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쌀 소비량은 22년을 기준으로 56.9kg으로 90년대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다양한 먹거리의 증가 및 식생활 패턴 변화, 인구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쌀의 소비량을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으나, 커피값이 밥값보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커피 소비량이 쌀 소비량보다 많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런데 다양한 니즈의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쌀은 더 이상 생산 위주의 정책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정책과 쌀의 고급화만이 그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밥을 더 먹고 쌀을 더 많이 소비해 줘야, 무슨 정책을 펼치든 성공할 수가 있다. ‘쌀이 남아돈다. 쌀값이 내려간다는 내용의 뉴스는 이제 들어도 별 감각이 없다. 그런데, 식품 제조 현장에서는 또 쌀이 없어서 난리다. 이미 우리가 먹는 냉동 볶음밥은 우리 쌀이 아닌 미국산 칼로스로 바뀐 지 오래이며, 이제는 이마저도 부족해 중국산 쌀이나, 호주산 쌀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식품 제조사들의 현실이다.

식당의 음식이나 가공식품은 90년대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우리의 쌀, 밥맛은 어떠한가? 누구나 다 느낄 정도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가까운 일본 역시 1962년 1인당 쌀 소비량이 118kg으로 최대였으나, 2020년에는 50.8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2021년 자료를 보면 51.5kg으로 오히려 쌀 소비량이 늘었다. 일본은 어떻게 소비량이 늘었을까?

물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의 쌀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반대로 급식이나 외식 시장에서 쌀 소비량 감소가 더 커서,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전체 쌀 소비량은 더욱 줄었다. 그런데, 일본은 쌀 소비량이 증가했다. 어떻게 해서 쌀 소비량이 증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발표한 [쌀 소비 동향에 관한 조사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도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2020년 18세부터 60세 이상의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먼저 쌀 구매 형태의 변화다.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는 일본이기에, 집 근처 슈퍼에서의 구매 빈도가 제일 높지만, 최근 5년간 인터넷을 통한 구매 형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젊은 연령층의 구매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뒷받침하듯 쌀 소비가 늘어났다고 대답한 연령층은 20대, 30대의 여성이 제일 많았으며, 가장 소비가 줄어든 연령층은 50대, 60대 이상의 여성층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소비가 늘어났다고 대답한 비율은 14%, 줄어들었다고 대답한 비율은 28%로 그 2배였다. 그런데도, 전체 쌀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쌀 소비가 증가한 20대 30대 젊은 층에서 소비가 감소량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점차 초고령화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점점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고령층 중에서 특히 평균 수명이 더 긴 고령 여성인구가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보면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20~30대의 젊은 층의 소비 증가가 꼭 필요하다.

그럼 쌀 소비가 늘어났다고 대답한 젊은 층은 무엇 때문에 쌀 소비가 늘어났다고 대답했는지 보자.

가장 많았던 대답으로 1. 밥이 좋아졌다. 2. 밥맛(쌀 품질)이 좋아졌다. 3. 쌀은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라는 위 3가지 답변이 제일 많았다.

표 91-1. 일본 쌀 소비 증가 이유 (출처=농림수산성 쌀 소비동향 조사 결과)
표 91-1. 일본 쌀 소비 증가 이유 (출처=농림수산성 쌀 소비동향 조사 결과)

2022년 10월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식품 소비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젊은 층의 쌀 소비량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그 이유가 밥이 아닌 다른 HMR 가공식품 섭취 및 배달, 테이크아웃 등의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쌀이 건강에 좋다고 답하는 일본과 달리 다이어트 등으로 밥 중심의 식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달랐다. 쌀의 우수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5년 동안 엄청난 밥솥이 개발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본 젊은이들은 밥맛이 더 좋아졌다. 쌀은 건강에 좋다고 대답할까?

다름이 있다면 일본은 매년 ‘고시히카리’를 뛰어넘는다고 말하는 밥맛 좋은 새로운 품종이 무수히 나오고, 많은 프로모션을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프로모션도 뭔가 새로운 품종이 나왔다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다수확 품종 위주의 재배가 아닌 정말 소비자를 생각한 밥맛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재배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밥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나 정보 제공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0년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어린 학생들이 자라나 쌀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필요하다. 그도 그런 것이 일본은 2005년 ‘식육 기본법’을 제정하여 초등학교에서 건강하고 올바른 식사에 대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첨가물 덩어리인 대체육을 다들 ESG라 치켜세운다. 고작 껍질만 벗겼을 뿐인데, 쌀은 정제 식품이라 질타를 받는다. 칼럼 기고 초기 때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쌀 품종보다는 와인 품종을 더 많이 알 것 같다.’ 이야기했는데, 지금 보면 어떨까? 이제는 쌀 품종보다 돼지고기 품종을 국민들이 더 많이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베리코, 듀록, 버크셔, YBD 등 돼지고기도 이제 품종 따져가면 먹는 시대가 되었는데 쌀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통채널마다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유통 공룡인 쿠팡에서 판매 1위 쌀 품종이 신동진이라고 한다. 신동진을 절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쌀 품종을 모르고 다시 말해 밥맛도 모르고 쌀을 사고팔고 있는 것이다. 신동진은 밥알이 크기에 외관이 우수하고, 또 단단해서 볶음밥이나 김밥 등 가공이 필요한 밥 요리에 적성이 맞는 품종이지만, 밥맛 만으로 보면 밥맛이 뛰어난 품종이라 말하기 어렵다.

올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신동진’의 명성을 이을 더 우수한 품종으로 ‘참동진’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보급 방법 때문에 여기저기 잡음이 많다. 국가의 정책도 농민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쌀을 사 먹는 건 소비자다. 소비자에 의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