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16일 봄을 맞아 ‘정성 가득한 종가밥상’으로 동춘당 송준길 종가의 떡찜, 외상문채, 호박나물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송준길(1606년~1672년)은 이이, 김장생의 문인으로 조선 중기 학자이자 문신이다. 본관은 은진(恩津), 호는 동춘당(同春堂),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대전 송촌동에 위치한 동춘당은 보물 제209호로 송준길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별당이다.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동춘당 가양주인 국화주가 유명하며, 13대 김정순 종부가 제조법을 계승하고 있다.

▲ 김종순 종부가 차린 종가밥상(좌측)과 떡찜(우측) <사진=농촌진흥청>

음식조리서 '주식시의(酒食是儀)'는 동춘당 종가 후손들에 의해 전해지는 1800년대 중엽 이후 조리서로 한글 필사본이다. 송영로 선생의 부인 연안 이씨(1804∼1860)가 처음 기록해 여러 대에 걸쳐 작성됐다. 송준길 선생의 외손녀인 인현왕후(숙종 비)를 비롯해 명성황후(고종 비), 순명효황후(순종 비)도 이 가문의 후손으로 왕실과 관련이 있다.

충청 지역 기반 사대부가(家)의 기록으로 조선 후기 반가(班家)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주식류 12종, 부식류 49종, 병과류 16종, 음청류 3종, 주류 7종 등 총 96가지 음식을 기록했다. ‘주식시의’ 외에 술 빚는 방법이 기록된 ‘우음제방(禹飮諸方)’도 동춘당 종가의 술 조리서로 유명하다.

동춘당 종가는 음식과 술이 기록된 2가지 조리서를 바탕으로 옛 조리법과 현대 조리법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모든 고명에 실고추를 사용해 색감을 더했으며, 고기볶음에는 무채를 썰어 넣는 특징이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떡찜의 옛 조리법은 이름만으로 쉽게 떠오르지 않는 독특한 음식이다. 전병처럼 넓게 편 떡 반죽에 양념한 소고기 소를 넣은 후 싸서 한 치(약 3cm)로 잘라 굳혀 고기와 채소, 간장 양념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오늘날 시중에 판매하는 가래떡을 약 5cm로 잘라 가운데 십자썰기(十) 해서 소고기, 채소, 양념을 넣어 만든 떡찜의 옛날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고기를 함께 볶는 음식에 무채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 외상문채(좌측)와 호박나물(우측) <사진=농촌진흥청>

동춘당 종가의 외상문채는 ‘주식시의’ 원문처럼 오이를 끓는 물에 데쳐서 무치는 숙채(熟菜)의 형태를 띤다. 오늘날 가정에서 오이를 생채(生菜)로 무쳐 먹는 것과는 다르다. 외상문채는 다른 고(古) 조리서에는 기록돼 있지 않고 ‘주식시의’에만 있는 동춘당 종가의 유일한 음식으로 식문화적 가치가 높다.

‘주식시의’에서 호박나물의 호박이 무르면 술안주로 극품(極品)이라고 칭송했으며, 여기에 송이버섯을 넣으면 좋다고도 했다.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동춘당 종가의 가양주인 국화주를 옛 문헌처럼 호박나물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이 음식은 시대가 지나 ‘부인필지(1915년)’에서 찰전병을 넣은 월과채로 연결되며, 오늘날 가정에서 먹는 호박볶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가공이용과 김 영 농업연구관은 “외상문채와 호박나물은 봄맞이 반찬으로, 떡찜은 별미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양반가의 음식 맛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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