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추석) 때 수확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추석은 설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동하고 모인다. 과거 추석의 의미는 농사가 잘된 것을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미였다. 이제 그런 의미는 크지 않으며 핵가족시대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자는 의미가 더 커졌다.

추석(한가위)은 농경사회였던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중요한 명절이었다. 조선 순조 때 학자인 홍석모(洪錫謨)가 쓴 조선의 세시 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8)』에는 추석을 신라 때부터 있던 풍속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추석 및 8월의 세시풍속으로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어 팔며 떡집에서는 햅쌀 송편과 무와 호박을 넣은 시루떡을 만든다'고 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햅쌀로 빚은 술(신도 新稻, 새로운 쌀)은 신도주(新稻酒)를 이야기한다. 신도주는 술의 향이나 맛보다는 새로 수확한 쌀로 빚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술을 빚어 조상과 이웃에게 감사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는 것이다.

‘동국세시기’의 추석에 대한 기록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동국세시기’의 추석에 대한 기록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이제 집에서 햅쌀을 이용해 신도주를 만들어 차례에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차례에는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술들을 사용하다. 이러한 술들도 차례라는 중요한 의식에 사용되기에 귀한 술을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차례에 사용되었던 술들 가운데 일본식 제조 방법을 이용한 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특히, 명절을 전후로 해서 보이는 술 중에 이러한 술들이 많다.

추석 또는 명절에 사용해온 술들 중 대표적인 게 '정종'이라 불리는 청주(현재 주세법상 청주는 일본식 사케를 지칭)였다. 현재에는 대부분 제품명을 부르기에 ‘정종’이라는 이름을 가진 술은 없다. 정종(正宗)은 1840년 일본의 한 양조장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83년, 부산의 이마니시 양조장이 조선 최초의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우고 정종(正宗)이란 청주를 생산했다. 이 술이 당시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의 맑은 술인 약주보다 고가로 판매가 되었다.

1929년 12월 13일 조선일보 정종 광고 @국립중앙도서관
1929년 12월 13일 조선일보 정종 광고 @국립중앙도서관

해방 후에도 청주 제조장이 적산(敵産)으로 넘어오면서 일본 청주인 ‘정종’은 지속적으로 생산되었다. 특히, 일본식 제조법으로 생산되는 청주(사케)가 제사상에 사용되는 데에는 일본 청주 ‘마사무네’(政宗·정종)의 역할이 큰듯하다. 청주 ‘마사무네’(政宗·정종)가 일제시대에 인기를 끌며 고급 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고급술하면 청주=정종이 일반 명사화되었다. 이후 명절에 조상들에게 좋은 술을 올린다는 생각에 일본식 '정종' 술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 누룩을 사용하고 전통 제조법으로 만든 술의 사용 비율이 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는 '정종'을 우리 술의 하나로 알고 제사에 사용하고는 한다. 여자는 제사 음식만 만들고 남자는 제사만 지내는 이분법적 형태의 과거 잘못된 제사 문화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술 역시 일본식 술인 '청주=정종'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 전통주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번 추석에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전통주들을 구입해 보면 어떨까 한다. 전국에는 지역 전통주들 또는 우리 술(막걸리, 약주, 소주 등)들이 많이 있다. 현재 양조장의 개수만 8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다양한 원료와 제조방법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주변 지역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평소에 마셔보지 못했던 지역 술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23 우리술품평회 입상제품들 @농림축산식품부
2023 우리술품평회 입상제품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 술들은 전국으로 유통되는 대형 양조장의 획일화된 맛이 아닌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지역에서 유통되기 위해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중요시 한다. 차례 음식도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차례 음식과 지역 술은 어울 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 술들은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기에 새롭게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한다는 추석의 취지와도 맞다. 제사에 사용되는 술은 조상들에게 올리는 거지만 음복이라는 풍습을 통해 우리 역시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다른 방법으로 전통주들을 온라인에서 구매해서 사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통주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다양해지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의 대형 포털 쇼핑몰이나 지마켓, 옥션, 쿠팡,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 외에 전통주 쇼핑몰도 여럿이다. 술마켓, 술팜, 우리술상회, 전통주애 등이 있다. 이런 전통주 전문 쇼핑몰에서는 기존 판매처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전통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원하는 술들을 여러병을 구입하지 않고 한병씩 구매를 해도 되기에 다양한 술들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판매처 @더술닷컴
온라인 판매처 @더술닷컴

이번 추석에는 고향의 향수와 추억을 지역 술에서 찾았으면 한다. 대기업의 술들은 명절 이후에도 쉽게 구해서 마실 수 있다. 지역 마트나 바로 옆 슈퍼마켓에 진열된 지역 술들을 구입하거나 온라인에서 전통주들을 즐겨봤으면 한다. 새로운 전통주 이야기와 함께 이야기가 풍성한 추석이 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술 구매처
더술닷컴 https://thesool.com

온라인 판매처 사이트 연락처
우리술방 http://www.woorisoolbang.com
술마켓 https://smartstore.naver.com/wooridoga  070-4146-6151
술담화 https://www.sooldamhwa.com/damhwaMarket 070-5014-1281
우리술 상회 https://smartstore.naver.com/woorisulgallery 010-2249-1603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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