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89> 밥의 향기

승인2022.07.06 11:37:47

밥의 향기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했었다. 어린 시절 새벽녘 어머니가 짓는 밥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난 기억 때문인지, 무엇보다 더 밥의 관능적인 측면에서도 밥의 향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하였다. 필자가 오래전 수요미식회에 추천했던 식당들도 밥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천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식당의 사장님은 아직도 왜 누가 수요미식회에 추천했는지 모를 것이다.

밥을 먹을 때 우리는 언제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이는 크게 5가지 나뉜다.

1. 밥을 지을 때 나오는 증기의 향기
2. 냄비 뚜껑을 열 때 나는 향기
3. 밥을 다한 후 뒤섞어 줄 때 올라오는 향기
4. 밥그릇에 옮겨 담을 때 향기
5. 밥을 입안에 넣어 먹을 때 코로 넘어오는 향기

그리고, 향기는 맛있는 밥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요인이기도 하지만, 밥의 향기를 통해 옛 감성을 떠올릴 수 있기에 정신적인 요인도 된다.

밥의 향기 성분은 GC로 분석한 결과 약 100여 종으로 주요성분은 황화수소, 암모니아, 카르보닐 화합물, 아세트알데히드 등이다.

그럼 우리가 느끼는 밥의 향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바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덕택이다.

식품이나 화학을 공부했다면 시험 문제에 항상 출제되기에 마이야르 반응식을 달달 외웠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생소한 단어다. 쉽게 설명하면, 밥 속에 있는 단백질과 전분질이 반응하여 갈색의 색상과 구수한 향을 만들어 내는 반응을 말한다.

위에서 말한 황화수소, 암모니아는 우리가 화학을 배우지 않더라고 구수한 향과 연결 짓기가 쉽지 않다. 이들 화합물은 악취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양이 아주 적을 땐 우리에게 구수한 향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향기 성분은 그 작용 원리와 성분 분석이 아직은 쉽지 않은 학문 분야다. 게다가 쌀의 품종, 보존기간, 조리 방법에 따라 실제 밥의 향기가 바뀌기 때문에 밥의 향기 성분을 정량화하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최근 밥의 향기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2020년 일본 후쿠이현에서는 오랜 기간 연구 끝에 ’고시히카리’를 뛰어넘는다는 새로운 쌀 품종인 ‘이치호마레’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치호마레를 이용하여 후쿠이 대학과 함께 갓 지은 밥의 향기 성분을 추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어린이 감기약 시럽에서 흔히 나는 달콤한 향기와 재스민과 비슷한 상쾌한 향기의 성분을 검출해 내었다. 그리고 이 향의 주요 성분이 비닐 페놀과 인돌이라는 것을 밝혔다. 추가로 보온 후 2시간이 지나면 그 향이 사라지고 반대로 좋지 못한 향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향기에 대해 분석을 했다는 것도 부럽지만, 더욱 부러운 것은 지자체가 자신이 개발한 쌀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검증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고시히카리보다 뛰어난 새로운 품종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알리는 마케팅 활동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 * 사진 출처 – 미국 화학 학회 학술지 [ACS OMEGA] 2020년 5월호Using SPME-GC/REMPI-TOFMS to Measure the Volatile Odor-Active Compounds in Freshly Cooked Rice

우리가 흔히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처럼 후각이 관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리고 인류가 연구한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아직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메커니즘이다. 사람에게는 약 400여 종의 후각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맛 수용체와 비슷하게 코의 후각 세포 외에 신장, 근육, 피부, 간 조직 등 여러 조직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들 조직에 존재하는 후각 수용체가 각각 혈압 조절, 근세포 재생, 피부세포 증식, 지질대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가 맡는 향기 성분이 건강 유지 및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플라시보 현상이라고 알고 있는 아로마테라피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 마이야르 반응 – 프랑스의 화학자 Louis-Camille Maillard가 1912년 최초로 보고한 반응으로 단백질의 아미노기와 탄수화물의 카르보닐기가 반응에 의한 갈변 반응이다. 카르보닐 화합물과 아미노 화합물의 알돌축합 반응으로 멜라노이딘 색소를 생성하는 것이 누룽지가 누르스름하게 되는 화학반응이고, 전분 속의 당류와 아미노산이 스트레커 분해반응으로 인해 황화수소,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알데하이드, 이소부틸알데히드 등 밥 향기 성분을 만들어 낸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모바일 버전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 24길 50 희은빌딩 별관4층  |  전화 : 02-499-0110  |  팩스 : 02-461-0110  |  이메일 : stpress@sommeliertimes.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3477  |  등록일 : 2014년 12월 12일  |  발행인 : 최염규  |  편집인 : 김동열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최염규
소믈리에타임즈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뉴스, 사진, 동영상 등)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22 소믈리에타임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