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첫 인상과 함께 시작 된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첫 인상이 결정되는데 보통 3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과거 대문호의 말이 아니어도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있다. 회사 면접에서 지원자의 첫인상이 면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7.1%라는 통계 결과(취업포털 잡코리아)도 있다. 첫인상은 무의식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로 인해 일단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첫인상이 면접의 상당부분을 좌우한다. @pexels
첫인상이 면접의 상당부분을 좌우한다. @pexels

사람의 인상뿐만 아니라 공산품도 이러한 첫 인상은 중요하다. 제품에 있어 가장 먼저 판단을 하는 것은 시각에 의한 판단이다. 일반 소비자는 제품의 외형을 보고 우선 제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는 일명 ‘싸보이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외형과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한다. 식음료도 향과 맛을 보기 전에 처음 접하는 것이 외관(외형)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처럼 겉모양이 좋은 것이 내용도 알찰 때 쓰는 말로 겉모양새를 잘 꾸미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고급 외식업으로 갈수록 음식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플레이팅(음식을 맛있게 보이도록 그릇 또는 접시 등에 담는 것)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는 재활용이라는 명분하에 모두 획일적인 갈색병에 맥주를 담아서 판매를 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소비자의 기호성에 맞춰 갈색병을 버린 맥주가 있다. '눈으로 마시는 맥주'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맥주 색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투명 병을 이용해 깔끔한 이미지와 맥주 색을 보이게 함으로써 시각적인 효과를 준 제품이었다. 최근에는 맥주병도 각 업체별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술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를 우선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회오리를 강조한 형태의 병이 있는가 하면 빙산의 모양을 모티브로 한 맥주병도 있다.

각각의 제품 특징을 병으로 표현한 맥주들 @각사
각각의 제품 특징을 병으로 표현한 맥주들 @각사

이러한 주류 외형의 변화는 전통주에서도 크게 느낄 수 있다. 과거 막걸리의 경우 녹색 페트병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비닐 라벨을 붙여놓았다. 이러한 형태가 막걸리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고 막걸리 고급화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병과 라벨은 항상 지적되는 내용이었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약주, 소주에서도 몇몇 큰 업체를 빼고서는 차별성 없는 병과 투박한 라벨 그리고 소주의 경우 도자기로 표현되는 선물용 술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최근 전통주들의 외모(병 모양, 라벨 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막걸리의 경우 녹색 병을 벗어나 투명 병을 통해 내용물을 보여주려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고급화를 지양하는 업체들은 유리병을 이용하고 자신들의 병과 라벨을 디자인 하고 있다. 라벨에 많은 변화를 주고 젊은 층에게 다가가는 네이밍을 넣는 등 단순하고 깔끔한 형태의 디자인도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술의 특징을 불에 그을린 듯한 라벨로 표현을 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급 유리로 된 병에 철제 라벨을 붙여 제품의 품격을 높인 양조장도 있다.

증류주의 경우도 과거 도자기병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도자기병은 특별한 제품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무거운 도자기 대신 용량을 줄이고 세련된 유리병을 선택한 제품 중에는 병 디자인과 라벨 변경만으로 도자기 제품 때보다 2배의 판매 증가를 한 제품도 있다. 적은 용량과 함께 전통주의 고루한 외관을 벗고 세련된 병 모양과 라벨을 내세운 것이 20~30대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 다양한 색깔과 많은 병 디자인 제품들이 유통되기에 작은 양조장은 이러한 병에 양조장의 차별화된 라벨을 추가한 제품들이 많다. 반면 큰 양조장의 경우 자신들만의 병을 통해 고급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러한 제품을 보면서 술 품질 이전에 제품의 고급스러움과 디자인을 부러워 한 적이 많았다.

과거 도자기명에서 탈피한 전통주들-안동소주(좌) 문배주(우) @각사
과거 도자기명에서 탈피한 전통주들-안동소주(좌) 문배주(우) @각사

전통주는 지금 과거의 디자인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제품 디자인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양조장 스스로 자신들의 양조장을 표현할 수 있는 병과 라벨을 만들려는 시도 또한 많아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병을 보는 순간 술의 맛이 어떨지를 생각하고 병의 디자인을 보면서 제품의 고급성을 판단한다. 제품 내용물의 품질과 고급화도 중요하지만 전통주는 지금 세련된 병과 라벨을 통해 제품 고급화로 나아가야 할 시기이다.

일본의 다양한 병과 라벨들이 있는 가공품들 @재팬세이코유리 홈페이지
일본의 다양한 병과 라벨들이 있는 가공품들 @재팬세이코유리 홈페이지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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