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와인과 여자와 노래’ 세 단어를 하나로 묶어서(‘Bread and Butter’식으로) 쾌락주의적 삶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수사법으로 표현한다. 영한사전에는 ‘남자의 환락’으로 나온다. 이런 식의 표현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페르시아에서는 ‘여자와 와인과 시집과 아늑한 정원’이라고 해서 평안의 상징으로, 그리스의 ‘불과 여자와 바다’라는 표현은 쾌락이 아니고 세 가지의 위험한 것을, 터키의 ‘말과 여자와 무기’는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뜻했다. 로마에서는 ‘목욕과 와인과 섹스’라는 세 단어를 상반된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목욕과 와인과 섹스는 우리 몸을 타락시키지만, 목욕과 와인과 섹스는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라는 비문이 있다.

▲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사진=Wikimedia Commons>

근대에 와서, ‘와인과 여자와 노래’는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독일의 종교개혁가)가 “와인과 여자와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을 바보로 사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말은 1837년 초에 영어로 번역되어 인쇄물에 등장한다. 이후 이 단어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와인과 여자와 노래(Wein, Weib und Gesang)’라는 왈츠에서, 대중가수로는 ‘냇 킹 콜(Nat King Cole)’, ‘로레타 린(Loretta Lynn)’, 그리고 ‘비지스(Bee Gees)’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이런 제목의 노래를 불렀고, 영화로도 나왔다. 결국, 바커스(디오니소스)는 ‘쾌락의 신’이며, 니체가 이야기했듯이 “욕망을 좇는 인간은 ‘디오니소스’적 인간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