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잊혀진 우리의 명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전통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한다.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전통을 통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을. 하지만 우리에게 전통은 단순히 언어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 생활 주변에서 쉽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듯하다. 오히려 사라지는 전통이 더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되어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가 SNS에 쓴 글이 있다. 휴대폰 캘린더에 정월 대보름이 없다는 글이다. 물론 정월 대보름은 노는 날도 아니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24절기도 아니기 때문에 핸드폰 일정에 표시가 안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황교익 씨가 페북에 쓴 이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 조상들은 설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는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놀고 마시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정월 대보름에 달집태우기는 못해도, 쥐불놀이는 못해도, 최소한 오곡밥에 부름은 깨야 우리의 정서적인 마음속 정월 대보름이 찾아오고 비로소 봄이 온다는 이야기를 적은 듯 했다.

휴대폰 캘린더에서도 사라진 정월 대보름 @황교익 페이스북
휴대폰 캘린더에서도 사라진 정월 대보름 @황교익 페이스북

하지만 정월 대보름에 잊혀진 것이 달집태우기 등의 민속놀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정월 대보름에 없어진 것 중에 하나로 귀밝이술이 있다. 귀밝이술은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술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청주(맑은 술)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일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글로는 귀밝이술이라 하며, 한자어로는 이명주(耳明酒), 명이주(明耳酒), 유롱주(牖聾酒), 치롱주(治聾酒), 이총주(耳聰酒)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귀밝이술이 적혀있는 동국세시기 @한국학중앙연구원
귀밝이술이 적혀있는 동국세시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런 귀밝이술을 마시는 풍습은 농경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농번기를 전후로 가정과 부락, 면, 읍 단위마다 각종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데, 이때 귀가 밝아야 농사에 유익한 각종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친교를 잘 해야 농번기에 일손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되기에 귀를 밝게 해주는 귀밝이술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경문화가 자연스럽게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귀밝이술과 관련된 술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쉽게 귀밝이술을 마시는 사람도 찾을 수가 없다. 귀밝이술을 마시는 모습 자체가 현대에 와서는 미신적인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미나는 전통주 마시는 방법일 것이며 전통주의 생활화가 아닐까 싶다. 귀밝이술이 정확히 어떠한 술을 사용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져 있지는 않는 듯하다. 대부분은 청주(맑은 술)로 기록이 되어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과거의 술을 꼭 찾을 필요는 없다. 과거 귀밝이술이라는 의미를 가져와서 정월 대보름에 우리가 마셨던 의미 있는 술로 주변에 있는 좋은 술을 정월 대보름에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를 것이다.

정월 대보름에 귀밝이술을 마시는 날이 왔으면 한다 @pxhere
정월 대보름에 귀밝이술을 마시는 날이 왔으면 한다 @pxhere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 23년 인사혁신처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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