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에 열리는 와인박람회 밀레짐 비오(Millésime BIO)를 시작으로 세계의 대표적인 와인박람회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4월 중순 사이에 세계 4대 와인박람회가 모두 유럽에서 개최된다. 물가의 상승과 와인 수요의 감소 때문에 현재 와인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다른 알코올 음료, 특히 스피릿에 대한 인기의 증가로 와인 산업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와인박람회는 금년에 어떻게 전개될까?

유기농 와인에 특화된 밀레짐 비오가 매해 와인박람회의 시작을 장식

지난 1월 29일부터 3일 동안 남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밀레짐 비오가 열렸다. 유기농 와인에 특화된 이 와인박람회는 세계의 대표적인 와인박람회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밀레짐 비오는 세계 최고의 유기농와인박람회이다. 모든 와인박람회 중에서는 전시업체 규모로 4위를 차지한다. 작년에 30주년을 맞이했다. 무시할 수 없는 전통을 자랑한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2020년의 행사에는 약 1,300개의 업체가 참가했었다. 2021년에는 열리지 못했다. 금년에 약 1,500개의 업체가 참가했으니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기농 포도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와인기구 OIV는 2021년에 발표한 통계에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인증 받은 유기농 포도밭이 매년 평균 1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밀레짐 비오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밀레짐 비오 주최측은 행사가 끝난 후 아직 금년의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는 2024년 참가업체의 리스트를 보면 정확한 숫자는 1,497개이다. 금년에 모든 프랑스 와인산지로부터 유기농 와인 생산자가 참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사전에 있었다. 총 20개국에서 전시자가 참가했는데, 프랑스 다음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생산자가 많고, 그 외에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생산자가 많았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참가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분포는 OIV가 발표한 유기농 와인과 연관된 통계와 일맥상통한다. OIV의 최신 통계를 보면 유럽의 와인 생산국 중에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가 대표적인 유기농 와인 생산국인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와인기구 OIV가 2021년에 발표한 2019년 기준 유기농 포도밭의 국가별 면적 top 10 (단위: kha)
국제와인기구 OIV가 2021년에 발표한 2019년 기준 유기농 포도밭의 국가별 면적 top 10 (단위: kha)

약 11,000명의 업계 종사자가 밀레짐 비오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반인은 입장할 수 없고 전문인만 입장이 가능하다. 방문객의 20%는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기농 와인 뿐만 아니라 다른 유기농 알코올 음료도 전시할 수 있는데, Spirit&Bio Zone은 최근 스피릿의 인기 때문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 2019년에 처음으로 와인이 아닌 다른 유기농 알코올 음료가 밀레짐 비오에서 소개되었다. 맥주와 알코올 사이다가 여기에 속했다. 금년에 소개된 유기농 맥주와 유기농 알코올 사이다의 숫자는 예년에 비해 미미했다. 스피릿 업체가 맥주나 알코올 사이다 업체보다 더 많이 참가했다.

밀레짐 비오의 가장 큰 특징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알코올 제품만 전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레짐 비오를 “World fair for Organic Wines & Other Alcoholic Beverages”라고 소개한다. 또다른 특징은 와인산지별로 부스를 모아서 구별하는 것을 지양하고, 모든 전시자가 일괄 시공 방식의 부스(turnkey stands)를 똑같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돈을 많이 들여서 부스를 장식하지 않고, 데스크와 2개의 의자만 사용한다. 그래서 주최측은 “차이는 부스형태가 아니라 부스에서 소개되는 와인 뿐”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세션(digital session)의 개최도 밀레짐 비오가 다른 와인박람회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코로나 때문에 2021년에 밀레짐 비오를 종전처럼 오프라인에서 개최하지 못하자 이틀 동안 디지털 세션으로 대체했다. 이 이벤트의 성공으로 인해 다음해부터 오프라인 박람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 이틀 동안 디지털 세션을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생산자와 바이어가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일주일 후의 오프라인 미팅을 약속할 수 있고, 디지털 세션이 열리기 며칠 전에 개최되는 유기농 와인과 맥주의 품평대회인 ‘챌린지 밀레짐 비오(Challenge Millésime BIO)’의 결과도 알 수 있다.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주목할 만한 성장

몽펠리에에서 끝난 와인박람회의 열기는 파리로 이어진다. 조인트 와인박람회인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Wine Paris & Vinexpo Paris)가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다. 프로바인과 빈이탈리가 일요일에 시작하는 반면 파리에서 열리는 이 와인박람회는 밀레짐 비오와 마찬가지로 월요일에 시작한다. 일요일보다는 평일이 프랑스인 바이어의 방문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The first wine and spirits event”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빨리 열린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밀레짐 비오 주최측이 분명히 섭섭해할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혹은 ‘제일의’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박람회 프로바인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비넥스포는 원래 1981년에 보르도에서 시작되었다. 첫 해에 21개국의 524개 업체가 참가했고, 50개국에서 11,000명의 방문객이 왔다. 그후 격년에 한 번씩 홀수해에 보르도에서 개최했고, 1998년부터는 짝수해에 홍콩에서 Vinexpo Asia-Pacific을 개최했다. 보르도에서 열린 비넥스포는 한 때 2,400개의 업체가 참가했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박람회를 만든 홍콩에서의 성공이 위로는 되었지만 프로바인의 추월과 독주를 지켜봐야 했다.

2017년에 파리에서는 ‘북부 와인의 국제 박람회(Le salon international des vins septentrionaux)’라는 기치를 내건 와인박람회 비노비전(VinoVision)이 시작되었다. 비노비전은 1994년부터 몽펠리에에서 지중해 연안의 와인을 소개하던 와인박람회 비니쉬드(ViniSud)와 합병해서 2019년에 와인 파리(Wine Paris)를 론칭했다. 2019년에 2,000개의 업체가 참가했는데 그 중에서 프랑스 업체가 84%를 차지했다. 방문객은 26,700명이었고, 30%가 해외에서 왔다.

보로도에서 개최되는 비넥스포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와인 파리 때문에 위기의식을 갖게 된 비넥스포는 2020년에 파리로 진출했다. 비넥스포 파리(Vinexpo Paris)를 론칭하면서 바로 와인 파리와 조인트를 했다. 그래서 2020년에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가 탄생했다. 명칭에 와인 파리를 앞에 사용하는 것은 와인 파리가 비넥스포 파리보다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 조인트 박람회에는 2,800개의 업체가 참가하고, 29,800명이 방문했다. 전시업체의 20%는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 왔고, 방문객 중의 1/3은 해외에서 왔다고 한다.

와인 파리가 론칭되고 비넥스포 개최지가 보르도에서 파리로 이동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신의 한 수였다. 2023년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는 프랑스에서 열린 와인박람회 역사상 최초로 전시업체 수 3,000개를 돌파했고, 방문객 수도 최초로 3만 명이 넘는 기록을 달성했다. 정확히 3,387개의 업체가 참가했고, 방문객의 숫자는 36,334명이었다. 주최측이 행사가 끝난 후 리포트를 통해서 전시자는 42개국에서 왔다고 발표했지만 해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방문객이 149개국에서 왔으며 해외에서 온 방문객이 38%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 2023의 모습 (사진: Philippe Labequerie)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 2023의 모습 (사진: Philippe Labequerie)

지난 1월 중순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금년에는 4,026개의 업체가 참가하고, 40,000명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이런 템포의 성장이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프로바인은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추격에 긴장해야 할 것이다. 빈이탈리는 1~2년 내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박람회의 자리를 빼앗길 것 같다. 금년 2월에 파리에서 열릴 와인박람회에 해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30주년을 맞이하는 프로바인은 최대 규모이며 가장 국제적인 와인박람회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박람회 프로바인(ProWein)! 주최측이 “THE WORLD’S NO. 1 International Trade Fair for Wines and Spirits”라고 외치는 것은 정당하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고향인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되는 프로바인이 금년에 30주년을 맞이한다. 세계 4대 와인박람회 중에서는 가장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To another great year”라고 매년 사용하던 슬로건을 금년에는 “To another great 30 years”로 바꾸었다. 첫해인 1994년에 8개국 321개 업체가 참가하고 1,517명이 방문했었다.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될 예정인 금년의 프로바인에는 61개국의 약 5,700개 업체가 참가하고, 140개국에서 5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는 61개국에서 5,764개 업체가 참여했고, 141개국에서 49,304명이 방문했다. 금년의 참가 및 방문 예상치와 거의 차이가 없다. 프로바인이 한편으로는 와인 업계의 불황, 다른 한편으로는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프로바인의 부스비와 프로바인이 개최되는 도시 뒤셀도르프에서의 숙박비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최근 제기되어 왔다. 금년 1월에 프로바인의 디렉터인 페터 슈미츠(Peter Schmitz)는 영국의 온라인 와인 매거진 The Buyer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리의 추격을 염두에 두면서 프로바인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와인 파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자는 대부분 프랑스 생산자들이죠. 반면에 프로바인은 전세계입니다. 오만하게 들리고 싶지 않지만 정상에 있으면 도전을 받기 마련이죠. 프로바인은 진정한 글로벌 와인박람회입니다. 또한 우리는 방문객의 퀄리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중요한 바이어가 오도록 노력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프로바인을 세계 최고의 이벤트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금년에 프로바인에 가장 많이 참여하게 될 국가는 이탈리아(950개 업체), 프랑스(700), 독일(650), 스페인(650) 순이라고 한다. 프랑스와 독일 업체가 작년에 비해 아주 조금 줄었고, 스페인과 그리스의 업체 참가는 늘었으며 이탈리아의 경우 변화가 없다고 한다. 신세계의 경우 호주가 줄었고 다른 국가들은 안정적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열리는 와인박람회이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생산자가 독일의 생산자보다 더 많이 참가한다. 대표적인 와인생산국에서 열리는 다른 어느 와인박람회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프로바인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3년에 전시업체의 수는 총 5,764개였는데(61개국), 그 중에서 독일업체의 숫자는 697개로 전체의 12.1%에 불과했다. 141개국에서 온 49,304명의 방문객 중에서 독일인이 43%였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온 방문객이 통틀어 44%를 차지했다. 6%는 아메리카에서, 5%는 아시아에서 온 방문객이었다. 프로바인이 얼마나 ‘국제적(international)’인 행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주로 이탈리아 와인이 소개되는 빈이탈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 개최되는 빈이탈리(Vinitaly)는 1967년에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와인박람회 중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금년에 56회를 맞이한다. 앞에서 소개한 3개의 와인박람회와는 다르게 3일이 아니고 4일 동안 개최된다. 금년에는 4월 14일부터 17일까지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미지 출처: Vinialy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Vinialy 공식 홈페이지

금년에 몇 개의 업체가 참가하고 몇 명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는지 온라인으로 알아보면 일정하지 않은 숫자를 발견하게 된다. 4,5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하고, 2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4,400개 정도의 업체와 93,000명 정도의 방문객을 말하는 곳도 있다. 빈이탈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아직 이러한 예상치를 발견할 수 없다.

작년에 열린 빈이탈리아에는 32개국 4,107개의 업체가 참가했고 93,229명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그 중에서 해외전시자는 32개국의 232개 업체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온 방문객의 숫자는 143개국의 29,665명이라고 한다. 빈이탈리는 프로바인에 이어서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와인박람회이지만 해외 전시업체의 참가가 지극히 저조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이탈리아 와인에 관심이 많은 방문객에게는 최고의 행사인 셈이다.

대표적인 와인박람회 개최국에서의 와인 수입 현황

동유럽의 와인강국 몰도바는 프로바인에 단골로 참가해왔다. 금년에도 프로바인에 참가하지만 처음으로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에 몰도바 와인협회(ONVV)가 18개의 와이너리와 함께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즈니스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행보일까?

반면에 프로바인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공동관이 참가한다. 과거에 오미로제 등 개별적으로 업체가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 공동관은 처음이다. 프로바인의 공식 한국대표부인 라인메쎄㈜에 의하면 한국 공동관에는 안동소주협회 공동관, 전통주수출협의회 공동관 및 인디스에어, 와인비전 개별 참가사까지 약 40개 국내기업이 출품한다고 한다.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바인 참가가 다른 와인박람회에 참가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을 것이다. 참가 비용은 물론 각 와인박람회별 참가 업체와 방문객의 숫자 및 국적이 중요할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전시자 중에서 이탈리아가 아닌 해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불과한(2023년 기준) 빈이탈리의 방문객은 이탈리아 제품이 아닌 다른 해외 제품에 대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아주 낮다. 반면에 해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7.9%에 이르는(2023년 기준) 프로바인의 경우 방문객은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경우 2023년에 해외 업체는 전체의 20~25%를 차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에 20%였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이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해외 참가국의 숫자가 어떻게 늘고 있다는 통계만 제공해왔다.

와인박람회가 열리는 국가의 와인 수입 현황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와인박람회가 열리는 국가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전시장을 찾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세계 1, 2위의 와인 생산국이고, 와인 소비는 미국 다음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순으로 많다. 독일은 세계 4위의 와인 소비국이다. 프랑스는 수출에 있어서는 볼륨 기준 세계 3위, 밸류 기준 세계 1위의 강국이다. 이탈리아는 볼륨 기준 수출 1위, 밸류 기준 2위의 강국이다. 반면에 독일은 9위의 와인 생산국이고, 수출의 경우 볼륨 기준 7위, 밸류 기준 8위에 위치하고 있다(이상 2022년 기준). 이와 같이 와인의 생산, 소비, 수출에 있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독일에 비해 현저하게 강하다. 와인의 수입은 어떨까?

OIV의 통계에 의하면 2021년 프랑스는 볼륨 기준 독일,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와인 수입국이었다. 반면, 밸류 기준으로는 top 10에 들지 못했다. 2022년의 경우 볼륨 기준으로는 2021년과 마찬가지로 세계 4위를(미국 – 독일 – 영국 다음으로), 밸류 기준으로는 10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서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을 많이 수입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보다 더 적은 양의 와인을 수입하는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중국, 벨기에, 스위스보다 와인 수입액이 적다. 볼륨 기준 top 10에 포함되지 않는 일본의 와인 수입액의 60%도 되지 않는다. 프로바인이 열리는 독일과 비교하면 와인 수입량은 독일의 46%, 수입액은 독일의 37%에 지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경우 볼륨 기준으로 2021년에 세계 10위의 와인 수입국이었지만 밸류 기준으로 top 10에 속하지 못했고, 2022년에는 볼륨 기준으로도 top 10에 들지 못했다. 그러니 독일과의 와인 수입 격차는 프랑스의 경우보다 더욱더 클 수밖에 없다.

국제와인기구 OIV가 발표한 2022년 기준 대표적인 와인 수입국 통계
국제와인기구 OIV가 발표한 2022년 기준 대표적인 와인 수입국 통계

위의 통계만으로도 우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와인을 수출하는 것이 독일에 와인을 수출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OIV는 2021년 기준 와인 수입과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와인 수입 Top 10에 해당하는 국가별 병 와인, 스파클링 와인, 벌크 와인, 백인박스(BiB)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소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볼륨 기준 전체 와인 수입의 89%가 벌크 와인으로 벌크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top 10 와인 수입국 중에서 가장 높다. 프랑스가 75%로 이탈리아 다음으로 벌크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1년 볼륨 및 밸류 기준 와인 수입 top 10의 국가에서 병, 스파클링, 벌크, 백인박스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OIV의 통계
2021년 볼륨 및 밸류 기준 와인 수입 top 10의 국가에서 병, 스파클링, 벌크, 백인박스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OIV의 통계

앞에서 소개한 통계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프랑스가 볼륨 기준 세계 4위의 와인 수입국이지만(2021년과 2022년) 저렴한 벌크 와인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수입액 기준 와인 수입 10위에 머물고 있다(2022년 기준, 2021년에는 top 10에 포함되지 못함).

둘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독일에 비해서 와인을 현저하게 적게 수입한다. 그런데 수입하는 와인 중에서 벌크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벌크 와인의 수입이 전체의 60% 정도 되는 독일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보통의 병 와인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수출하는 것은 단순하게 전체 와인 수입양을 독일과 비교할 때보다 수입하는 와인의 카테고리에 대한 세부적인 통계도 파악하고 있을 때 더욱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벌크 와인 전문박람회는 비넥스포 파리를 주최하는 비넥스포지엄(Vinexposium)이 암스테르담에서 World Bulk Wine Exhibition(WBWE)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한다.

이상에서 세계의 대표적인 4개의 와인박람회 현황을 알아보았다. 프로바인이 규모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와인 파리 & 비넥스포 파리의 추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파리에서 열리는 와인박람회의 성장이 가파르다. 다만 박람회의 ‘국제성’과 박람회가 개최되는 국가의 와인 수입과 관련해서는 프로바인이 독보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박찬준 대표 
㈜디렉스인터내셔날 대표이사
Break Events의 한국 대표
와인 강사, 와인 컨설턴트
아시아와인트로피 아시아 디렉터
아시아와인컨퍼런스 디렉터
동유럽와인연구원 원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국제협력)
다수의 국제와인품평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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