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는 1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와인나라 강남점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진용 와인나라 아카데미 브랜드 마케터, 통역을 맡은 진컨설턴트 진점선 통역사, 와인 메이커 유리 피오레(Jurij Fiore),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기자, 아야 마쓰이(Aya Matsui) 이탈리아 와인 일본 에이전트, 아영 FBC 홍보팀 신재언 사원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2009년 디캔터 선정, ‘Top 10 Winemaking Hero’에 선정된 비토리오 피오레(Vittorio Fiore)의 포데레 포지오 스칼레테(Podere Poggio Scalette) 와인메이커 유리 피오레(Jurij Fiore)가 한국을 방문했다. 유리 피오레는 직접 생산한 ‘일 까르보나이오네(Il Carbonaione)’를 들고 이태리 와인을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와인나라 강남점에서 그를 만났다.
 

▲ 와인메이커 유리 피오레(Jurij Fiore)가 자신의 대표 와인 일 까르보나이오네(Il Carbonaione)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영FBC>

안녕하세요. 유리 피오레 씨. 올해 수확은 끝나셨죠? 올해는 전반적으로 어땠나요?

아주 좋았습니다. 올해는 최근 25년 동안 중에서도 독특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추웠습니다. 보통 수확할 땐 반소매를 입고 하지만, 올해는 긴소매에 모자까지 쓰고 수확했습니다. 또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드라이한 한 해였습니다. 평소보다는 알맹이가 조금 작았지만 농축됐습니다. 그래서 포도의 양은 많았는데, 총 무게는 적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좋은 와인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탈리아의 젊은 양조자들이 전통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탈리아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들었는데요. 유리 피오레 씨도 와인 2세대 신데, 최근의 이탈리아 와인의 추세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90년대에는 강한 구조감을 가져, 마시면 좋은 와인이라고 느껴졌지만, 음식이랑 매칭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은 펍에서 음식이랑 어울리는 와인들을 편하게 마십니다. 그런 추세에 맞게 요즘의 와인 메이커들은 토착 품종을 이용하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리 피오레 씨는 와인 생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저는 프랑스에서 와인 공부를 할 때, 부르고뉴에서 2년 정도 있으면서 떼루아(Terroir)에 대한 개념을 배웠습니다. 저는 ‘떼루아에 가장 어울리는 포도품종이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입니다. 최근에는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지역의 남쪽은 토스카나의 주요 생산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의 재배환경과 잘 맞지 않은 환경이란 것을 인정하고,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입니다.
 

▲ 테이스팅 중인 유리 피오레(Jurij Fiore). 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지역의 포데레 포지오 스칼레테(Podere Poggio Scalette)의 와인 메이커이자, 오너인 비토리오 피오레(Vittorio Fiore)의 아들이다. 와인 컨설턴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와인에 입문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포데레 포지오 스칼레테(Podere Poggio Scalette)의 대표 와인인 ‘일 까르보나이오네(Il Carbonaione)’를 생산하는 품종이 ‘산지오베제 디 라몰레(Sangiovese di Lamole)’라고 하는데요. 기존의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차이는 무엇입니까?

산지오베제 디 라몰레는 유전적으로 산지오베제의 부모격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지오베제의 건강한 유전자를 뽑아내서 현재의 양산형 산지오베제가 토스카나 전역에 퍼졌습니다. 맛이나 향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다른 점은 색이 약간 더 진하고, 향의 강도(Intensity)가 더 강합니다. 또한, 목에서 더욱 둥글게(Round)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래된 품종이다 보니 포도나무의 수령 또한 오래됐습니다. 90년 정도 된 포도나무는 너무 오래돼, 많은 장점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와인 컨설턴트였던 아버지(Vittorio Fiore)가 프랑스에서 해결법을 찾았습니다.

수확기에 트랙터나 수확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통 포도나무의 토양을 누르게 됩니다. 9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땅이 압축되면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의 올드바인의 포도밭은 땅을 갈아엎습니다. 하지만 저희 포도밭은 자갈로 되어있어 지대가 압축되는 문제를 해결했고, 배수가 잘되기 때문에 땅을 갈아엎을 필요가 없습니다. 생산량에 대한 의문이 있으신데, 25년 된 나무에선 한 그루에 1.2kg의 포도를 수확한다면, 90년 된 나무에서는 800g 정도 수확합니다. 조금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오랜 기간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생산하셨을 텐데,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와인과 빈티지가 있습니까?

제가 만든 와인은 당연히 일 까르보나이오네죠. 특히 2004년 빈티지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해는 자연의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환상적인 빈티지입니다. 그 모든 자연환경이 포도에 담겨 있어, 완벽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기억이 나는 빈티지는 1992년 빈티지입니다. 91년에 와이너리를 설립해서 만든 제 첫 와인입니다. 당시에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이탈리아에 갓 들어와서 하고 싶은 양조방식이 많았습니다. 현대기술이 많이 부족했던 그때 전통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제가 배운 대로 하고싶은 대로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였는데, 그해 포도가 너무 좋아 뿌듯할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1994년 빈티지 또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 부인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와인 양조를 도와주었는데, 함께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그 빈티지를 함께 만들고 나선 아이가 태어났고, 1994년은 부인이 와인 생산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빈티지가 됐습니다.
 

▲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Chianti Classico, Toscana)의 포데레 포지오 스칼레테(Podere Poggio Scalette)의 와인 메이커 유리 피오레(Jurij Fiore)가 직접 생산한 와인들. 왼쪽부터 포지오 스칼레테 키안티 클라시코 2013(Poggio Scalette Chianti Classico 2013), 카포가토 2013(Capogatto), 일 카르보나이오네 2013(Il Carbonaione 2013)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한국에는 프랑스나 다른 와인생산국에 비해 이탈리아 와인이 덜 인지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와인 애호가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프랑스 와인 같은 경우에는 AOC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되어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또 보르도(Bordeaux)엔 생산자협회가 조직적으로 마케팅하여 잘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리 와인은 생산하는 곳이 북쪽 트렌티노(Trentino)부터 남쪽 시칠리아(Sicilia)까지 굉장히 길어 기후, 지역마다 특징이 다 다릅니다. 품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걸 원하시는 애호가에게 각자 맞는 와인을 찾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이 프랑스보다는 약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은 마셔보면 반응부터 다릅니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은 이태리에 모두 있습니다.
 

▲ "이탈리아 와인은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다양한 이태리 와인에서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으십시오. 마셔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이탈리아 와인은 다양한 품종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유리 피오레에게 와인이란?

나에게 와인은 '인생'이다.(Il vino è le 'vite' per me.)

와인은 제 인생(Vite, Vita(인생)의 복수형,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말이지만, 자신의 윗세대부터 자신의 아랫세대까지 이어짐을 표현)입니다. 저는 포도 속에서 태어났고, 포도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와인 컨설턴트이셨기 때문에, 항상 와인을 연구하던 환경에서 태어나서 보고 자랐습니다. 그 이후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건 포도입니다. 91년에 와이너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때 심은 나무들이 현재 25년이 됐습니다. 2년 전에 새로 심었습니다. 그 나무들은 제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입니다. 제 딸은 20살이 됐는데, 작은 와이너리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딸에게도 와인이 인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생(Vita)의 복수형인 ‘Vite’를 키워드로 생각했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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