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L’Evangile 1994 Pomerol
Chateau L’Evangile 1994 Pomerol

레방질 (L’Evangile)의 의미는 에반젤(Evangile), 즉 ‘복음’을 의미하는데, 그리스어 "εὐαγγέλιον(에반게리온)"에서 유래되었으며, 기독교에서 복음은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를 뜻한다.

"에반게리온"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것은 ‘90년대 중반에 방영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포스트 아포칼립틱한 세계를 배경으로 거대한 생명체인 '엔젤'들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거대 로봇 '에반게리온'을 조종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여러 캐릭터들의 심리적 갈등과 성장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토리 라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명한 보르도 와인에도 종교색을 띤 이름들이 종종 보인다.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는 베드로 성인을, 샤토 앙젤뤼스(Chateau Angelus)는 삼종기도를 뜻하듯, 유럽의 오랜 가톨릭 역사에서 와인의 이름들이 유래한 것을 알 수 있다.

1994빈은 메를로 65%와 까베르네 프랑 35%의 블랜딩으로 풍성한 과일 풍미와 유연함, 바디감이 뛰어난 빈티지로 알려져 있다. 30년이라는 오랜 숙성기간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상태는 완벽했다. 약간 탁한 루비 레드 색상을 보였고, 젖은 흙 향과 가죽, 트뤼플, 부엽토 같은 3차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민트, 블랙베리, 구운 허브, 감초, 바닐라향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풍미와 실키한 타닌, 엘레강스한 질감이 매력적이었다.

Chateau L'Evangile은 Pomerol에서 가장 오래된 샤토 중 하나로 1687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Domaine de Fazilleau이었다가 이후 Le Domaine de L' Evangile ou de Fazilleau라는 이름으로 건물과 원래 샤토가 만들어졌고, 1741년 리부른에 거주하던 레글리즈 가문이 매입했을 때 이미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후 Ducasse 가족과 관련된 Jean-Paul Chaperon이 구입하여 지금의 Chateau L' Evangile로 바꾸었다. 1900년경 샤토 레방질은 이웃 비유 샤토 세르탕(Vieux Chateau Certan)과 페트뤼스(Petrus)에 이어 포므롤에서 세 번째로 좋은 와인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Chateau L' Evangile은 1990 년 Simone Ducasse가 Chateau Lafite Rothschild에게 지분의 70 %를 매각할 때까지 Chaperon 가족의 재산으로 남아 있었지만, 1999년 나머지 30% 지분을 라피트 로칠드가 사들여 새주인이 되었고 2004년 양조 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레노베이션을 통해 품질이 크게 좋아졌다.

샤토 레방질의 포도밭은 생떼밀리옹과 포므롤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어서 양쪽 지역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총 22핵타르의 밭에 메를로 80%, 까베르네 프랑 20%가 식재되어 있으며 모래, 점토, 자갈이 골고루 섞인 토양에 산화철이 섞인 모래 흙과 페트뤼스 포도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푸른색 점토도 섞여 있다.

양조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20개의 시멘트 탱크에서 이루어지며 적절한 펌핑 오버와 마세라시옹 기술을 적용하여 와인을 만드는데, 탱크의 크기는 35헥토리터에서 최대 81헥토리터까지 다양하다.

말로락틱 발효는 베럴에서 진행되며, 숙성은 평균 70%의 새 프렌치 오크통과 점토 암포라를 사용하여 약 18개월 동안 진행된다. 샤토 레방질은 연간 평균 2,000~3,000케이스를 생산하는데, 세컨드 와인으로 블라종 드 레방질(Blason de L'Evangile)을 함께 만든다.

샤토 레방질의 최고 빈티지는 2022, 2021, 2020, 2019, 2018, 2017, 2016, 2015, 2012, 2010, 2009, 2008, 2006, 2005, 2000, 1998, 1990, 1985등이 손꼽힌다.

레방질은 풀-바디한 스타일에 풍부하면서도 우아하고, 오래 지속되는 포므롤 와인으로, 특히 2000년 이후 빈티지들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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