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왔다. 발렌타인데이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 사탕, 장미 등을 선물하는 날이다. 국내에선 1990년대 이후로 자리 잡아 매년 2월 14일을 축하한다. 발렌타인 데이가 국내에선 화이트데이의 존재로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하는 날로 알려졌지만, 발렌타인데이가 유래한 해외에선 남녀 상관없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 매년 2월이 되면 흔히 주고받는 초콜릿말고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발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와인 5종을 추천한다.

산다라 스파클링 로제

▲ 산다라 스파클링 로제(Sandara Sparkling Rose)

우아한 장미와 체리, 라즈베리, 딸기의 감미로운 향이 한 번에 느껴지는 와인이 있다. 부드러운 탄산과 기분 좋은 달콤함이 지속되는 산다라 스파클링 로제는 케이크, 과일 타르트 등과 같은 디저트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여 발렌타인 데이에 어울리는 와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가장 큰 와이너리인 비센테 간디아가 토착품종인 보발 100%로 만든다. 1885년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역사와 전통의 와인 기업이다. 알코올 도수 7.5%로 부담 없어서 평소 술을 자주 즐기지 않는 커플이라도 한 병을 즐길 수 있다. 발렌타인데이에 즐거운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이 와인을 추천한다.

베를린 리슬링(Berlin Riesling)

▲ 베를린 리슬링(Berlin Riesling)

베를린 시리즈는 독일 모젤와인 생산자 SMW의 아돌프 슈미트 대표와 베를린 East Side Gallery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통일국가가 된 독일과 전 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동시 출시된 와인이다. 베를린 시리즈는 국가와 지역 간의 단절, 인종과의 단절, 갈등 등을 허물고 싶은 의미가 담긴 와인이지만 베를린 리슬링 와인은 모젤 지역의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었다. 모젤 리슬링은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고 안 마신 사람은 없다. 초보자, 애호가 통틀어서 인기가 많은 지역-품종 조합이다. 드라이 리슬링 와인이지만 기본적으로 리슬링 품종에서 나오는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실향과, 푸른 사과, 파인애플 등의 상큼하고 달달한 향이 특징이다. 드라이 리슬링은 다양한 요리와 매칭이 수월하다. 라벨엔 “무너뜨릴 벽은 많다”고 적혀있다. 그 혹은 그녀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단연 이 와인이다.

부베 라뒤베 사피르 브뤼 빈티지

▲ 부베 라뒤베 사피르 브뤼 빈티지(Bouvet Radubay Saphir Brut Vintage)

평소 마음에 들었던 그녀와 신사에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평소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지 않던 그녀도 이 와인만큼은 흡족해했다. 계속 이 와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계가 진전되진 않았다. 다음 날 그녀의 인스타그램엔 ‘부베 라뒤베 사피르 브뤼 빈티지’ 와인 사진만 올라와 있었다. 프랑스 루아르의 부베 라뒤베는 슈냉블랑과 샤르도네를 블렌딩해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흰색 과일과 복숭아, 아카시아, 꿀, 헤이즐넛, 자스민 등의 향이 매력적이며 은은한 골드 빛에 미세한 기포가 특징이다. 식전주로서도 좋지만 구운 해산물, 생선구이, 닭 요리와 잘 어울린다. 저녁 식사자리에서 어쩌면 나보다도 더 존재감을 나타낸 건 이 와인이 아닐까. 비록 그 당시 그녀와 잘 되진 않았지만, 이 와인을 그녀와 다시 마실 수 있다면 하고 상상한다.

몰리두커 더 박서(Mollydooker The Boxer)

▲ 몰리두커 더 박서(Mollydooker The Boxer)

발렌타인 데이엔 역시 초콜릿이다. 초콜릿 향이 풍부한 호주의 레드 와인이 있다. 호주 맥라렌 베일에서 생산하는 몰리두커 더 박서 와인이다.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서로 도우며 살자’라는 모토를 가진 몰리두커는 ‘왼손잡이’라는 뜻의 호주식 표현인데 오너 부부가 모두 왼손잡이다. 짙은 보랏빛이 감돌며, 블랙 베리, 체리, 블루베리 등의 과실 풍미와 강한 탄닌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와 바비큐 소스를 곁들인 백 립 요리와 잘 어울린다. 더 박서의 왼손잡이용 두 개의 글로브를 낀 권투선수 라벨은 유럽 스타일의 시라와 붙어보자는 자신감과 승리의 의지를 담았다. 나만의 스타일로 널 갖겠어. 이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이번 발렌타인 데이엔 이 와인을 추천한다.

콘차이토로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까르미네르

▲ 콘차이토로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까르미네르(Concha Y Toro Marques Casa Concha Carmenere)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에 달디 단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진부하다면 이 와인을 추천한다. 칠레 클래식 프리미엄 와인의 정석으로 불리는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와인은 ‘세계 최고의 존경받는 와인 브랜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 등에 수차례 선정된 콘차이토로 와인 그룹이 생산한다. 콘차이토로는 1972년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싱글 빈야드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저가 대중 와인 산지로 여겨졌던 칠레 떼루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가넷빛 레드 컬러에 블랙 페퍼와 같은 향신료의 향과 검은 과일, 초콜릿, 바닐라 향이 특징이다. 숙성된 탄닌과 깊이 있는 구조감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그 혹은 그녀로부터 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이 와인을 추천한다.

매년 돌아오는 발렌타인 데이에 한 번쯤은 의미가 담긴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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