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현 전통주 소믈리에
김민현 전통주 소믈리에

우리술 ‘전통주’는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옛스럽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힙(Hip)한 전통주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은 물론, 동네 상권에는 다양한 전통주숍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내 주류 업계를 들썩였던 원소주의 경우 젊은이들의 오픈런이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전통주의 세계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전통주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그리고 전통주 소믈리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소믈리에타임즈는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김민현 전통주 소믈리에와 함께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농산물의 우수성과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우리술 문화기획자로 활동 중인 전통주 소믈리에 김민현입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구독자분들께 처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Q2.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서 제일 기본적인 질문부터 드려야 될 것 같아요. 소주, 와인, 막걸리 등 다양한 주종들이 ‘전통주’라고 일컬어지는데, 정확하게 ‘전통주’의 개념 및 조건은 무엇인가요?

전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주라고 하면, 한국전통의 양조 방법을 계승하고 보존하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술로서 한국의 풍토와, 생활방식, 문화가 담긴 술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전통주의 계승과 발전을 통해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법률’을 통하여 전통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여 육성하고 보호하고 있습니다.


1.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주류 부분의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의 보유자가 주류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

2.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부문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

3. 지역특산주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또는 관할 입접 자체단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시•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주류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


다시 말해 과거에서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이어 빚은 술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산물을 사용하여 빚은 술을 전통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Q3. 처음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이 든 순간은요?

처음에는 그저 술이 좋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출시되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술,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각기 다른 맛과 스토리텔링이 저에겐 취하기만을 위해 마시던 평범한 희석식 소주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열정이 되었고 결국 욕심이 생겨 외식산업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신대륙 와인고장인 뉴질랜드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하며 와인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게 되었고 특히 칵테일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여러 대회에서 수상도 했습니다.

졸업 후 관련 업종에 종사하다 우연히 한국 예능에서 ‘전통주갤러리’ 를 소개하는 프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술이 좋아 유학하고 공부를 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술도 모르며 남의 나라 술을 공부하고 있다는 제 자신이 순간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우리나라 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6년간의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전통주 홍보공관 전통주갤러리에서 전통주 소믈리에로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Q4.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대학교, 아카데미, 자격증 등)을 거쳐야 하나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취직하게 되는 곳들은요?

현재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은 민간자격증으로 분류 되어 있으며, 관광대학 및 여러 교육 기관에서 소믈리에 과정을 들을 수 있고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한 뒤에 취득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전통주 소믈리에와 한국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KISA((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를 통하여 취득하였습니다. 최근엔 소믈리에 자격증 뿐만 아니라 양조과정 그리고 전문 교육자 과정 등 전통주 관련된 수업과정을 전통주 교육기관을 통해 들을 수 있으며, 졸업 후에는 양조장 창업과 교육기관에서 근무를 할 수 있고 보틀샵, 다이닝 등 술과 연관 되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도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5. 전통주 소믈리에로 활동함에 있어 가장 힘든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또 어떻게 극복하셨죠?

우리나라의 대표 주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나 저렴한 막걸리 등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며 여러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만큼 주류시장의 가장 꼭대기에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었기에 이런 대중에게 전통주에 대한 가치관을 전달하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에 비해 소규모 양조장에서 한정 수량으로 생산되는 전통주는 가격경쟁에서부터 뒤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천편일률적인 맛이 아니라 셀 수 없는 다양한 재료와 맛, 술을 만드는 노력과 정성은 절대 공장 생산 주류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좌절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고 전통주에 대한 매력을 더욱더 상세히 알리기 위해 직접 다양한 양조장과 많은 소통을 했으며 술의 역사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다양한 전통주의 가치와 정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제가 만나는 한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6. 전통주 소믈리에로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전통주 소믈리에를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술에 대한 관심과 식지 않는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믈리에 자격증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격증이란 내가 얼마나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으며 전문 지식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결과물이자 하나의 스펙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닌 끊임없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전통주 관련 산업에서 근무하며 직접 부딪히고 피부로 맞닿으며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외식산업에 비해 아직 전통주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기에 보다 근무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랬듯 만약 내가 목표하는 자리가 있다면 기다리지만 말고 직접 발로 뛰어가며 하나씩 두드리면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7. 과거 전통주를 생각할 때 차례주나 지역 특산물 막걸리처럼 어른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최근에는 힙한 라벨이나 감성적인 이름을 가진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통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층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체감하시는 편인가요?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인터넷을 쉽게 다룰 수 있는 MZ 세대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었고 SNS를 하다가도 전통주 구독 서비스 등 젊은 층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광고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주의 종류와 패키지 역시 MZ 세대들이 흥미를 가질 만큼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전통주는 '어르신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깨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청년 양조인들이 늘어나고 인플루언서들의 제품 출시는 전통주의 고정관념을 많이 바꿔줌과 동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요새는 새벽 배송 사이트에서도 전통주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후기를 살펴보면 젊은 층의 구매가 굉장히 많은 편이라 MZ 세대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한층 더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8. 와인과 같이 전통주 역시 종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들과 페어링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전통주에 관심이 있으나 친숙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를 페어링 하는 팁과 몇 가지 예시를 주신다면요?

페어링은 단순히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향, 질감, 온도 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 술과 음식을 짝지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 보완을 해줄 수도 있고 비슷한 맛끼리 어울리게 하는 방법으로도 페어링을 할 수 있습니다.

페어링을 하기 전, 기본적으로 술과 음식 중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술을 중점으로 즐기고 싶다면 아주 단순하고 꾸밈없는 음식과 함께하여 술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즐기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식의 경우 개성 있는 음식엔 강한 술로 균형을 맞춰도 좋을 것 같고 풍미가 강한 음식은 향이 강하지 않은 술로 즐기며 균형을 맞춰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페어링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맛과 향이 다 다르기에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페어링은 ‘내 입맛에 맞으면 최고다’라고 말해주며 여러 가지 음식과 함께 전통주를 즐겨 보라곤 얘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전통주 페어링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누룩의 특유의 향이 싫어 전통주를 멀리하시는 분들이라면 적당한 기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소고기 요리를 함께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고기 등심을 구워 먹어도 좋고, 요리를 해서 함께 하신다면 소고기가 주는 풍미가 구수한 누룩 향과 잘 어울리는 걸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곡물 증류주(소주)의 경우 진한 향과 맛을 가진 안주, 즉 기름향이 나는 육류 요리와 함께 하신다면 육류의 단백질이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희석시켜주며 잘 어울리는 것을 느껴 보실 수 있기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중식과 함께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맛과 떫은맛이 약간 있으면서 드라이한 전통주라면 기름에 지진 전이나 매운맛이나 간이 진한 음식보단 담백한 국물요리가 잘 어울립니다.

만약 은은한 과일향과 달콤한 맛을 내는 요즘 트렌드의 전통주라면 그냥 술만 즐겨도 좋지만, 술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음식도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조리 처리를 간단히 한 깔끔한 안주가 잘 어울립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매콤한 떡볶이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달달 보드레한 막걸리를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Q9. 개인적으로 김민현 소믈리에님이 뽑는 ‘원픽 전통주’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인터뷰가 올라올 시점이면 다들 연말 모임이나 파티를 계획하고 있을 텐데요. 이맘때쯤에 어울리는 전통주를 몇 가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코리안화이트, 시나브로화이트, 눈내린여름밤 (사진=오티오티술도가(@ototsooldoga), 불휘농장 시나브로 와이너리(@sinabro_winery), 이대앞양조장(@edaeap.brewery))
(왼쪽부터) 코리안화이트, 시나브로화이트, 눈내린여름밤 (사진=오티오티술도가(@ototsooldoga), 불휘농장 시나브로 와이너리(@sinabro_winery), 이대앞양조장(@edaeap.brewery))

현재 우리나라에 2,000여 종이 넘는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고 저도 아직 다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마셨던 술인 otot 브루어리의 ‘코리안화이트’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주세법상 탁주로 구분되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막걸리의 느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산뜻한 레몬주스를 먹은 듯 담백하고 깔끔한 산미를 즐기실 수 있는 술입니다. 탁주로서 제품을 본다면 신선함 그 자체라고 느꼈으며 젊은 청년 양조인이 제품을 출시하여 그런지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맛에서도 ‘전통주’라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도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는 술이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연말 모임이나 파티에 추천드리고 싶은 술은 첫 번째로 ‘불휘농장’의 ‘시나브로화이트’ 입니다. 외국에 ‘리슬링’ 이라는 포도 품종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청수’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시나브로 화이트는 청수라는 품종으로 만든 과실주로 청수 특유의 새콤달콤한 향기와 함께 하얀 부케 꽃이 연상되는 술이며 달콤함 속에 숨어 있는 리치, 복숭아 등 핵과류가 떠오르는 다양한 맛과 풍미를 즐기실 수 있는 술입니다.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사랑받을 수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며 연말 자리에 식전주로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 술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품평회인 ‘우리술품평회’,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도 수상을 받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증받은 우리나라 과실주입니다.

두 번째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술은 ‘이대앞양조장’의 ‘눈내린여름밤’ 입니다. 막걸리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젊은 청년 양조인 10명이 이대 앞에 양조장을 설립해 5개의 다른 매력의 막걸리를 출시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중 하나인 눈내린여름밤은 쌀을 로스팅해서 만든 로스팅 막걸리입니다. 이 술의 매력이라고 하면 국내 최초로 로스팅 한 막걸리로 코코아를 떠올릴 수 있는 색감과 함께 고소하게 그을린 누룽지가 떠오르는 첫인상, 그 뒤로 미숫가루가 떠오르는 묵직한 바디감에 새콤달콤한 반전의 맛을 품고 있는 막걸리입니다. 귀여운 눈사람 디자인은 물론 가격도 저렴하여 부담 없이 연말 모임에 함께하기 좋은 술이라고 생각하여 추천드립니다.

Q10.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민현 전통주 소믈리에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통주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믈리에로서의 역할뿐만이 아닌 조금 더 전문적인 교육자로 성장하여 우리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식을 공유하여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술을 접할 수 있도록 알리고 싶습니다. 저 뿐만이 아닌 많은 분들이 현재도 우리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걸 알기에, 저 또한 전통주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전통주가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K-문화와 함께 섞이며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도 관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소믈리에로 다양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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