개였던 증류소가 점차 사라지면서 1966년에는 두 개만 남았다. 그리고 1972년까지 남아있던 ‘부시밀스(Bushmills)’와 ‘올드 미들튼(Old Midleton)’은 아이리시 디스틸러리(Irish Distillers)라는 한 회사의 소유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1987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증류소인 ‘쿨리 디스틸러리(Cooley Distilleryr)’가 출범함으로써 부활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아이리시위스키는 인기를 되찾았고 199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증류주가 된다. 수출이 연간 15% 이상 증가함에 따라 기존 증류소가 확장되고 새로운 증류소도 건설되었다. 2019년 12월 현재, 아일랜드는 32개 증류소가 가동 중이며 더 많은 증류소가 계획 중이거나 개발 중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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