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사진이 아닌 와인을 주제로 한 와인메이커 '회고전'은 국내 최초가 아니었을까? 

​유명 와인 메이커 '션 태커리 회고전'이 와인 테이스팅 문화공간 '와인소셜'에서 열렸다.유명 와인 메이커 '션 태커리 회고전'이 와인 테이스팅 문화공간 '와인소셜'에서 열렸다.  VIP 테이스팅은 서울 옥션의 블랙랏 사업부 홍창의 팀장이 진행했다.
​유명 와인 메이커 '션 태커리 회고전'이 와인 테이스팅 문화공간 '와인소셜'에서 열렸다.유명 와인 메이커 '션 태커리 회고전'이 와인 테이스팅 문화공간 '와인소셜'에서 열렸다.  VIP 테이스팅은 서울 옥션의 블랙랏 사업부 홍창의 팀장이 진행했다.

올 5월 말 작고한 유명 와인메이커를 회상하며 진행된 특별한 와인 시음회, '션 태커리 회고전(Sean Thackery Retrospectoive)'이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와인 테이스팅 문화공간 '와인소셜(강남구)'에서 진행되었다. 

미국 와인 전문 수입사 보틀샤크는 이젠 와인메이커가 한국에 방문할 수 없지만 한정수량으로 수입 된 션 태커리의 뛰어난 와인들을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전문 소믈리에, 미디어, VIP를 초청한 특별한 와인 시음 자리를 마련했다. 총 2회로 진행된 행사 중 1회에는 안중민 소믈리에, 조내진 소믈리에, 황보웅 소믈리에, 박종섭 소믈리에, 박수진 원장(WSA와인아카데미) 등 와인 업계 전문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와인 시음에 앞서 데이비드 김 보틀샤크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와인을 발견했을 당시 매우 놀랐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이런 맛과 퀄리티를 보이는 와인은 처음이었죠. 션 태커리 와인들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즐거움(Pleasure)'이 그의 철학의 핵심이었던 것 만큼 그의 와인을 테이스팅을 하며 즐겨 보시면 그 특별함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며 션 태커리 회고전 와인 시음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보틀샤크의 김애현 브랜드 매니저가 션 태커리와 그의 와인 5종의 설명을 이어갔다.


유니크한 와인메이커 션 태커리, 그가 추구한 건 오직 'Pleasure'

션 태커리(Sean Thackery), "My only purpose in the entire universe as a winemaker is to produce pleasure"
션 태커리(Sean Thackery), "My only purpose in the entire universe as a winemaker is to produce pleasure"

캘리포니아에서 미술관 경영과 함께 고서 수집가였던 션 태커리는 와인양조에 매력을 느끼게 되며 1981년도 본격적으로 그의 빈티지 와인을 출시하게 되었다. 그의 첫번째 와인 'Anquila"는 명성이 자자한 스택스립(Stag's Leap)의 페이 빈야드(Fay Vineyard)의 포도를 블렌드해 양조했다. 그는 와인 양조에 대해 학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와인 스타일에서도 아카데믹하게 접근하지 않고 그만의 독특함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해석했다. 

와인 메이커로서의 그의 사명은 바로 "Pleasure", 즐거움이다. 그의 와인에 대한 상세 테크니컬 시트도 없고 양조 및 숙성에 대한 기록도 없다. 단지 품종만 기재되어있다. 그렇게 생산된 와인이 품질이 별로라면 잊혀졌겠지만, 와인의 품질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고 좋았기에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우연치않게 그의 와인을 마셔보고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이코닉한 와인메이커 중 한명"이라 평하며 높은 점수를 매겼다. 아마 션 태커리는 '떼루아 등의 정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냥 맛있게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면 된다'라고 생각했지 않았을까. 괴짜로도 불렸던 션 태커리는 와인메이커로서 특별함을 갖고 있음에 분명하다. 


전형적인 미국 와인의 스타일을 탈피한, 특별하고 놀라운 션 태커리 와인 

션 태커리의 플래그십으로 불리는 오리온 1997과 함께 총 5종의 와인을 테이스팅 했다. 
션 태커리의 플래그십으로 불리는 오리온 1997과 함께 총 5종의 와인을 테이스팅 했다. 

플레이아데스 27

그의 첫 논 빈티지 블렌드가 1992년 출시되었다. 바로 '플레이아데스(Pleiades)'이다. 뒤에 붙은 숫자는 와인의 로트 넘버다. 국내에서는 27번째 에디션 플레이아데스를 경험할 수 있다. 

션 태커리에서 가장 엔트리급 와인이지만, 현장에 함께 테이스팅을 진행한 전문인들은 하나같이 호평했다.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보틀샤크의 관계자들도 많은 고객의 반응들이 가장 많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가격대비 훌륭한 퍼포먼스 때문이다.

시음을 하며 생각난 키워드가 있다. "춤추는 와인" 이다. 색은 채도가 느껴지는 듯 선명한 자주빛을 띤다. 춤추는 듯 활기찬 체리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바닐라와 라즈베리의 향도 느껴진다. 그 외에도 복잡한 아로마와 팔레트는 테이스팅의 재미를 더한다. 복합미가 뛰어나 품종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다. 산지오베제, 쁘띠 시라, 피노 누아, 비오니에, 시라까지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는 헷갈릴만한 품종들이 블렌딩 되어 있다. 김애현 브랜드 매니저는 이러한 특징들을 두고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으로 와인 품종 맞추기를 할 때 상대를 당황시킬 수 있는 와인이다"라며 웃으며 설명했다.

카시오페아 피노 누아 2006

카시오페아는 매그넘으로 서비스가 되었다. 첫 입에 버블검, 딸기, 체리 등의 베리류가 부드럽게 다가왔다. 입에서는 매우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을 준다. 2006 빈티지 피노 누아이지만 올드한 느낌은 없다. 컬러도, 코에서도 입에서도 활발한 듯 잔잔하게 풍미들이 뒤따라온다. 약간의 스위트함과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여러 무겁지 않은 음식과 페어링을 해도 정말 좋을 것 같은 맛이다. 로버트 파커 90pt를 받았다. 

안드로메다 피노 누아 2006

컬러부터 2006 빈티지의 느낌이 든다. 약간 어두운 루비 색상에 습도가 느껴지는 향이 나가온다. 안개낀 소나무 숲이 생각나는 듯한 늬앙스가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날수록 다양한 복합미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가죽, 향신료, 블랙체리 등이 칙칙할 수 있는 와인의 스타일을 채색해 주는 듯하다. 산도도 더 살아나는 듯하고 과실향과 스파이시함도 더해진다. 시간을 두고 마시니 더 좋은 와인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을 즐기는 애호가라면 꼭 한 번 마셔보길 권한다.

오리온 1997

회고전의 하이라이트를 빛낸 와인은 오리온 1997 이었다. 첫 입에 탄성이 나올 정도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다. 시음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듯 했다. 션 태커리의 플래그십 중 플래그십이라고 불리는 오리온 1997은 그만큼 완성도가 어느 와인보다 높다. 전형적인 미국와인의 스타일은 애초에 탈피했으며,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듯 하다. 놀라운 포인트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1997 빈티지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와인이 활기차고 힘이 있다. 과하지 않지만 색도, 향도, 맛도 단단하고 전성기처럼 느껴진다. 유연하다고 할까, 길게 유지되는 아로마와 타닌감, 밸런스까지 훌륭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체리와 베리류의 아로마는 션 태커리 와인의 공통적인 특징 처럼 느껴진다. 가죽, 후추, 초콜릿, 베리류의 향기로운 아로마와 밝은 산도, 사실 설명이 크게 필요 없다.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특별한 션 태커리의 아이콘 와인이다. 

이글포인트 2000

이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쁘띠 시라와 산지오베제가 블렌딩 된 이 와인의 컬러는 짙은 자줏빛이다. 스파이시함과 향긋한 아로마가 같이 다가온다. 그날 시음한 5개 와인 중 바디감부터 향과 맛까지 가장 미국 와인처럼 느껴졌다. 전형적인 미국와인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익숙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다크 푸룻, 스파이시의 풍미와 나무향, 체리향, 라즈베리향이 느껴진다. 빈티지가 2000인 만큼 의미가 더 깊은 듯한 이글포인트다. 로버트 파커 96pt를 획득했다.


좌측부터 안드로메다 피노 누아 2006, 카시오페아 피노 누아 2006, 오리온 1997, 이글포인트 2000, 플레이아데스 27
좌측부터 안드로메다 피노 누아 2006, 카시오페아 피노 누아 2006, 오리온 1997, 이글포인트 2000, 플레이아데스 27

션 태커리 와인의 공통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채도있게 춤추는 아로마와 팔레트다. 그의 올타임 플래그십으로 평가받는 오리온 1997 빈티지는 그날 단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플레이아데스', '카시오페아', '안드로메다', '오리온' 모두 우주의 성운과 성단, 별자리의 이름들로 이루어졌다. 션 태커리는 그의 와인으로 우주를 여행하고 온 듯한 즐거움(Pleasure)을 경험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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