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권오진 소믈리에

롯데호텔 권오진 소믈리에의 은상수상으로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 3년 동안 가장 많은 소믈리에가 도전했던 롯데호텔은 3년 연속 결선 진출자(2017년 박지혜, 2018년 정효진)를 배출하게 됐다. 지난 8월 2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15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은상을 수상한 권오진 소믈리에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롯데호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무궁화'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오진 소믈리에입니다. 와인을 접하기 전에는 요리를 전공했고, 호주에서 2년 정도 셰프로 일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롯데호텔에 입사했고, 지금은 식음팀에서 와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 결선에서 칵테일 서비스를 진행중인 권오진 소믈리에

Q. 재밌는 경력이시네요.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와인에 빠진 계기가 특별히 있는 건 아니고, 후에 경험이 쌓이면 다이닝 레스토랑이나 바를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요리로 시작했고, 한국에서 들어와서는 식음 파트에서 일했습니다. 와인은 알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리나 식음 파트를 가리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와인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술도 잘 못 마시고 와인도 마땅히 접해 보지 못한 상태여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와인이란 빨갛고 떫은 시큼한 음료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화이트 와인에서는 시트러스나 열대과일 향, 레드와인에서는 붉은 과일이나 검은 과일의 향, 어떤 와인은 허브와 꽃향기기, 또 어떤 와인에서는 나무나 커피, 카라멜, 버터향이 난다고 듣기는 했지만 느낄 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VIP 고객이 남기고 간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리쉬부르(Domaine de la Romanee conti Richebourg)를 테이스팅하게 됐습니다. 빈티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픈한 지 3시간이 지나가는 찌꺼기만 잔뜩 남은 와인에서 말로만 듣던 각종 허브와 꽃다발, 트러플, 오크, 붉은 과실의 향이 쉴새 없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피노 누아라는 품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와인에서는 또 어떤 향이 날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와인을 업으로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믈리에가 되고 나서 2년 차가 되던 해에 89년 빈티지 보르도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 5종과 샤또 디켐까지 평생 한 번 먹어볼까 말까 한 와인들의 갈라 디너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올드 빈티지 와인을 어떻게 오픈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터라 6개의 와인중 2개의 코르크를 손상시키고 그중 한 개는 으스러져서 오픈하는 데 엄청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코르크는 물론이고 테이스팅 역시 모두 해보았지만,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꼭 다시 맛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면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을 느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아직 업장에 89년 빈티지는 아니지만, RP 100점 빈티지의 5대 샤또와 디켐의 세트가 남아있고요. 언젠가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좋겠네요.

▲ 결선에서 서비스 시연중인 권오진 소믈리에

Q.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대회를 준비하면서 매번 어려운 점은 일과 대회 준비를 병행해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현직에 계시는 다른 소믈리에분들도 느끼는 점일 것 같은데, 언제나 바라는 만큼 준비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Q. 대회 때나 준비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이번이 세 번째 참가인데, 회사에서 항상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그중에서도 참가자들을 위해 항상 뒤에서 힘써주시는 이용문 소믈리에님이나 구기영 지배인님의 직접적인 도움을 많이 받곤 합니다. 첫날 대전에 밤늦게 도착하면 항상 들르는 갈비탕 집이 있습니다. 정말 맛있는 집이지만 ‘이번이 수상을 못 하면 마지막 방문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기분 좋게 수상하게 돼서 내년에 또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 매그넘 샴페인을 따르고 있는 권오진 소믈리에

와인을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에게 '어떤 와인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와인 취향이 계속 변한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저 역시 계속 와인을 보고 있으면 좋아하는 와인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했다가 한동안은 또 카베르네 프랑을 사용하는 루아르 와인에 빠져 있었고, 또 한동안은 미국 와인에 빠져들었다가 요즘은 샴페인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2008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될 것 같습니다. 작년 말에 기회가 되어 샹파뉴 중에서도 돔페리뇽 와이너리를 방문했습니다. 하우스에서 아직 시장에 나가기 전이라고 하며 08 빈티지를 시음했습니다. 돔페리뇽은 부드러운 기포와 숙성된 과일향, 브리오슈향이 기분 좋고,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며, 샤도네이를 쓰면 왜 엘레강스 하다는 표현을 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샴페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와인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시느냐가 항상 좋은 기억을 주는 척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소믈리에로서 꿈이나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믈리에로서의 마지막 꿈은 세계대회에서 입상입니다. 현재는 CMS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스터 과정을 끝까지 획득하는 게 목표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Q. 근무 하는 업장을 소개해주세요.

▲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 <사진=권오진 소믈리에>

제가 근무하고 있는 업장은 롯데호텔 본점 38층에 있는 한식당 무궁화입니다. 무궁화가 이전에는 롯데호텔 지하에 위치해 전통적인 음식들을 판매하던 곳이었지만, 9년 전 본관 38층으로 올라오면서 현재는 제철 재료에 따라 메뉴를 조금씩 변경하며 한식 코스 메뉴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38층에 위치하고 있어, 음식뿐만 아니라 서울 뷰가 환상적인 곳으로 해 질 녘이나 비가 내릴 때면 운치 있는 전경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꼭 방문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