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ablanca poster

[칼럼니스트 최상미]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와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주연의 영화 카사블랑카(1942)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작가조합에서 가장 훌륭한 각본 역대 베스트 101편 중 1위로 선정될 만큼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령이자 중립을 지키던 모르코의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릭(험프리 보가트 役)이 사랑하는 여주인공 엘사(잉그리드 버그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로 멋진 대사들과 명장면들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명화 중의 명화이다

그 멋진 대사들 중에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대사가 바로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Here's looking at you, kid)"이다. 이 대사는 릭과 엘사의 행복했던 파리 회상 신에서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를 마시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때 마다 릭이 엘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읊조리는 건배사로 영화상 가장 멋진 이별 장면으로 꼽히는 영화의 마지막 공항장면에서도 릭은 리스본으로 떠나며 눈물짓는 그녀에게 ‘당신을 바라보며(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작별인사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준다.

또한 카사블랑카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지만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2차 세계대전 중에 제작되고 개봉되었기에 반나치주의가 영화 전반에 거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그 부분을 크게 부각시키는데 프랑스의 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La Marseillaise)와 꼬르동 루즈(Cordon Rouge) 샴페인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릭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흥에 겨운 독일의 게슈타포(Gestapo, 독일 나치 정권의 비밀경찰)들이 샴페인을 마시며 독일 군가인 라인 강의 수비(Die Wacht am Rhein!)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에 기분이 언짢아진 엘사의 남편이자 반나치계의 거물인 라즐로(Paul Henreid 役)가 프랑스의 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La Marseillaise)를 부르기 시작한다.

라즐로의 노래를 들은 릭의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귀에 거슬렸던 게슈타포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큰 목소리로 마르세유의 노래를 합창하며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지키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독일의 게슈타포들이 릭의 바에서 마시며 즐거워했던 술은 프랑스의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였지만 주인공 릭을 도와주는 카사블랑카의 경찰서장 루이는 컵에 따른 물이 독일 비시社의 생수인걸 알고는 휴지통에 생수병과 컵을 던져버리는 장면이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파리가 독일에 점령당하기 전, 릭과 엘사가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꼬르동 루즈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명대사인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이라는 대사 전에 릭은 ‘독일군이 못 마시게 남은 이 샴페인을 몽땅 마셔버리자. ‘라고 하고 그 이유가 이걸로 점령 당한다는 생각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이 영화에 등장했던 꼬르동 루즈는 프랑스인들에게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던 술로 각인되어 더 크나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1.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Here's looking at you, kid)"이란 건배사와 함께 보이는 꼬르동 루즈의 붉은 리본이 그려진 라벨, 2. ‘독일군이 마시지 못하게 남은 샴페인을 다 마셔버리자.’라는 장면에서 또 다시 등장하는 꼬르동 루즈 3. 독일군들이 카사블랑카에서 마시는 샴페인,꼬르동 루즈

1927년 탄생한 멈(Mumm)은 코냑 및 샴페인 사업체 마르텔 멈 페리에-주에(Martell Mumm Perrier-Jouet)의 자회사로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는 1875년부터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프랑스의 프리미에 뀌베 샴페인으로 여전히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꼬르동 루즈(Cordon Rouge)란 ‘붉은 리본’이란 뜻으로 멈의 창시자이자 멈 샴페인 하우스의 상징인 조지 헤르만 멈(George Hermann Mumm)에 의해 탄생하게 되었다. 그는 “오직 최고만을(only the best)”이라는 자신의 모토를 바탕으로 정성들여 빚어낸 멈 샴페인의 품질을 확고히 들어내고자 프랑스 최고 영예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Legion d’Honneur)’를 참조하여 빨간 실크리본으로 병을 장식하기로 결심했다.

레지옹 도뇌르는 나폴레옹 1세가 부하들의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과 공적을 세운 인물들에게 프랑스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다. 1975년 그의 계획으로 탄생한 빨간 실크 리본을 단 꼬르동 루즈는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성공을 거두었고 꼬르동 루즈 뀌베 샴페인은 메종 멈(Mumm)의 우수성과 전문성의 상징이 되어 ‘전 세계 샴페인의 기준’이라는 별명까지도 얻게 되었다.

현재에도 그 명성을 지키기 위해 꼬르동 루즈는 218헥타르에 달하는 77개의 크뤼 밭으로부터 생산되는 최상급 포도로, 포도의 품종과 크뤼별로 각각 따로 발효시킨 후 세심하고 절묘하게 블렌딩한 뀌베 블렌드로, 리저브 와인을 마지막 블렌딩 때 25%~30%정도 추가하여 와인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블렌딩이 끝난 꼬르동 루즈는 랭스에 위치한 멈 본사 지하 동굴에서 3~5년여의 세월을 견디게 된다. 이 동굴은 전체 길이가 25km로 19세기 중엽부터 30여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벽면이 모두 석회석으로 되어있어 연중 11도의 온도가 유지되어 멈 꼬르동 루즈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1875년에는 실제로 붉은 실크 리본을 병목에 둘렀지만 그 이후로는 라벨에 인쇄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출처: G.H Mumm 홈페이지

멈 꼬르동 루즈는 ‘도전과 성공의 기쁜 순간을 함께 하는 샴페인’으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는 프랑스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나 처음으로 로켓발사를 성공했을 때, 축하기념행사에서 꼬르동 루즈가 사용되었으며 1904년 프랑스 탐험가 쟝-밥티스트 샤르코(Jean-Baptiste Charcot)가 남극을 탐험하면서 남긴 사진에서도 붉은 리본이 선명한 멈 꼬르동 루즈(Cordon Rouge)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꼬르동 루즈는 그래서 2000년부터 F1(포뮬라)의 공식 스폰서로 F1선수들의 도전을 후원하고 시상식에서 사용되는 제로보암 사이즈의 꼬르동 루즈를 특별 제작해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프랑스 혁명 기념일(Bastille Day)에 남극대륙에서 샤르코 대장이 그의 카토그래퍼(지도제작자) 레이먼드와 꼬르동 루즈를 즐기는 장면(1904) 출처: http://cordonrougeclub.com

또한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는 다른 샴페인들보다 유난히 사브르(Sabre) 패키지들이 많이 출시되기로 유명하다. 사브르는(Sabre)는 원래 프랑스 군인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던 날이 휘어져있는 칼로, 이 칼을 이용해 샴페인을 오픈하는 방식을 ‘사브르 르 샹파뉴(Sabre le Champagne)’ 또는 ‘샴페인 사브라쥐(Champagne Sabrage)’로 부른다.

멈(Mumm)사에서 사브르 패키지들을 많이 출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사브라쥐(Sabrage)라는 용어가 1875년 멈의 관리자 중의 한명이었던 알렉상드르(Alexandre)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나폴레옹의 군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는 동안 전쟁에서 돌아온 장교들이 사기진작과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들의 사브르 칼로 샴페인의 병목부분을 깨트려 그 당시 왁스 또는 타르와 줄로 봉인되어있던 샴페인을 한 번에 오픈하는 방법을 배웠다.

군에서 돌아온 알렉상드르는 그가 주최하는 유명한 디너파티에서 매번 멋지게 샴페인을 ‘사브라쥐(Sabrage)’ 방식으로 오픈함으로써 상류사회에 이 방식을 유행시키고 널리 퍼드렸다. ‘샴페인 사브라쥐(Champagne Sabrage)’는 현재에도 결혼식이나 도전 및 승리의 기쁨을 기념하기 위한 의식으로 많이 행해지고 있다.

취업하기가 무척이나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들을 격려하는 자리나 사업 또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행사의 주인공들이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를 샴페인 사브라쥐(Champagne Sabrage)방법으로 오픈하며 그 기쁨을 참석한 사람들과 나눠 보면 어떨까?

샴페인 사브라쥐(Champagne Sabrage) 방법

  1. 칠링이 잘 된 샴페인의 호일을 제거한다.
  2. 철끈을 풀어서 살짝 느슨하게 한 후 병 입구의 첫 번째 립부분에 다시 살짝 묶는다.
  3. 샴페인 병을 45°~60°사이로 들고 사브르로 병의 옆 라인을 따라 골프 스윙하듯  깔끔하게 밀어 친다.
  4. 샴페인 잔에 따라서 마시면 끝.

※ 사브라쥐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일 경우에 사브르 대신 샴페인 잔의 베이스 부분을 이용해서도 샴페인 사브라쥐를 할 수 있다. 단, 사브라쥐를 할 샴페인은 더욱 더 철저히 칠링시켜야 하며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장갑을 착용한 채 잘려나간 병목 부분에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서 오픈 할 수 있도록!!!

 

▲ 멈 꼬르동 루즈(Mumm Cordon Rouge) NV , 사진출처 G.H.Mumm 홈페이지

[칼럼니스트 소개]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교육/자격검증),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Certificate of Master Sommelier & Wine Consultant, 와인 소믈리에 컨설턴트, Beverage Management, Certificate of Sommelier, Certification for Wine Tasting Education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최상미, vinvinow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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