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면 따뜻한 사케 한잔”…애인보다 따뜻한 사케 즐기기

승인2015.03.13 13:48:26

[소믈리에타임즈 | 김도영기자] 차가운 바람에 살갗이 아려온다. 입김에는 어느덧 가을이 아닌 겨울이 서린다. 급하게 옷장에서 꺼낸 두터운 외투에는 나프탈렌의 냄새가 난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몸이 적응을 못했는지 계속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게 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에 필요한건 아무래도 모직코트보다 패딩자켓보다 사람의 온기다. 코트 속으로 들어오는 여자 친구를 안고 있다면 추위 정도야 스킨십을 위한 작은 핑계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애인이 없다면? 그래, 우리에겐 추운 몸과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사케(청주)’가 있다. 따뜻한 사케는 여성과 같다. 부드럽게 몸을 녹여주고 마음에 온기를 불어준다.

   
▲ 물론 과유불급

우리나라 방송에는 사케 마시는 장면이 잘 나오지 않지만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소주 마시는 장면처럼 흔히 나온다.

특히 ‘먹방’으로 유명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는 항상 새벽에 홀로 찾아온 손님이 도쿠리에 사케를 따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 日 드라마 ‘심야식당’

일본 TBS·MBS 드라마 ‘심야식당’은 늦은 영업시간 심야식당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드라마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마니아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심야식당 시즌3’이 방영중이며 한국에도 일본 전문 케이블채널인 채널W에서 매주 월요일 새벽 2시에 방송된다.

드라마 ‘심야식당’은 도쿄 신주쿠 번화가 후미진 뒷골목을 배경으로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통해 현대 삶에 지친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삶에 지친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조그마한 다찌(bar)에서 마스터가 만들어주는 정갈한 음식과 따뜻한 사케다.

그렇다. 우리를 위로하는 건 언제나 술이다.

사케는 보통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하는데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말한다. 우린나라에서 ‘정종(正宗)’으로도 많이 불린다. 이는 일본의 청주 브랜드 중 하나인 ‘마사무네(正宗)’의 한국식 발음으로 청주의 통칭이라 보긴 힘들다.

사케는 크게 정미율, 원료비율, 양조방법으로 구분한다. 정미율(쌀을 깎는 비율)에 따라 크게 ‘다이긴죠(大吟釀)’, ‘긴죠(吟釀)’, ‘혼죠조(本釀造)’로 등급을 나눌 수 있다. 정미율이 50% 이하일 때 ‘다이긴죠’, 60% 이하일 때 긴죠, 70% 이하일 때는 혼죠조라고 한다. 그리고 원료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은 순수 쌀과 누룩으로 제조된 사케는 앞에 ‘준마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각 주조장의 특별한 제조 방법으로 제조된 경우에는 ‘도쿠베츠’라는 명칭이 붙는다.

사케는 마시는 방법이 다양하다. 온도로 구분하면 차게 마시는 방법과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는데 추운 겨울 외로움을 달래는 따뜻한 사케 마시는 법을 알아보자.

   
 아츠캉(あつかん)

능숙한 연상녀 - 아츠캉(あつかん)

가장 기본적인 음용방법이다. ‘아츠캉(あつかん)’이란 말 그대로 ‘따뜻하게 데운 사케’다. 보통 중탕을 하며 고유의 향이 달아나지 않게 40~50도씨 이상은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렇게 데워진 사케는 알코올 향이 부드럽다. 코끝이 차가운 저녁에 마시면 따뜻함이 온몸을 적신다. 재빨리 한 잔 털고 “캬~”하며 사나운 알코올 향을 내뱉는 소주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첫잔부터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쯔캉’은 능숙한 연상의 여성과도 같다.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잘 알아준다. 처음부터 대화가 잘 맞는다. 잘 들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 맞춰주고 챙겨야하는 연하와 달리 그저 그녀의 성숙함에 몸을 맡기면 된다. 고단한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겨울밤 전기장판 속에서 몸을 녹이듯 그녀와 몸을 녹이다보면 어느덧 몸을 가눌 수 없게 취해있다. 결국 그녀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나 보다.

   
▲ 히레사케

물음표 찍게 만드는 여자 - 히레사케(鰒酒)

‘히레사케’는 쉽게 말해 태운 복어지느러미가 들어간 사케이다. 일본 노동자들이 저급 사케에 풍부한 향을 더하기위해서 복어 지느러미를 태워 넣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중탕을 통해 알코올을 증발시키고 복어지느러미로 특유의 향을 더한다. 때문에 ‘히레사케’는 저급의 사케를 이용해도 제법 특색 있는 술로 변화한다. 물론 독특한 향 때문에 처음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첫눈에 반하는 여성이 있다면 알수록 빠지는 여성도 있는 법, ‘히레사케’는 후자에 가깝다.

히레사케의 무기는 ‘물음표’이다. ‘물음표’로 끝나는 만남은 언제나 남자의 애를 태운다. 첫 만남에서 ‘히레사케’의 도도함은 무례하기까지 하다.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당당히 자신의 개성을 내보이며 상대를 당황스럽게 한다. ‘이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당신은 그녀에게 반쯤 빠졌다. 다음이 궁금해지는 여자, ‘히레사케’를 정복한다면 처음과 다르게 순종적으로 변해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 오유와리

오랜 연인 같은 오유와리 - 오유와리(お湯割り)

일본은 술에 물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볼 수 없는 문화인데 강한 술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중 술에 차(茶)를 섞으면 ‘오챠와리(お茶割り)’, 차가운 물을 섞으면 ‘미즈와리(水割り)’, 따뜻한 물을 섞으면 ‘오유와리(お湯割り)’라고 한다. 비율은 취향에 따라 다르나 보통 물과 술의 비율을 6:4정도로 한다. ‘오유와리’는 간혹 ‘우메보시(うめぼし)’라 불리는 매실 장아찌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오유와리’에는 오랜 연인같은 편안함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쉽게 취하지 않는다. 시간과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별다른 대화 없이, 자극 없이 언제나 아늑하다. 티타임 같은 그녀와의 만남은 당신에게 ‘여유’를 알게 해준다. 물론 이런 자극 없는 그녀의 모습에 권태기가 올 수도 있다. 그럴 땐 ‘우메보시’라는 ‘변화’가 필요하다. 톡 쏘는 ‘우메보시’는 그녀를 우리들의 영원한 이상형 ‘처음 보는 여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추운 겨울, 외롭다면 ‘능숙하게 리드하는 연상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도도녀’, ‘여유를 찾아주는 오랜 연인’ 취향대로 만나보자. 아, 물론 ‘술 이야기’이다.

따뜻한 사케 /사진 = 日 MBS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3’ 캡처

김도영 기자  beerstor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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