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전통주의 성장에 놀랄 수밖에 없다. 출고금액 기준으로 보면 ‘21년 941억 원에서 ’22년에는 1,629억 원으로 약 73.1%의 성장을 보였다. 물론 아직 전체 주류 시장 9조9천억(‘22)의 1.6%만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 비율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주류들의 성장이 미비한 상황에서 전통주의 성장은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전통주는 크게 다음 3가지로 분류를 하고 있다. 첫 번째가 국가 무형문화재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가 만든 술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 문배주, 면천 두견주, 경주 교동법주가 있고 지방 무형문화재로는 서울은 삼해주, 송절주, 향온주 등이 있으며 경기도는 남한산성소주, 계명주, 옥로주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국가 및 지방의 무형문화재들은 34개(23년)가 지정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주류부문의 대한민국 식품명인들이 만든 술이다. 안동소주, 이강주 등 25명(23년)이 지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농민 또는 농업회사법인에서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 또는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든 술들로 지역특산주가 그것이다. 지역 특산주 양조장의 개수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추정하기로 600개 정도로 추정을 할 뿐이다. 이 술들 중 무형문화재와 식품명인을 묶어서 민속주라 부르고 있다. 정리하면 전통주는 민속주(무형문화재+식품명인)와 지역특산주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전통주의 분류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의 분류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민속주(무형문화재+식품명인)는 ‘21년 109억 원에서 ’22년 106억 원으로 3억 원이 감소했다. 민속주의 소비는 ‘20년부터 해서 지속적으로 감소를 하고 있다. 반대로 지역특산주는 ’21년 831억 원에서 ‘22년 1,523억 원으로 692억 원(120% 성장) 증가 했다. 특히, ’20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전통주의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민속주는 감소하고 지역특산주는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반 소비자들 인식 속에서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술은 민속주들일 것이다. 무형문화재는 1988년 올림픽 개최 당시에 사용할 우리 고유의 술이 없기에 가양주 형태로 전승되던 술들을 발굴해서 1986년 처음 지정을 했다. 식품명인도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최소 20년 이상의 술 제조 경력이 있어야지만 받을 수 있는 제도로 1994년부터 시작이 되었다. 반면 지역특산주(구 농민주)는 대부분 양조장의 역사가 짧고 그 목적 자체가 농민들의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1993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제도이다. 전통주라는 이름에 맞는 문화성과 역사성을 가진 술은 민속주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통주라는 이름에 가장 가까운 민속주의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 하다 할 수 있다.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지도 @더술닷컴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지도 @더술닷컴

민속주가 감소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 현대의 급변하는 소비 기호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이유일 것이다. 이것은 맛과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에 적용되는 일이다. 무형문화재는 문화재로서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방법에 변형을 할 수 없다. 처음 받은 제조방법 대로 만들어야 하기에 상업 양조로의 변화에 어려움이 있다. 식품명인도 무형문화재에 비해 약간의 자율성은 있지만 이 역시 식품의 계승이라는 목적 때문에 제조방법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술들 외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 술은 드물다. 민속주들 중 일부는 상업양조는 꿈도 꾸지 못하고 생계가 어려워 폐업을 하거나 문화재로써의 명맥도 끊어지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민속주는 지정 당시 우수한 품질이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았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와서 그 술맛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가 민속주의 출고금액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민속주 업체는 과감하게 도수를 변형하거나 병과 라벨을 세련되게 디자인 하는 방법으로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민속주라는 면허를 내주는 목적이 분명히 있다. 문화재로써 또는 식품의 계승으로 그 형태를 보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먹지 않는 술을 계속해서 보전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술 자체는 보전을 하면서 발전을 위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술로 변화를 줄 수 있게 일정부분 법적인 허용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술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pxhere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술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pxhere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의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진 술맛이 현대에는 받아 들려지기 어려울 수 있다. 민속주 소비 감소의 시대에 시대의 흐름에 맞는 민속주를 만들면서도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술은 전수자체가 끊겨서 결국 박물관의 영상으로만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민속주들을 만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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