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허수자] 법전양조장집 큰아들인 강기호씨와는 잘 아는 사이다. 기호씨가 서울까지 와서 모 아카데미에서 전통주 과정을 수강하는 데 마침 옆자리 동기였던 인연이 있었다. 그런 인연도 있고, 협조차 카톡을 날렸더니 대답이 참 퉁명스럽기도 하다.
 

▲ 법전양조장 전경

"이런 시골구석 양조장에 뭐 볼 게 있다고 그런데요?"

이것도 작게나마 홍보라면 홍보인데, 낯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칙사대접은 안 받아도 좀 반가운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건만, 이 산동네 시골사나이 기질이 영락없이 이렇다.
 

▲ 양조시설

좌우간 뭐 간다는데 막지는 않으니 어느 맑은 가을날 솔향기 듬뿍 들이마시며 봉화로 향했다. 봉화, 소나무와 송이의 고장, 가을에 혼자 여행으로 봉화만한 곳도 없다.

양조장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강희국 사장이 2대, 강기호씨가 3대째이다. 예로부터 청량주라는 제목으로 계속 빚어왔으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재료와 제조법은 달랐었다.  밀가루는 물론이고 칡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쓰던 시절도 있었지만 쌀로 막걸리를 다시 빚을 수 있게 된 95년 이후로는 계속 쌀로 청량주를 빚어오고 있다.
 

청량주역사<라벨 변천과정>

얘기를 하다보니 창고에서 옛날에 빚어두었던 술들이 주루룩 나온다. 지금 마실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라벨 디자인이라든가 성분 면에서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재료는 전부 국내산 쌀만 사용한다. 고두밥을 지어서 쌀입국을 띄운 것으로 발효시키고, 2단 사입 과정에서 재래식누룩(상주곡자) 4%가 들어간다고 한다.

소량의 누룩을 넣는 것이 특이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누룩에는 나름의 특이한 향이 있어서 맛은 큰 차이가 없지만 빼기가 어렵다고 한다.
 

▲ 쌀입국 띄우기

그렇다고 누룩만 쓰자니 역가가 입국방식보다 떨어지고 술 관리가 어렵다. 오동나무 상자를 사용하는 것도 요즘은 흔히 보는 방식은 아니다.

그래도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서 좋은 술을 빚어보고 싶다는 강희국사장의 토로. 결국은 판로가 있느냐의 문제다.

곧 하우스막걸리가 자율화 된다는데 그 때가 기회가 될까. 주된 시장이 서울인 상황에서 봉화라는 거리가 문제가 될까.

봉화군에만 양조장이 여섯 개, 그 중 하나는 최근 휴업이라고는 하지만 조그만 시골 군에서 여섯 개의 양조장이라면 확실히 수익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서울이나 기타 대도시에는 거래처가 없냐니 서울, 대구, 경주 등에 택배로 거래하는 몇 군데가 있다고 한다. 찾으니 보내주는 정도지 돈벌이라고 부를만한 규모는 못 된다고 한다.
 

▲ 청량주

청량주의 특징은 쓴맛이다. 깨끗하고 순수하며 잡맛이 없는 것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쓴맛이 돌게 된다고 한다. 극소량의 아스파탐을 넣는 것은 이 쓴맛도 부담스럽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인데 술이 본시 쓴 것이 아니냐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 술은 본래 쓴 것인데, 막걸리는 단술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단맛이라고 꼭 배척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하도 단맛 일색이라 지루하기도 한 요즘, 달지 않고 순수한 맛의 청량주는 막걸리 업계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 술을 '경상도의 송명섭막걸리'라고 부른 것은 다름아닌 본인이거니와, 드라이하고 순수한 그 맛은 송명섭막걸리팬들도 반할만 하다. 특별히 주문하면 아스파탐 무첨가버젼도 따로 만들어주신다 한다.
 

▲ 가족사진

이 때는 미혼이었지만 그 사이 기호씨는 장가도 들고 아이도 생겼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후대가 사업을 이어받는다니 든든하시겠다 했더니

"술 빚는 게 별로 복잡한 것은 없지만도 1년을 돌아봐야 한 번 경험을 한 거지. 날씨마다 계절마다 다 다르거든. 그걸 한 서너번 해봐야 이제 지가 자립을 할 수 있는 거지." 하신다.

아직 멀었다는 말씀이지만 묻어나는 애정이야 어찌할 수 있으랴. 어느집이나 보면 가업 이어받겠다는 데 싫다는 아버지는 아니 계시는 듯 하더라. 체계적으로 학문적인 기초까지 갖추고 이제 실무를 배우는 강기호씨가 청량주를 더욱 발전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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