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 업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해가 바뀌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달러와 유로화의 강세 및 홍해 물류대란은 가뜩이나 어려운 와인 업계에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통계 발표자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작년에 와인 수입이 2022년에 비해서 물량 기준 25% 이상 감소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13% 이상 감소했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위스키의 경우 2023년 수입액이 2022년에 비해서 약간은 감소했지만 수입량이 10% 이상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레이드 분야에서 와인 소비 둔화와 매출 감소로 나타나는 와인 시장의 불경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반면, 작년에 해외의 와인 생산자가 참가한 국내에서 열린 와인 행사는 유난히도 많았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를 만했다. 비넥스포가 한국에 처음 진출해서 ‘비넥스포 미팅 코리아’를 개최했고, 조지아를 비롯해 외국의 와인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서울에서 많이 열렸다. 이러한 행사들은 대부분 한국의 와인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22년에 이미 기획되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개최되지 못했던 와인 프로모션 행사가 재개된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와인박람회인 대전국제와인엑스포와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는 역대 가장 많은 방문객을 맞이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세계의 와인 산업 현황은 어떨까?

킴 앤더슨(Kym Anderson) 호주 애들레이드대 와인경제연구소장은 2023년 10월 1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와인 시장이 불황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말하며 그 원인을 중국의 와인 수입 감소, Z 세대가 와인을 멀리하는 현상, 와인 산지의 이상기후에서 찾았다. 와인 생산국의 입장에서 내린 진단이다.

와인 수입국인 우리의 경우 이와는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머니 사정의 악화, 여행의 증가와 같은 엔데믹으로 인한 소비성향의 변화, 위스키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나타난 주류 트렌드의 변화를 와인 소비가 둔화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작년에 약 700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 달 평균 50만 명이 넘는다. 와인의 소비가 현저하게 늘었던 코로나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런데 해외 관광의 목적지는 일본만이 아니다. 엔저 현상도 작용한 탓에 일본이 가장 인기가 있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코로나 시대에 비해서 엄청나게 늘어난 여행경비 지출은 와인 구매를 비롯한 국내에서의 다양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1월 16일에 프로바인 미디어 서밋(ProWein Media Summit)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 세계의 와인 시장 현황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이 소개되었다. 이 리포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박람회인 프로바인의 의뢰를 받아서 독일 가이젠하임대학교가 와인 생산자, 수출업자, 수입업자 등 2000여 명의 와인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인데, 가이젠하임대학교의 지모네 루제(Simone Loose) 교수가 발표했다.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의 부제목은 “The international wine sector: Ways out of the crisis”이다. 세계 와인 시장의 불황을 핵심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모네 루제(Simone Loose) 가이젠하임대학교 교수가 프로바인 미디어 서밋에서 발표하는 모습
지모네 루제(Simone Loose) 가이젠하임대학교 교수가 프로바인 미디어 서밋에서 발표하는 모습

이 리포트에 의하면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데 와인의 수요가 감소함으로써 세계의 와인 산업은 큰 경제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고,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인식과 선호하는 알코올 음료의 변화 때문에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설문 응답자들은 현재의 가장 큰 문제를 구체적으로 비용의 증가(응답자의 73%) - 세계적인 경기 침체(59%) - 와인 소비의 감소(48%) - 와인 산업의 낮은 수익성(47%) - 기후의 변화(45%) 순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22년의 리포트에서 발표된 비용의 증가(85%) - 공급망의 문제(66%) - 세계적인 경기 침체(55%) - 인력 부족(45%) - 기후의 변화(40%) 순서와 다르다. 2023년의 경우 특히 와인 소비의 감소와 와인 산업의 낮은 수익성이 2022년보다 더 큰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2022년에는 각각 응답자의 30%와 38%가 이 두 가지 요소를 와인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분석했었다.

와인 소비가 감소된 주요 원인은?

와인 소비의 둔화와 관련해서는 설문 응답자 전체의 76%가 감소된 가처분소득을 그 이유로 판단했다. 63%는 건강을 생각해서 알코올 음료를 보다 적게 마시는 트렌드에서, 29%는 와인이 아닌 다른 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변화에서 이유를 찾았다.

트레이드 분야에 종사하는 응답자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롭게도 국가에 따라서 각 항목의 비중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벨기에/룩셈부르크,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에서 트레이드 분야에 종사하는 설문 응답자는 감소된 가처분소득을 와인 소비 둔화의 가장 큰 이유로 생각하는 반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캐나다에서 트레이드 분야에 종사하는 설문 응답자는 건강을 생각해서 알코올 음료를 보다 적게 마시는 트렌드를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알코올 음료 선호도의 변화를 미국/캐나다와 네덜란드에서는 독일, 벨기에/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에서 보다 더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경우 적지 않아

와인 경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와인 업계 모두가 매출액이나 이익의 감소를 경험한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 분야 종사자의 23%는 2023년에 오히려 매출액(Sales revenue)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45%는 매출액에 변화가 없다고, 32%는 매출액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와인 생산자의 경우 매출의 증가가 16%, 현상 유지가 44%, 매출 감소가 40%로 파악되어 트레이드 분야 종사자에 비해서 와인 생산자의 상황이 조금 더 나쁜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의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비용(Costs)의 경우 대부분 상승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익(Profit)의 경우 부정적인 답변이 매출액의 경우보다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 비용과 이익 부분에서도 매출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 분야보다는 와인 생산자의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익 부분에서도 성장한 경우가 비록 적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바구니가 있는 도표가 트레이드 분야의 설문조사 결과이며, 포도송이가 있는 도표는 와인 생산자의 설문조사 결과이다.
장바구니가 있는 도표가 트레이드 분야의 설문조사 결과이며, 포도송이가 있는 도표는 와인 생산자의 설문조사 결과이다.

2023년 와인 업계는 현재의 경제적인 위기에 어떻게 대체했을까?

비용과 수익성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설문 응답자의 64%) – 수익을 못 내는 상품을 목록에서 삭제(51%, 트레이드 분야에만 해당하는 답변) – 투자의 중단, 연기 혹은 감축(40%) – 수익을 못 내는 상품 중단(25%, 생산자에게만 해당하는 답변) – 수익을 못 내는 시장 폐쇄(10%, 트레이드 분야에만 해당) – 직원 해고(6%) – 수익을 못 내는 점포 폐쇄(6%, 트레이드 분야에만 해당).

매출액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판매 가격 인상(설문 응답자의 72%) – 시장 트렌드에 맞게 상품의 포트폴리오 변경(39%) – 마케팅과 판매 활동을 늘림(35%) –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32%, 생산자에게만 해당하는 답변) – 새로운 혁신적인 상품의 론칭(28%, 생산자에게만 해당).

2023년에 가격대별 와인의 판매 상황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에 의하면 저가 와인의 경우 판매가 늘었다고 대답한 트레이드 분야 응답자가 32%로 판매가 줄었다고 대답한 응답자 20%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것은 판매에 변화가 없었다는 답변이었다(48%). 반면에 미디엄 프라이스나 프리미엄 와인의 경우에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즉, 판매가 줄었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미디엄 프라이스의 와인보다 프리미엄 와인의 경우 판매가 줄었다고 답변한 응답자뿐만 아니라 판매가 늘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판매에 변화가 없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프리미엄 와인의 경우 미디엄 프라이스의 와인에서 보다 훨씬 적었다.

금년에 상황의 호전 기대

2022년에 했던 설문조사에 의하면 2023년의 와인 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2024년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작년에 비해서 낫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한 2022년의 와인 시장에 대한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금년에 흐름의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와인 시장이 금년에 2023년의 상황보다는 나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 저가 와인 판매에 대한 전망이 이보다 높은 가격대의 와인 판매에 대한 전망보다 월등하게 좋다.

어떻게 와인 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와인 소비의 둔화 원인을 가처분 소득의 감소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와인 소비가 증가하거나 와인 산업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는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무알코올 와인이나 저알코올 와인을 기술적, 감각적으로 향상시켜 건강에 관련된 트렌드에 대응하고, 다른 알코올 음료와의 경쟁과 관련해서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와인 생산자들의 어려움은 와인의 과잉생산과도 관련이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와인 생산자의 73%는 생산이 수요를 능가해서 와인 시장이 불균형한 상태라고 본다. 63%는 시장의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 공급 과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48%는 공공의 도움이 있어야 포도밭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며, 25%만이 공공의 도움 없이 시장의 균형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젊은 소비자에게 더 어필함으로써 시장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와인 생산자인 응답자는 45%에 달했고, 27%는 반대의 의견을 냈다. 생산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춤으로써 시장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은 마케팅 비용을 늘려서 시장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과 마찬가지로 응답자의 20%가 되지 않는다.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응답자가 50%가 넘는다.

앞으로의 와인 마케팅 조치와 관련하여 트레이드 분야의 설문조사 응답자의 72%와 와인 생산자인 응답자의 71%는 다른 알코올 음료가 와인보다 젊은 소비자에게 더 잘 다가간다고 보고 있다. 즉, 다수가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와인 마케팅을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와인 생산자는 그 다음으로 와인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와인의 수익성이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70%), 트레이드 분야 종사자는 새로운 소비자를 얻기 위해 와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57%).

앞으로의 와인 마케팅 관련 설문에 대한 답변
앞으로의 와인 마케팅 관련 설문에 대한 답변

국제와인기구 OIV는 작년에 2회에 걸쳐서 와인과 관련된 통계를 발표했다. 앞에서 소개한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OIV의 통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OIV는 작년 11월 초에 2023년의 와인 생산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세계의 와인 생산량은 244mhl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22에 비해 7%가 감소된 양이고, 지난 60년 동안 작년처럼 와인생산량이 적었던 해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른 서리, 집중호우, 가뭄과 같은 극한적인 기상 조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감소하고 있고 이미 생산된 와인의 재고가 여러 와인산지에서 많은 상태에서 발생한 와인 생산의 감소는 세계 와인 시장에 평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지구 북반구에 있는 국가 중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경우 2022년에 비해서 2023년의 와인 생산이 각각 12%, 14%, 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리스의 경우 최악으로 45%나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 남반구에 있는 국가 중에서 칠레, 호주, 남아공, 아르헨티나는 각각 20%, 24%, 10%, 23% 적게 와인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OIV가 작년 4월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와인의 소비는 2000년대에 들어서 계속 증가하다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부터 현재까지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와인기구 OIV가 작년에 발표한 2000년대의 와인 소비 변화(2022년까지)
국제와인기구 OIV가 작년에 발표한 2000년대의 와인 소비 변화(2022년까지)

OIV는 2018년 이후에 와인 소비가 감소된 주된 이유를 중국에서의 와인 소비가 매년 평균 2mhl가 감소한 것에서 찾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2022년에는 생산 원가와 물류비용의 상승,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해서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OIV가 동시에 발표한 와인 생산에 대한 통계에 의하면 2022년에는 258mhl가 생산되었는데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와인 생산 평균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2000년대 와인 소비가 가장 많았던 2007년의 와인 소비량이 대략 250mhl인 것을 감안하면 와인이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과잉 생산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OIV가 작년에 두 차례 발표한 통계를 통해서 우리는 세계의 와인 산업이 와인 생산의 과잉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후의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3’는 경제 위기 속에서 와인 산업이 2024년에도 어려움을 겪겠지만 2023년보다는 나아질 것을 예측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에 와인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와인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해 무알코올 와인과 저알코올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가 와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박찬준 대표 
㈜디렉스인터내셔날 대표이사
Break Events의 한국 대표
와인 강사, 와인 컨설턴트
아시아와인트로피 아시아 디렉터
아시아와인컨퍼런스 디렉터
동유럽와인연구원 원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국제협력)
다수의 국제와인품평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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