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한니발(2001) 포스터

[칼럼니스트 최상미] 이번 칼럼에서 와인 이야기를 꺼낼 영화는 남아 있는 늦더위를 식혀줄 스릴러물로 1991년 개봉했던 영화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의 속편 격으로 제작된 한니발(Hannibal, 2001)이다.

한니발은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리들리 스콧(Ridley Scott)감독의 작품으로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줄리안 무어 役, 전편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연기)이 싸이코패스 살인마인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스 役)의 도움을 받아 납치된 상원의원 딸을 찾아내는 스토리를 다루었던 ‘양들의 침묵’의 10년 후 내용을 담고 있다.

렉터박사의 피해자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메이슨 버저(게리 올드먼 役)는 그의 엄청난 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미 법무성까지 매수한 후 렉터박사를 잡아 그에게 받은 것 보다 더 크나큰 고통을 받게 하며 복수 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다. 한편, 양들의 침묵에서 탈출에 성공한 렉터박사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도서관장으로 신분을 숨긴 채 잘 살아가고 있던 중, 지역 경찰 리날도에 의해 신분이 발각된다.

큰돈이 필요했던 리날도는 렉터박사가 피렌체에 있다는 사실을 메이슨에게 알리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메이슨은 렉터박사가 클라리스를 특별히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클라리스의 상관인 크렌들러(레이 리오타 役)를 매수하여 그녀를 이용해 렉터박사를 잡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렉터박사는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해하려고 한 이들에게 잔혹한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 렉터박사와 메이슨의 최종 대결에서 클라리스는 어깨에 총상을 입게 되는데 이때 렉터 박사가 다친 그녀를 구출한 후 상처를 치료해주고 그녀에게 멋진 이브닝드레스를 입힌 후, 크렌들러에게 마지막 복수를 하는 저녁식사 자리로 그녀를 이끌게 된다. 한니발 시리즈에서 한니발 렉터박사는 정신과 의사이자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으로 희생자들의 신체 일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여 맛을 음미하는 괴기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한니발 렉터박사는 크렌들러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크렌들러의 뇌를 요리해서 그에게 먹게 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끔찍한 장면을 총상 수술의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클라리스가 어찌하지 못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역한 장면에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그녀는 제발 와인을 한 모금만 먹게 해 달라고 렉터박사에게 애원하게 된다. 이때 렉터박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따라서 클라리스에게 건네주게 되는데 그 와인이 바로 오늘 소개할 “트림바크, 리슬링 끌로 쌩뜨 윈느(Trimbach, Riesling Clos Ste. Hune)”이다.
 

▲ 렉터박사가 “트림바크, 리슬링 끌로 쌩뜨 윈느(Trimbach, Riesling Clos Ste. Hune)”를 클라리스에게 따라주는 장면(위), 렉터박사가 크렌틀러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끌로 쌩뜨 윈느(Clos Ste. Hune)가 계속해서 보인다.(아래)

‘끌로 쌩뜨 윈느’는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가 그의 저서 ‘The Greatest Wine’에서 리슬링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이며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가장 뛰어난 와인 중 하나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잰시스 로빈슨(Janice Robinson) 또한 그녀의 저서 ‘The World Atlas of Wine’에서 알자스에서 가장 훌륭한 리슬링임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리슬링이라고 극찬한 와인이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트림바크 가문은 1626년 쟝 트림바크(Jean Trimbach)가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여 12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오랜 전통을 지닌 가족 경영의 와인회사로 포도 본래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리스나 시멘트 탱크에서 저온발효시며 2차 젖산발효 역시 하지 않아 화이트 와인의 순수함과 예리함, 숙성 잠재력 등을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트림바크 가문은 알자스에서도 힘차고 균형이 완벽한 드라이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끌로 쌩뜨 윈느(Clos Ste. Hune)’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들 가운데서도 단연 최상급으로 손꼽히고 있다.

끌로 쌩뜨 윈느는 위나비르(Hunawihr) 마을에 위치한 알자스에서 가장 좋은 밭으로 평가받는 로사커(Rosacker) 그랑크뤼 밭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1.67헥타르에 이르는 남향 및 남동향의 포도밭으로 평균 50년 이상 된 수령의 포도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며 주로 석회암 심토로 구성되어 있어 여기서 생산된 리슬링에 놀랄만한 과일의 농축된 풍미와 함께 피니쉬에 세련된 미네랄의 힌트를 부여해준다.
 

또한 트림바크의 끌로 쌩뜨 윈느는 병입 후, 와인이 절정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7~10년의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트림바크 가문은 숙성을 위해 셀러에서 5년간의 병숙성 기간이 지난 후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와인이 연간 평균 약 8,000병의 적은 생산량으로 출시되다보니 전세계의 리슬링 애호가와 수집가들로부터 수요가 몰려 현재 극히 드문 보물이 되었으며 예리하면서도 균형이 뛰어난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들의 와인리스트에 언제나 리스트 업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고품질의 드라이 와인으로 잘 익은 과일향과 함께 세련되고, 고상하며 미네랄로 표명되는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트림바크, 리슬링 끌로 쌩뜨 윈느(Trimbach, Riesling Clos Ste. Hune)’, 심신이 지치고 힘든 무더운 여름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와 함께 이 와인을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민어전이나 낙지탕탕과 함께 즐기고 싶은 와인이다.
 

▲ 트림바크 리슬링 끌로 쌩뜨 윈느(Trimbach, Riesling Clos Ste. Hune) 2002 라벨

끌로 쌩트 윈느가 그랑크뤼 밭인 로사커(Rosacker)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와인라벨에 알자스 그랑크뤼라는 타이틀 및 로사커라는 이름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알자스 와인법에서 개인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는 그랑크뤼의 밭이름을 와인명으로 쓸 경우 그랑크뤼라는 표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에 찬성하지 않는 트림바크 가문은 그랑크뤼 표기를 포기하고 그들이 200년 동안 지켜온 ‘끌로 쌩트 윈느‘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 트림바크, 리슬링 끌로 쌩뜨 윈느(Trimbach, Riesling Clos Ste. Hune)

영화 한니발 속 또 다른 와인 : 산 펠리체 일 그리지오(San Felice, Il Grigio) 와 샤또 펠랑 세귀르(Chateau Phelan Segur)

 

 ▲ 한니발의 전편격인 ‘양들의 침묵’에서 수감 중인 헥터 박사가 끼안띠 와인을 마시고 싶다더니 이 영화의 초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수배자 신세로 숨어 지내는 그가 끼안띠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그려진다. ‘산 펠리체 일 그리지오(San Felice, Il Grigio)를 마신 후 와인 잔에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를 지문과 입술자국을 냅킨으로 닦아내는 장면

 

▲ 영화의 마지막 부분, 헥터 박사가 복수에 성공한 후 미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그의 전리품(?)을 시식하기 전, 샤또 펠랑 세귀르(Chateau Phelan Segur)를 마시는 장면

 

▲ 산 펠리체 일 그리지오(San Felice, Il Grigio) 와 샤또 펠랑 세귀르(Chateau Phelan Segur)

 

[칼럼니스트 소개]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교육/자격검증),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Certificate of Master Sommelier & Wine Consultant, 와인 소믈리에 컨설턴트, Beverage Management, Certificate of Sommelier, Certification for Wine Tasting Education 자격증을 보유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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