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츠나베(もつ鍋)’를 알게 된 것은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온 뒤였다. 일식(日食)은 한국에서도 보편적인 라멘, 초밥, 돈가스, 타코야끼, 우동 등 만 알던 내게, 이름부터 생소했던 후쿠오카(福岡) 요리 ‘모츠나베(もつ鍋)’는 호기심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모츠나베'는 요리 재료로서 ‘내장’을 뜻하는 '모츠(もつ)‘와 전골을 뜻하는 ’나베(鍋)'가 결합된 말로, 의미만 놓고 보면 '곱창전골' 이겠지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한국의 ‘곱창전골’과는 전혀 다른 요리인 그 요리는 ‘일본식 곱창전골’이 아닌 ‘모츠나베(もつ鍋)’ 자체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궁금함에 ‘모츠나베(もつ鍋)’를 소개한 지인들과 그날로 ‘모츠나베’ 전문 식당에 찾아갔다.

‘모츠나베’를 주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모츠(もつ, 곱창), 두부, 양배추 등의 전골 재료가 포함된 ‘모츠나베(もつ鍋) 세트’를 육수(된장, 간장, 소금 중 고를 수 있다.)를 선택한 후 인원수에 맞게 주문하는 절차였다. 전골 속 재료(곱창, 두부, 양배추, 우엉, 숙주 등)는 추가 주문이 가능했고, 기호에 따라 ‘모츠나베’ 육수에 짬뽕 면, 우동 면, 떡 등을 넣고 즐길 수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주문 후, 오래지 않아 실물 ‘모츠나베(もつ鍋)’를 마주했다. 가운데 부추가 정갈하게 수(繡) 놓아진 요리의 첫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형태는 냄비에 담긴 ‘전골’ 요리였지만, ‘국물’의 존재감이 큰 우리나라 전골 요리와 달리, 일본 ‘모츠나베’는 국물은 재료를 익히는 용도였고 ‘전골 속 재료’가 메인인 요리였다. 맛 또한 한국의 ‘곱창전골’ 과의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고소한 곱창과 알맞게 익은 채소의 담백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던 그 요리는 이제껏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쉽게 좋아할 수 있는 맛이었고, 낯선 느낌 없이 일행들과 만족스럽게 즐긴 것이 ‘모츠나베’의 첫 기억이었다.

그 후 종종 ‘모츠나베’ 식당을 찾았고, 한국에서 부모님이 방문하셨을 때에도 생소하실 ‘모츠나베’를 소개하며 함께 즐기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부러 식당을 방문해야 먹을 수 있어 ‘사 먹는 요리’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모츠나베’를 어느 날 남편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다. 먼 곳의 ‘모츠나베’ 전문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는 번거로움도 줄이고, 원하는 재료를 양껏 넣고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시판 모츠나베 수프 (왼쪽) 간장 맛 (오른쪽) 된장 맛
시판 모츠나베 수프 (왼쪽) 간장 맛 (오른쪽) 된장 맛

의외로 ‘모츠나베’는 (원하면)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 몰랐을 뿐, 집 근처 마트에는 항상 ‘모츠나베’의 필수 재료인 ‘모츠나베 수프(もつ鍋スープ)’와, '모츠(もつ, 곱창)‘가 판매되고 있었다. 남편은 모츠나베용 수프와 모츠, 양배추, 두부, 부추 등의 재료를 준비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30분가량의 시간이 흘렀을까. 생각보다 빠르게 ’모츠나베‘가 완성되었다. 과연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 살짝 의아한 마음으로 맛을 본 뒤 깜짝 놀랐다. 전문점에서 사 먹던 맛과 흡사했고, 비주얼적 측면에서도 결코 전문점의 요리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첫 ’모츠나베‘를 성공적으로 만든 뒤, 자신감이 생긴 남편은 종종 ’모츠나베‘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만든 모츠나베(소금 맛)
남편이 만든 모츠나베(소금 맛)

전골냄비를 준비한다. 시판(市販) 모츠나베 수프 한 봉지를 냄비에 붓고, 물을 넣어 염도를 조절한 뒤 육수를 끓인다. 수프가 끓기 시작하면 깨끗하게 손질한 '모츠(もつ, 곱창)‘도 함께 끓인다. 양배추와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미리 준비한 뒤, 모츠가 익으면 넣고 함께 끓인다. 두부는 부드러운 연두부(絹ごし豆腐)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채소는 푹 익힐 필요 없이, 살짝 숨이 가라앉을 정도만 익힌다. 재료가 모두 익으면 5cm 길이 정도로 손질해둔 부추를 전골 위에 가지런히 수(繡) 놓고, 편 마늘도 올려 한 김 쐬어준 뒤 불을 끈다. 부추를 가지런히 수(繡) 놓는 것은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그냥 넣어도 된다.), 이렇게 하는 편이 모양도 예쁘고 전문점에서 만든 요리 느낌을 준다.

’모츠나베‘를 집에서 만들기 시작한 이후, ’모츠나베‘와의 추억이 늘어갔다. 특별한 요리가 생각나는 날 ’모츠나베‘를 즐기기도 했고, 한국에서 가족들이 놀러 오면 ’모츠나베‘를 소개하고 만들어 대접했다. 반드시 정해진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니, 취향에 따른 변주(變奏)도 가능했다. 소금(塩), 간장(醤油), 된장(味噌) 중에서 그때그때 육수를 선택하고, 모츠를 먹지 않는 아이를 위해 닭 가슴살도 넣었다. 담백한 닭 가슴살과 식물성 단백질이 풍성한 두부가 들어간 요리는 성장기 아이에게도 괜찮은 요리였다.

곱창이 들어간 요리는 기름지고 소화가 잘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요리할 때 주 재료의 양을 조절해 위(胃) 건강에 좋은 양배추도 많이 넣고,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도 많이 넣고, 노화를 방지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부추도 많이 넣어 채소 위주로 먹으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우동면도 넣어 온 가족의 기호와 영양을 만족시키며 즐길 수 있었다.

어떤 보통의 요리는 추억이 덧입혀지며 특별한 요리가 된다. ’모츠나베‘가 그랬다. 보통의 ’모츠나베‘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과 추억이 더해가며 우리에게 점점 특별한 요리가 되었고, 추억이 더해진 만큼 맛은 풍성하고 깊어졌다. 올해도, 올해의 추억과 함께 더욱 맛이 깊어질 ’모츠나베‘를 기대해 본다.


수진 칼럼니스트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삶이 머무는 곳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며, 만나는 일상의 요리에 관해 '요리의 말들'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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