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길 개인전 '체(體) 형(形) 색(色) 공(空)' , 90.9x72.7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24 (사진=김형길)
김형길 개인전 '체(體) 형(形) 색(色) 공(空)' , 90.9x72.7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24 (사진=김형길)

23일, 강남구 역삼동 갤러리두인에서 통영의 화가 김형길의 개인전 '체(體) 형(形) 색(色) 공(空)' 개최되었다.

4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조형의 시각적 언어로 재탄생된 종이상자를 활용한 김형길 작가만의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존재와 보이지 않는 생명선의 타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여정을 통해 시각적 불안전함의 자극과 모호한 조형성을 이룬 작품들이 항해를 떠날 준비를 마치고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길 개인전 '체(體) 형(形) 색(色) 공(空)' , 73x60.6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24 (사진=김형길)
김형길 개인전 '체(體) 형(形) 색(色) 공(空)' , 73x60.6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24 (사진=김형길)

-작가노트-

나의 작품은 실재와 환영 그리고 실제적인 찰라가 공존하는 무대이다.

일상속에서 경험으로 접하는 대상이나 모호한 형상, 혹은 내재되어 있던 통영의 바다, 섬, 다양한 생명체들이 심안(心眼)으로 들어오면ㅡ 때로는 주체적인 시점과 타시점으로 응시를 경험하게 된다. 순간 즉흥적인 공명속에 대상은 선이나 면의 형식으로 감각이나 심층으로 느껴지는 단순한 형상만을 남기게 되고 대상 너머의 모든것은 여백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되는 과정속에서 한국전통 회화의 여백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파동의 세계와 같이 낮설음을 경험하게 된다. 이 파동들은 내 작품 안으로 들어와 여백에서 마치 환영과 같은 흔적들을 남기고 또 작은 종이상자 조각들에 의해 진동의 연결망으로 공간화되어 채워진다. 이러한 과정은 더 확장된 세상의 많은 놀라운 생명성을 교감하게 되며,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타력(他力)과 관계와 관계의 유기성을 끌어내는 작업으로 형성된다.

나는 동시대에 타자로서의 환영적인 삶의 모습과 유무형으로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성, 파동과 타력에 흥미를 가진다. 그래서 내 작업은 삶 속에서 희노애락과 관습으로 다양하게 얽혀져 있는 인간이나, 고도로 발전한 인류문명과 충돌하는 자연 안에서 존재하는 생명태를 소재로 하여 '존재와 보이지 않는 생명성의 타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작품화면은 유무형의 영향으로 존재하는 체(體)를 본연의 형(形)으로 표출되며, 나머지 여백은 보이지 않는 기운들을 드로잉과 해체한 작은 종이상자 조각을 중첩하여 쌓아서 카테고리처럼 연결망으로 구축되어 형(形)과 함께 일체를 이룬다. 이것은 우리의 본래면목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색(色)과 공(空)을 물질로 시각화 함으로써 시지각적 불완전함의 자극과 모호한 조형성을 도모한다.

내 작품에서 연결망은 생명성의 파동이고 타력이며, 사람과의 관계성이고 시공간에 대한 층이며 주파수의 이음과 같은 상징적 메타포 이다.

조형적 표현기법은 종이상자를 매체로 캔버스처럼 지지체로 사용하거나, 얇게 오리거나 잘라서 캔버스에 부조처럼 붙이는 등 색채를 더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나무가 해체되어져 물건을 담는 선물상자가 되고 또 그것이 버려질 때 나의 작품속에 표현 재료로서 종이상자는 다시 해체와 재구성 되어져 생명성에 대한 새로운 조형의 시각적 언어로 재탄생 되어진다. 이러한 내용은 표현재료로서의 종이상자 활용이 입체감과 조형표현에 알맞게 변형이 용이하여 흥미를 더하여 준다. 또한 동시대인들과의 공존과 타자와의 관계적 유기성을 내면적으로 드러낸다.

고교시절 많은 야외 사생을 통하여 사회속에서 자연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과 자연이 품고있는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절 나는 응시 속에서 접화하는 대상의 의식과 아우라가 되기를 즐겼다. 춤추는 식물이나 멸치가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되고 우주가 되기도 하였다. (긴 시간이 흐른 후인 지금도 세상을 여행하는 물이 되어 너, 너의, 너에게, 너는, 너를, 너와, 나, 우리들이 되어 본다.) 아마도 통영이라는 자연이 나에게 생명의 아우라들과 그 너머의 우주의 파동들에 공명을 이끌었던것 같다. 이러한 인상적인 경험들은 자연스레 내 작품의 여백을 채우는 파동과 레퍼런스(Reference)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듯 하다.

결론적으로 나의 작품으로 향하는 내적 지향점은, 오늘날 물신화되고 충돌과 타자화 된 삶의 시대에 삶과 사회와 자연을 이어주는 잊혀진 것이나 놓치고 가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관계이고 타력이며 모든것에 존재하는 파동이다. 이는 혼돈의 현시대에 우리의 굳어져 있는 관념이나 습관에서 벗어나 비움으로의 과정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연지성(本然之性)과 수평적 자유와 교감을 회복하는 '놀이'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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