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 하디스(Hardys)가 올해로 170주년을 맞았다. 하디스는 1853년 설립된 이래 5대에 걸쳐 내려온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호주 내에선 ‘호주 와인 산업의 선구자’라고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론 130여 개국으로 수출되어 매일 2백만 잔 이상 소비되는 글로벌 브랜드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파리(1879)와 보르도(1882)를 포함하여 여러 국제 와인 박람회에서 수차례 수상하면서 일찍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약 9,000개 이상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오늘의 글로벌 와인 브랜드 하디스가 있기까지 170년 역사의 시작을 돌아보자.


하디스는 1850년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한 토마스 하디(Thomas Hardy)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에 뒤따른 경기침체와 산업혁명에 의한 전례 없는 빈부 차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던 때였다.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호주행 배에 몸을 실은 토마스 하디의 주머니에는 단돈 30파운드가 전부였다. 남호주 애들레이드 항구에 도착한 토마스 하디는 농장 일을 거쳐 축산업에 몸을 담으며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애들레이드에서 3마일 떨어진 토렌스(Torrens) 강가의 땅을 구입했다. 그리고 1853년, 뱅크사이드(Bankside)라 이름 붙인 그곳에 하디스 와인을 설립했다. 첫 와인이 생산된 해는 1857년이다. 곧이어 2년 뒤, 하디스 와인은 토마스 하디의 고국인 영국으로 호주 와인 최초로 수출에 성공한다. 오늘날까지도 영국 내 No.1 호주 와인 브랜드로 손꼽힌다.

토마스 하디(Thomas Hardy)
토마스 하디(Thomas Hardy)

토마스 하디는 ‘호주 와인 산업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만큼 선구자적인 기질로 하디스를 이끌며 호주 와인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모가 잘 드러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지역 블렌딩’이 있다. 와인을 만드는 생산 지역이 하나로 좁아질수록 고급 와인이라는 와인 세계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지역 블렌딩’은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최상의 포도를 블렌딩하여 와인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개념이다. 토마스 하디가 이 ‘지역 블렌딩’을 처음 시도한 것은 1865년이다. 결과물이 좋았기에 지역 블렌딩은 서서히 호주 와인 업계 전반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오늘날 호주 와인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물론 하디스 와인 중에도 상당수가 지역 블렌딩을 통해 생산된다.

지역 블렌딩으로 만들어지는 하디스 와인들
지역 블렌딩으로 만들어지는 하디스 와인들

와이너리 설립 후 20여 년간 하디스는 크게 성장했다. 1862년 1,500갤런이었던 와인 생산량이 1870년대 들어 53,000갤런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876년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 판단한 토마스 하디는 맥라렌 베일의 틴타라 빈야드 컴퍼니를 매입하고, 이어서 인근의 오래된 제분소를 사들여 새로운 와이너리를 꾸린다. 오늘날 ‘하디스의 홈’으로 불리는 틴타라의 탄생이었다. 이후 틴타라는 1960년대 초까지 호주 내에서 하디스 와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명으로 사용되며 하디스 와이너리의 중심점이 되었다. 토마스 하디는 틴타라가 위치한 맥라렌 베일의 와인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고 26년 뒤 맥라렌 베일에는 토마스 하디의 업적과 공로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기념비가 세워졌다. 당시 호주 전역을 통틀어 와인메이커에게 헌사하는 기념비는 그것이 최초였다.

하디스 와이너리의 역사에 있어 또 한 명의 상징적인 인물이 있다. 남호주 토박이인 아일린 하디(Eileen Hardy)로, 토마스 하디의 조카인 톰 메이필드(Tom Mayfield)의 아내이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하디스 와인의 브랜드 홍보대사로서 불굴의 의지로 가문을 이끌었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아일린 숙모(Auntie Eileen)’라 불리며 사랑받았고, 호주 와인 산업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1976년 영국 버킹엄궁에서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우아함을 겸비한 강직함으로 37년간 하디스 와이너리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그녀가 1980년 87세의 나이로 타계하자 깊은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고 한다.

아일린 하디(Eileen Hardy)
아일린 하디(Eileen Hardy)

2020년, 하디스는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으로 ‘Certainty(확실성)’를 공개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19세기 중반 호주로 건너온 토마스 하디가 확신을 가지고 맨땅에서 시작한 하디스를 남호주 최대 와이너리로 키워온 이야기, 바톤을 이어받은 아일린 하디가 하디스를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언제 어디서 선택해도 실패 없는 와인 브랜드로 만들어 온 이야기, 그리고 하디스의 땅, 자연, 사람, 유산, 170년간의 그 모든 대서사가 ‘Certainty’ 한 단어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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