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따스해진 봄바람이 퇴근길을 설레게 하는 날씨다. 2주 전 썸녀가 생긴 회사 동료는 급 다가오는 화이트 데이를 걱정하는 모양이다. 너도 나도 상술이라 하지만, 이런 기념일을 빌려 좋은 와인 한 병 더 마셔보는 것이 인생의 낙이 아니겠느냐? 걱정하는 동료의 어깨를 토닥이며, 와인 좀 아는 그녀인 김대리가 와인 좀 아는 그녀들이 만족할 만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추천하려 한다.


<전 세계의 파란을 일으킨 부르고뉴의 젊은 라이징 스타>

도멘 샤를로팽-티시에 (Domaine Charlopin-Tissier)

도멘 샤를로팽-티시에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얀 샤를로팽(Yann Charlopin)의 역사는 그의 아버지인 필립 샤를로팽(Philippe Charlopin)때부터 시작되었다. 필립은 1977년 마르사네(Marsannay)에 첫 도멘을 설립하였고, 부르고뉴의 신이라 불리는 앙리 자이에(Henri Jayer)가 그의 첫 빈티지를 극찬하면서 필립의 와인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3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와인의 집중도와 아름다운 컬러감, 놀라운 깊이감 등의 섬세한 표현으로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이러한 명성을 얻기까지 아버지를 도와 와인 양조를 총괄했던 아들, 얀 티시에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도멘 샤를로팽-티시에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모든 와인은 소량 생산되며 떼루아 본연의 풍미를 표출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하게 표현되는 와인으로 엘리제궁(Palais de l'Élysée) 소믈리에 역시 그의 팬임을 자처하였다.

“ 부르고뉴 꼬뜨 도르 블랑 (Bourgogne Cote d’Or Blanc) 

Bourgogne / Cote d'Or

황금빛 노란 컬러가 은은하게 반짝거린다. 아카시아, 산사나무, 감귤, 허니의 아로마는 그녀의 마음을 훔치기 충분하다. 은은한 화이트 플라워를 시작으로 밀감, 오렌지, 레몬, 유자, 자몽의 감귤류의 시트러스한 과실감이 입안 전체를 감싼다. 신선한 산미와 미네랄리티의 조화, 라운드한 유질감이 훌륭하다.


<떼루아와 미시기후의 연금술로 탄생한 부르고뉴의 가장 자연적인 와인>

피에르 네종 (Pierre Naigeon)

피에르 네종은 부르고뉴에서 유서 깊은 도멘 중 하나로 1890년부터 네종(Naigeon) 가문이 130년 동안 제브리-샹베르탱(Gevrey-Chambertin)에서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2005년까지 샴-샹베르탱(Charmes-Chambertin)과 본 마레(Bonnes-Mares)의 그랑 크뤼 2헥타르로 구성된 작은 규모였지만 오늘 날, 11.5헥타르로 3개의 그랑 크뤼(Grand Cru), 6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8개의 빌라쥬(Village) AOC를 포함하여 총 50개 구획을 관리하고 있다. 포도밭의 포도나무는 모두 평균 수령 50년의 고목으로 적은 수확량으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떼루아의 순수한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정제 및 여과 없이 병입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피에르 네종의 포도밭은 가문의 유산으로 가장 좋은 상태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자연 친화적인 방법과 인간의 최소한의 개입으로 품질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와이너리의 철학이자 목표이다

“ 부르고뉴 오뜨 꼬뜨 드 뉘 블랑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Blanc) 

Bourgogne / Hautes Cotes de Nuits "Les Martennes"

보석이 반짝이듯, 진한 골드 컬러를 띄고 있다. 시트러스, 바닐라, 화이트 플라워, 허니 서클, 우드 힌트가 복합적으로 레이어드 된다. 싱그러운 시트러스류의 과실감이 혀 안쪽의 침샘을 자극하며 아카시아, 아몬드의 복합미가 더해진다. 알맞은 밸런스의 산도와 유질감으로 엘레강스한 화이트 와인의 정수를 맛 볼 수 있다.


<오스피스 드 본의 전설적인 셀러 마스터 & 도멘 르로이 와인 메이커,

‘앙드레 포슈레’의 걸작>

도멘 두에레 포슈레 (Domaine Douhairet Porcheret)

Bourgogne / Beaune / Monthelie

300년 된 부르고뉴 남쪽 마을의 이름을 딴 도멘 두에레(Domaine Douhairet) 와이너리는 수십 년 동안 두에레 가문에 의해 운영되었고 1989년, 자손이 없던 아르망 두에레(Armande Douhairet)가 당시 와인 메이커로 유명한 앙드레 포슈레(Andre Porcheret)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아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이름 또한 두에레(Douhairet) 가문 이름 뒤에 그의 성인 포슈레(Porcheret)를 이어 붙여 칭하였다. 과거 앙드레는 1976년부터 1988년까지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의 셀러 매니저로 근무, 이후 전설적인 와인 메이커 랄루 비즈(Lalou Bize)에 스카우트되어 도멘 르로리(Domaine Leroy)를 함께 양조했다. 그는 도멘 두에레 포슈레의 질적 성장을 도우며 와이너리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높였고 1999년, 전 세계적으로 와인을 알리는데 기여한 인물들에게 수여하는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명예 기사 작위, 레지옹도뇌르(Legion d’Honneur)훈장을 수여 받으며 한번 더 그의 명성과 와인에 대한 열정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다.

“ 몽뗄리 ‘뀌베 미스 아르망’ 블랑 (Monthelie ‘Cuvee Miss Armande’ Blanc) 

은은한 광택이 도는 레몬 컬러로 노란 자두, 레몬, 복숭아, 풀잎, 코코아, 바닐라 등의 다채로운 아로마가 피어 오른다. 미디움+ 바디감으로 우아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긴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허니서클과 헤이즐넛, 케슈넛, 버터리한 노트가 시트러스한 과실감 뒤로 입안 전체가 적셔진다. 완벽한 버건디 화이트 캐릭터로 와인 좀 아는 그녀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단순하게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기보단 와인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 또는 와인 메이커의 이야기들과 함께 보다 더 풍성하고 깊이 있는 와인 선택이 되길 바란다. 2023년 화이트 데이는 추천한 와인을 곁들여 더욱 맛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