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프리미엄 와인 비녜도 채드윅이 3월 29일 2009, 2010, 2011 빈티지 '트릴로지 라이브러리 릴리즈'를 출시한다. 
​ 칠레 프리미엄 와인 비녜도 채드윅이 3월 29일 2009, 2010, 2011 빈티지 '트릴로지 라이브러리 릴리즈'를 출시한다. 

뛰어난 고급 와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음 적기에 시음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신규 빈티지가 출시될 때 큰 마음먹고 고급 와인을 사두었다하더라도, 개인 셀러에서 보관을 하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셀러의 컨디션은 제각각 다르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변화의 폭이 상당히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뛰어난 와이너리들은 뮤지엄 빈티지, 라이브러리 빈티지라는 이름은 장기숙성을 거친, 시음 적기에 들어선 와인을 출시한다. 와이너리가 소비자 대신 인내심을 발휘해 최상의 컨디션을 보장하면서도 완벽하게 숙성된 와인을 출시하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3월 29일, 칠레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비녜도 채드윅의 까브에 고이 보관해왔던 2009, 2010, 2011 세 빈티지 와인을 “트릴로지 라이브러리 릴리즈(Trilogy Library Release)”로 출시한다. 전세계적으로 딱 700케이스만을 한정 출시하는데, 필자는 미리 테이스팅할 기회를 얻어 소믈리에 타임즈 독자들과 그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비녜도 채드윅, '베를린 테이스팅'의 주인공이자 칠레 프리미엄의 정수

비녜도 채드윅 와인의 품질이나 우수성을 아직 모르고 계셨다면, 깜짝 놀랄만한 명성을 지닌 와인임을 다음의 사건이 보여준다. 와인 업계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역사를 만든 사건이 많지만, 아마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의 대격돌인 1976년 파리의 심판 다음으로 유명한 일은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이다. 베를린 테이스팅은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라피트 등의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세 보르도 와인과 사시카이아, 티냐넬로 등 아이코닉한 슈퍼 투스칸 와인을 제치고 ‘비녜도 채드윅’이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한 사건이다. 

이 테이스팅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베를린 테이스팅의 주최가 사실 ‘비녜도 채드윅’이라는 점이다. 와인 품질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할 수 없기에, 이러한 시도에서 거대한 포부가 느껴진다. 특히, 보르도에서도 뛰어난 빈티지인 2000년 빈티지와 비교함으로써 블라인드 테이스팅 점수를 잘 받으려고 요행을 부리지 않은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비녜도 채드윅은 2014년 칠레 와인 최초로 제임스 서클링 100점을 달성한 와인이다. 말그대로 칠레 와인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정수인 셈이다. 

비녜도 채드윅 포도밭 전경. 안데스 산기슭 칠레 최고의 테루아인 '푸엔테 알토'의 겨울이 인상적이다. 
비녜도 채드윅 포도밭 전경. 안데스 산기슭 칠레 최고의 테루아인 '푸엔테 알토'의 겨울이 인상적이다. 

테루아의 우수성은 와인에 명성을 더해준다. 비녜도 채드윅은 칠레 최고의 테루아로 알려진 마이푸 밸리의 ‘푸엔테 알토’에서 생산된다.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인 알마비바, 돈 멜초 역시 이 테루아에서 생산된다. 해발 650m의 안데스 산 기슭에 단 15ha의 포도밭에서 나는 엄선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이런 우아함과 복합성의 표현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천혜의 환경이 그 역할을 해냈으리라 짐작해본다. 

비녜도 채드윅 '트릴로지 라이브러리 릴리즈' 테이스팅

비녜도 채드윅 2009, 2010, 2011 빈티지 와인. 출시되는 700케이스 중 한 개의 케이스가 서울에 도착했다. 
비녜도 채드윅 2009, 2010, 2011 빈티지 와인. 출시되는 700케이스 중 한 개의 케이스가 서울에 도착했다. 

비녜도 채드윅의 2009, 2010, 2011 빈티지를 테이스팅하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아직도 여전히 신선하다는 점이다. 15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그 과실의 생동감이 인상 깊었다. 신대륙 카베르네 소비뇽의 고급 와인이라 하면 블랙 커런트로 대표되는 진한 검은 과실향에 조금은 과한 오크 숙성 향이 떠오르는데, 비녜도 채드윅은 다르다. 오히려 붉은 과실향에 산도 구조가 매우 뛰어난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우아하고 섬세하다. 

비녜도 채드윅의 올드 빈티지 와인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실크 같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타닌 텍스처이다. 입안을 거스르는 일이 없는 매우 작은 입자가 정제되고 고급스러운 뛰어난 미감을 만들어낸다.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테이스팅을 했는데, 그들 모두 뛰어난 타닌 텍스처에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 텍스처는 뛰어난 과실의 신선함과 합쳐져 긴 여운을 만들어냈다. 와인을 마시고도 계속 입에 남는 긴 여운. 품질이 뛰어난 와인은 여운의 길이과 깊이감이 탁월하다. 

올드 빈티지임에 불구하고, 뛰어난 코르크 상태를 보여주어 고급 와인에 걸맞는 품질 관리를 증명한다.
올드 빈티지임에 불구하고, 뛰어난 코르크 상태를 보여주어 고급 와인에 걸맞는 품질 관리를 증명한다.

테이스팅을 하며 또 하나 놀란 점은 세 빈티지 와인이 모두 정말 다르다는 점이다. 테루아를 잘 반영하는 와인은 토양 뿐만 아니라 그 해의 환경과 기후를 놀랍도록 잘 표현한다.

비녜도 채드윅 2009 빈티지는 잘 익은 과실향과 탁월한 구조감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한 해의 기후를 잘 보여줬다. 따뜻한 해의 잘 익은 과실향을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도록 뉴 프렌치 오크통에서 100% 숙성을 해서 특유의 모카 초콜릿 같은 달콤함이 베어 있다. 이 와인은 와인을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시음해도 매료시킬 수 있는 관대함을 가진 와인이다. 

2010 빈티지는 서늘한 빈티지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허브 잠재력이 가장 뛰어난 해였다. 민트, 세이지, 오레가노, 향나무 등 카베르네 소비뇽의 화려한 아로마가 돋보이는 빈티지였다. 끝까지 산뜻하게 와인을 이끌고 나가는 산도에 뛰어난 응집력을 가진 정말 짜임새 있는 와인이다. 화려하게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경쾌하게 연주하는 피아노 곡을 듣는 기분이랄까? 우아하고 세련되면서도 화사하고 화려하다. 

2011년 빈티지 역시 평년보다 서늘한 해였다. 특유의 서늘함으로 포도를 천천히 차곡차곡 익혀낼 수 있기에 빈티지 잠재력이 가장 좋은 해였다. 빈티지에서 기인한 타고난 복합성으로 잔을 코에 댈 때 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잘 익은 레드 과실과 블랙 과실의 뛰어난 조화를 보이면서도 특유의 허브향, 알싸한 후추향, 은은한 훈연까지 느껴지는 우아한 복합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와인이다. 이 와인은 시음해본 많은 이들의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정아영 원장 

WSET 디플로마
WSET 레벨3 공식 인증 강사
서울스쿨오브와인 학원 원장 
아시아 와인트로피, 대한민국 주류대상 와인심사위원
저서 : '와인 좋아하세요?'
유튜브 채널 '제인 와인 하우스'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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